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오염수 방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 마부뉴스 세 줄 요약
·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이 파괴되면서 핵연료에 냉각용 물, 지하수, 빗물 등이 유입되면서 유독성 방사성 물질이 섞인 오염수가 발생했습니다.
·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방사성핵종을 처리시설을 통해 정화하고, 삼중수소의 농도를 낮추기 위해 해수로 희석하는 방식을 이용한다면 오염수 방류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반면 환경단체와 생물학 전문가들은 희석을 통한 처리는 생태계 내 먹이 그물에 따라 약화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삼중수소가 체내에서 유기결합 삼중수소가 될 경우 반감기가 최대 1년으로 늘어나면서 위험성도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가을장마의 영향인 건지 모르겠지만 날씨가 퍽 선선해졌습니다. 이제 여름도 끝이 보이는 듯하죠. 물론 이상 기후로 당장 올 가을과 겨울의 날씨가 어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선선한 날씨를 즐겨보자고요 :) 즐거운 이야기를 함께 나누면 좋겠지만 오늘 마부뉴스가 준비한 건 서로 입장이 달라서 갈등을 빚고 있는 후쿠시마 오염수 이야기입니다.
아마 독자 여러분들도 뉴스를 보면서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을 겁니다. 관련 정보가 너무 많기도 하고, 과학적인 용어도 많아서 복잡하다는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르죠. 그래서 마부뉴스가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된 데이터를 차곡차곡 정리해 봤습니다. 오늘 마부뉴스가 독자 여러분에게 던지는 질문은 바로 이겁니다.
후쿠시마 오염수는 어쩌다 생겼을까?
일본은 녹아버린 핵연료를 식히기 위해 냉각용 물을 주입했습니다. 거기에다가 자연적으로 지하수와 빗물이 파괴된 원전에 유입되면서 유독성 방사성 물질과 물이 섞이면서 오염수가 발생했죠. 그렇다고 오염수를 그냥 둘 순 없으니 일본은 대부분의 방사능 물질을 제거한 뒤 거대 강철 탱크에 저장했어요. 그런데 오염수가 계속 늘어나면서 이제 더 저장할 공간이 없어진 겁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에 자문을 받으면서 오염수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한 일본은 비용과 시간을 고려해 바다에 방류하는 걸 선택했어요. 그리고 지난 24일에 처음으로 오염수를 방류했습니다.
그렇다고 일본이 무작정 오염수를 방류하겠다는 건 아닙니다. 크게 2가지 방침을 세웠어요. 우선 오염수 내에 포함되어 있는 방사성을 내뿜는 원소들(방사성핵종)을 시설을 통해 정화하겠다는 게 첫 번째 원칙이고, 두 번째는 시설로 정화가 되지 않는 삼중수소 같은 녀석들은 바닷물로 희석해서 농도를 낮춰 방출하겠다는 거였습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아마 여러 기사를 통해 방사성핵종, 삼중수소 같은 단어를 이미 접했을 겁니다. 오염수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용어이니만큼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을 해볼게요.
1. 방사성핵종
단어가 조금 어렵죠? 다른 말로는 방사성 동위원소라고 합니다. 동위원소는 분명히 동일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원소들인데, 질량이 서로 다른 녀석들을 의미해요. 가령 이런 식입니다. 우리가 연필이나 샤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흑연을 구성하는 탄소를 예를 들어볼게요. 보통의 탄소는 양성자 6개, 중성자 6개, 전자 6개로 이뤄져 있습니다. 원자량은 원자의 질량을 나타내는데 보통의 탄소는 6 + 6 해서 12이죠. 왜 6 + 6 + 6로 계산을 안 하지 싶겠지만 전자는 양성자와 중성자에 비해 너무 작아서 사실상 합쳐도 크게 의미가 없습니다. 즉 우리는 양성자와 중성자의 개수를 보면 원자량을 알 수 있죠. 그래서 보통의 탄소는 원자량이 12인 탄소12(C-12)입니다.
그런데 위의 표를 보면 알겠지만 탄소12를 제외하고도 원자량이 8부터 22까지 엄청 다양하게 있습니다. 이 녀석들이 다 탄소의 동위원소죠. 그중 탄소14(C-14)는 조금 불안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친구입니다. 탄소14는 조금 더 안정적인 형태로 가기 위해 방사선을 내뿜으면서 자연적으로 붕괴하는데, 이런 친구들을 방사성 동위원소라고 부릅니다. 위의 표에서 파란색으로 표시된 건 안정적인 동위원소, 보라색으로 표시된 건 자연에 존재하는 방사성 동위원소입니다.
2. 삼중수소
삼중수소(H-3)는 수소의 방사성 동위원소입니다. 자연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수소는 중성자 없이 양성자 1개, 전자 1개로 이뤄져 있어요. 전체 수소 중 99.9%가 원자량이 1인 경수소죠. 하지만 중성자가 하나 더 들어가 있는 수소도 있는데, 그 녀석은 무거운 수소, 중수소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가끔 중성자가 2개 들어가 있는 녀석이 있는데 그게 바로 삼중수소입니다.
참고로 경수소로 만든 물을 경수, 중수소로 만든 물을 중수라고 합니다. 원자로를 식히는 냉각수로 경수를 사용하면 경수로이고, 중수를 사용하면 중수로라고 부르죠. 삼중수소는 중수를 냉각수로 사용하는 중수로에서 발생합니다. 원자로의 핵연료가 분열하면 중성자 1개가 쏙 튀어나오는데, 중성자가 2개 있는 중수소와 반응해서 삼중수소가 생기죠.
입장 1 "오염수 방류, 문제 없습니다"
우선 도쿄전력이 발표한 오염수의 고시농도 비율 총합은 0.28이었어요. 기준치인 1을 넘지 않으니까 첫 번째 기준은 통과했다고 할 수 있겠죠. 삼중수소의 농도 역시 1L당 142~200Bq를 기록했습니다. 도쿄전력은 오염수가 방류 기준을 통과했다고 밝혔고, 24일 오후 1시 3분부터 본격적으로 오염수를 방류하기 시작했어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방사성 물질들은 타이트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도쿄전력은 매일매일 바다 위 지점에서 시료를 추출해 점검하고 있는데, 원전으로부터 3km 이내의 지점에서는 리터당 700Bq, 10km 이내의 해역에서는 L당 30Bq을 초과할 경우 바로 방류를 중단토록 하고 있죠. 위의 지도에는 지난 24일부터 28일까지 총 10곳의 측정 지점에 대한 삼중수소의 농도를 표시해 봤는데 모두 기준치보다 한참 안 되는 농도를 기록했다는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일본 정부는 매일매일 관련 수치를 정확하게 제공해 주고, 여러 단계를 거쳐 관리가 되고 있는 만큼 방류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삼중수소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볼게요. 도쿄전력의 발표를 보면 후쿠시마 오염수에 들어있는 삼중수소의 총 양은 약 780TBq 정도라고 합니다. 도쿄전력은 앞으로 30년에 걸쳐 1년에 22TBq 정도를 배출할 예정이라고 밝혔어요. 앞서 이야기했듯 삼중수소는 중수로를 운영하는 나라에선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죠. 당장 올해 3월 고리원전에서 배출된 액체 삼중수소의 양만 해도 8.23TBq정도니까요. 일본은 각 국에서 배출하는 삼중수소의 양보다 적고, IAEA 기준보다도 훨씬 낮은 농도의 삼중수소를 배출할 것이기에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방류 직후, 우리나라에서도 방사능 조사가 진행됐습니다. 해양수산부가 25일에 우리나라 해역 15개 지점에 대해 긴급 조사를 진행했는데, 분석 결과 세계보건기구의 먹는 물 기준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으로 조사되었어요.
오염수를 바닷물에 방류하는 게 크게 문제없다는 쪽에선 바다가 워낙 넓은 만큼 방사성 물질이 희석되기 때문에 위험성이 떨어진다고도 이야기합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에는 방사성 물질이 무방비 상태로 태평양에 방류되었거든요. 당시 아무런 처리가 되지 않은 오염수가 하루에 300t씩 방류되었어요.
위의 그래프는 도쿄전력이 주변 해수에서 분석한 방사능핵종 농도를 나타낸 자료입니다. 원전 근처의 측정 포인트(T-1)에서 2011년 3월 원전 사고 이후부터 2023년 3월까지 세슘-134와 세슘- 137의 농도를 확인할 수 있죠. 일반적인 축 단위로 그리면 너무 압도적으로 차이가 나서 상용로그(log10) 스케일로 그래프를 그렸어요. 가장 높았을 때는 2011년 4월 7일 오전 8시 50분 자료인데 세슘-137과 세슘-134 모두 67,000Bq/L을 기록할 정도였죠.
이렇게 엄청난 양의 방사능 동위원소가 바다에 방류되었지만, 현재까지 국내 해역에 영향은 없었습니다. 12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 해역에 의미 있는 영향이 없다면, 지금 도쿄전력의 오염수는 방사능핵종을 걸러내고, 삼중수소의 농도도 희석해서 배출하는 만큼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거죠.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안혜민 기자 hyemina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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