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합차 대명사 ‘봉고’와 이름 같은 ‘봉고’ 대통령 권좌서 축출돼
부자가 대통령 자격으로 6번 방한...’아들’ 봉고는 작년 수교 60주년 때도 방한
’아버지’ 봉고는 2007년 “내 이름이 한국 미니버스 이름 됐다” 주장..사실과 달라
우리나라와도 깊은 관련이 있는 중앙아프리카의 산유국 가봉에서 30일 쿠데타가 발생해, 아버지 오마르 봉고에 이어, 14년간 통치해 온 알리 봉고(64) 대통령과 가족이 가택 연금됐다. 이날 쿠데타는 지난 26일 실시된 대선 결과가 이날 새벽 봉고의 3선 연임 승리로 발표된 직후에 일어났다.
가봉은 1967년 오마르 봉고가 대통령이 된 이래 2009년 사망 때까지 42년간 집권했고, 이후 아들이 선거를 통해 대통령 직을 계승했다. 30일 새벽 가봉 선관위의 오마르 봉고 ‘당선’은 55년 간 지배해 온 봉고 가문의 권좌를 7년 연장시키는 발표였다. 그의 아버지 오마르 봉고는 1975년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 노무현 대통령때까지 4차례 한국을 방문했으며, 아들 알리 봉고 온딤바 역시 외교 수립 60주년인 작년 7월에 한국을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 회담을 했다.
쿠데타 세력은 국영 TV에 나와 “26일 선거 결과는 부정으로 철회됐다”며, 민간 정부를 대신할 ‘전환 및 제도 복원 위원회’ 위원장으로 전(前) 대통령 경호실장인 브라이스 올리구이 은구에마 장군을 만장일치로 선출했다.
쿠데타 세력은 또 알리 봉고 대통령 외에, 그의 아들 누레딘 봉고 발렌틴과 봉고 대통령의 비서실장 및 측근들을 부패와 반역 혐의로 체포했다. 한편 봉고 대통령은 비디오 성명을 통해 우방국들에 “외부 사정을 알지 못하며, 나와 가족을 대변해 달라”고 호소했다.
쿠데타 소식이 방송을 통해 알려지자, 수도 리브르빌에는 수백 명이 나와 환영했다. 한 시민은 “드디어 봉고 집안이 권력에서 쫓겨났다”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그러나 제3세계의 기아와 부패를 고발하는 비영리기구인 파리 소재 인권단체 ‘수흐비(Survie)’ 대변인 토마 보헬은 아프리카뉴스에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프랑스어권 국가인 봉고는 프랑스 기업들과 정권이 결탁해 부패와 정실주의가 판쳤다”며 “민간 독재정부과 군사 독재정부로 바뀔 뿐이라면, 가봉 국민들은 또다시 실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봉의 쿠데타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ㆍ말리ㆍ부르키나 파소ㆍ기니ㆍ차드 등 2020년 이래 아프리카 중ㆍ서부에서 발생한 여덟 번째 쿠데타이다. 앞서 7월26일에는 니제르에서 쿠데타가 발생해, 민간 대통령을 축출했다.
1960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가봉의 인구는 234만 명이며, 1인당 GDP는 8635달러다. 유전은 대부분 고갈돼 현재 원유 생산량은 1일 20만 배럴에 불과하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중에서 두번째 산유량이 적다. 그러나 망간, 다이아몬드, 금, 우라늄 등의 자원이 풍부하다.
알리 오마르 대통령의 정적(政敵)들은 “봉고 집안이 원유와 자연자원의 초래한 부(富)를 국민과 공유하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가봉 인구의 3분의1이 빈곤에 허덕인다.
◇미국과 국제사회는 쿠데타 반대 성명 내
8월26일 대선은 국제감시단이 참관하지 못했고, 외국계 방송과 인터넷 서비스가 두절된 가운데 실시돼 투명성 논란에 휩싸였다. 가봉 선관위 측은 “봉고 현 대통령이 64.27%의 지지를 얻었고, 제1야당 후보는 30.77%를 득표했다”고 발표했다. 인터넷과 국제 방송은 30일 쿠데타가 성공하면서 복원됐다.
그러나 유엔 사무총장과 아프리카연합(AU), 가봉을 식민 지배했던 프랑스는 민간 정부를 뒤엎은 쿠데타를 비난하며, 봉고 대통령과 가족의 안전을 요구했다. 가봉에는 350명의 프랑스군 병력이 주둔한다. 그러나 최근 말리, 부르키나 파소 등지의 쿠데타 성공 이후에, 중앙ㆍ서부 아프리카에서 프랑스군 병력은 계속 축출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안정이 신속하게 회복돼야 한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도 성명을 내고 “군의 정권 탈취나 위헌적인 권력 전환을 강력히 반대한다”며 정부 관료 및 가족의 석방과 안전 보장, 문민 지배 유지를 촉구했다. 매튜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이 성명에서 또 “선거를 둘러싼 투명성 결여와 선거 부정 보도에 대해서도 우려하며 주목한다”고 밝혔다.
◇기아차 ‘봉고’는 봉고 대통령 이름 아닌, 일본 자동차 모델 이름
봉고 대통령의 이름은 우리나라에서 승합차의 대명사가 된 봉고와 이름이 같다. 2007년 방한했던 ‘아버지’ 봉고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내 이름이 한국의 한 미니버스 이름에 붙여 지기도 했는데, 한국과의 비즈니스 관계는 부진했다”고 말했다.
‘아들’ 봉고 대통령도 2010년에도 방한해 이명박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고, 아버지를 따라 국방장관 자격으로 왔을 때에는 이동식 병원 차량으로 기아자동차의 ‘봉고3’를 채택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1962년 우리와 처음 수교한 가봉이 1974년 북한과도 외교 관계를 수립하자, 1975년 ‘아버지’ 봉고를 국빈 초청해 융숭하게 대접하며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다. 봉고 대통령은 이후 일본 방문을 마친 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하루 더 묵었다.
그러나 기아차 ‘봉고’가 ‘아버지’ 봉고 대통령의 이름에서 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기아차의 봉고는 일본 자동차 ‘마즈다 봉고’의 모델을 들여온 것으로, 원래 이름이 봉고다. 봉고 1톤 트럭이 1980년, 봉고 승합차가 1981년부터 국내에서 라이선스 생산되기 시작했다. 이 봉고는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영양의 일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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