[취재앤팩트] 오염수? 처리수? 용어변경 논란 재점화...정부 방침은?

이승배 2023. 8. 31.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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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24일 방류를 시작한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의 명칭을 놓고 이름을 바꾸자는 주장이 또다시 제기됐습니다.

오염수 말고 처리수로 바꾸자는 것인데, 수산업계와 여당이 군불을 때자 정부도 검토해보겠다며 변경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한 내용 들어보겠습니다. 이승배 기자!

[기자]

네, 정치부입니다.

[앵커]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오염수, 처리수 어떤 차이가 있는 겁니까?

[기자]

오염수와 처리수의 사전적 의미는 이렇습니다.

먼저 오염수는 한자로 더러울 오와 물들 염, 물 수를 쓰고, 영어로는 Contaminated Water, 오염된 물이라는 뜻입니다.

단어에서 볼 수 있듯 우리 몸에 해롭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반면, 처리수는 곳 처에 다스릴 리, 물 수, 영어로는 Treated Water, 말 그대로 처리된 물입니다.

오염수가 정화돼서 깨끗해졌다는 느낌을 줍니다.

일본은 원전 오염수를 알프스라는 장치로 걸러냈기 때문에 깨끗하다고 주장하고 있고, 그래서 공식적으로 처리수라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 IAEA도 공식 문서에서 처리수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최종 보고서에서도 treated water, 처리수라고 적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공식 명칭은 알려진 대로 오염수입니다.

우리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 북한, 그리고 일부 태평양 도서국도 오염수라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과 북한은 오염수 앞에 핵까지 붙여서 핵 오염수(Nuclear Contaminated Water)라는 용어를 쓰고 있습니다.

[앵커]

더러움과 깨끗함, 사전적 의미만 봐도 큰 차이가 있네요. 그런데 오염수를 처리수로 바꾸겠다는 주장이 잇따라 나왔습니다.

[기자]

네, 맞습니다.

명칭 논쟁에 다시 불을 붙인 건 수산업계입니다.

수협 회장이 어제 국회에 나와서 앞으로는 '오염수 ' 대신 '처리수'로 명칭을 바꿔 부르겠다고 말했습니다.

거부 반응 때문에 수산업의 타격이 크다는 겁니다.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노동진 / 수협중앙회장 : 과학적으로 증명된 ALPS(다핵종제거설비)에서 정화돼서 나가는 물을 자꾸 오염수, 오염수라고 하니, 여기에 대한 거부 반응이 또 있는 거예요.]

여당은 바로 맞장구를 쳤습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국제적으로도 처리수로 표현한다며 힘을 보탰고, 당내 우리 바다 지키기 검증 TF 위원장인 성일종 의원은 명칭도 오염 처리수가 맞다고 거들었습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당 차원에서 공식 결정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오염 처리수로 표현하는 게 맞는 거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에 오염이라는 단어는 남겨두더라도 오염 처리수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회에 출석해 엄밀히 말하면 '과학적으로 처리된' 오염수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정부도 용어 변경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해 용어 논란에 불을 지폈습니다.

총리 발언 들어보겠습니다.

[한덕수 / 국무총리 : 지금도 이제 'IMF 사태'라고 부르는 것과 (오염수 표현이) 유사한 것 아니냐 그렇게 생각을 해서, 정확히 얘기하면 과학적으로 처리된 오염수입니다.]

민주당은 발끈했습니다.

처리수로 용어를 바꾸는 건 일본이 좋아할 일이라면서 윤석열 정부는 국민이 아니라 일본을 섬기느냐고 따졌습니다.

[이소영 /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 : 정부·여당의 눈물겨운 노력에 일본 정부가 손뼉 치며 좋아하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윤석열 정부가 섬기는 대상은 국민입니까, 아니면 일본 정부입니까?]

또한, 대규모 방류 반대 집회를 열고 정부와 맞서 싸우겠다면서 국민 항쟁을 선포했습니다.

[이재명 / 더불어민주당 대표 : 대통령이 국민에게 선전포고를 한다면, 이 정권을 향해서 국민 항쟁을 선언해야 합니다.]

[앵커]

그런데 오염수 용어를 둘러싼 이런 논란, 이번이 처음이 아니죠?

[기자]

네, 맞습니다.

지난 5월, 후쿠시마 방류를 앞두고 현지에 우리 시찰단을 파견하기 전에도 여당을 중심으로 오염수 명칭을 바꾸자는 주장이 똑같이 나왔습니다.

그 당시 국민의힘에서는 오염수 말고 오염 처리수라고 부르는 게 맞다고 했습니다.

주장 내용과 논리는 이번과 비슷합니다.

성일종 의원은 방류하는 물은 일단 처리해서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오염 처리수라고 쓰는 게 맞다고 했고, 한무경 의원은 IAEA 자료에도 용어가 처리수라고 돼 있으니까, 오염 처리수라고 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점을 전제로 깔았지만, 그때도 반발은 똑같았습니다.

민주당은 일본 이익에 부합하는 거냐, 처리가 완료된 오염수가 안전한지 검증해야 하는데 왜 용어부터 바꾸려고 하느냐고 맹공격했습니다.

지난 7월엔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오염수 관련 기자 질문에 처리수라고 답을 해 시끄러웠습니다.

정부가 이미 머릿속으로는 처리수로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당시 정부는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는 한 오염수 용어는 계속 유지될 거라고 다시 한 번 못 박았습니다.

[앵커]

당시에 정부는 아니라고 해서 일단락됐는데, 그런데 이번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방류도 시작했고, 총리가 용어 변경을 검토하겠다고까지 말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건가요?

[기자]

취재하는 그 부분이 궁금해서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건지 정부 측에 직접 물어봤습니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은 YTN과 통화에서 총리가 언급한 검토는 다양한 의견을 종합적으로 살피겠다는 원론적인 의미라고 말했습니다.

당장 어떤 플랫폼을 만들어 바로 무슨 결단을 내리는 그런 수준의 검토는 아니라면서 정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여론 추이를 살필 생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직은 설문조사는 생각하지 않고 있지만, 상황이 되면 유연하게 대응할 거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용어를 바꾸는 문제는 국민 인식과 정서가 중요하기 때문에 모든 사안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생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정부가 공식 명칭을 처리수로 바꾸면 일본산 수산물 수입 압박에 영향은 없느냐는 질문에는 명칭과 수산물 수입은 전혀 별개 사안이며, 어떻게 부르든 변화가 없을 거라고 답했습니다.

지금까지 정치부에서 YTN 이승배입니다.

YTN 이승배 (sbi@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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