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 주고받지 말자"···기업 ESG 평가기관 '자율지침' 9월 시행

한국ESG기준원·한국ESG연구소·서스틴베스트
협의체도 발족···금융위 "규제 법제화도 검토"

[서울경제]

한국ESG기준원, 한국ESG연구소, 서스틴베스트 등 3대 평가기관이 마련한 국내 기업들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자율 지침이 9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31일 금융위원회는 준법감시체제 구축, 내부통제체제 마련, 비공개 정보 남용 금지, 이해상충 관리, 평가 대상 기업에 대한 금품 수수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ESG 평가기관 가이던스’를 1일부터 도입한다고 밝혔다. 한국ESG기준원, 한국ESG연구소, 서스틴베스트는 앞서 지난 5월 관련 가이던스를 제정한 바 있다.

ESG 평가기관은 신용평가사가 기업의 재무적 위험도를 따지듯 기업의 비재무적 요인을 짚는 곳이다. 최근 ESG 평가기관별로 다른 분석 결과가 나오자 평가에 대한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취지로 지침을 정했다. 세계 증권 감시기구인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서도 ESG 평가기관에 대한 투명성 강화, 이해상충 방지 장치를 마련하라고 요청한 바 있다. 한국의 가이던스는 국내 ESG 평가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라는 점 등을 감안해 신용평가 규제 등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의 규율 방식을 택했다.

한국ESG기준원, 한국ESG연구소, 서스틴베스트는 이날 가이던스를 내면서 자사가 대부분의 항목을 준수하고 있다고 표시했다. 한국ESG기준원과 서스틴베스트는 6개 장 21개 조문 모두를 준수한다고, 한국ESG연구소는 1개 조문만 준수하지 못하고 있다고 각각 알렸다. 이들의 준수 현황 보고서와 평가방법론은 앞으로 한국거래소의 관련 정보 플랫폼인 ‘ESG포털’을 통해서도 통합 제공할 방침이다.

이들 기관은 또 국내 ESG 평가 시장의 자율규제기구인 ‘ESG 평가기관 협의체’도 발족했다. 협의체는 앞으로 가이던스의 실효적인 운영을 자율적으로 점검한다. 금융위, 거래소, 자본시장연구원은 관찰자로 참석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우선 협의체를 중심으로 가이던스를 운영하고 자율규제 운영 성과, 글로벌 규제 동향 등을 살핀 뒤 필요한 경우 진입·행위 규제 등을 법제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며 “ESG 평가 시장뿐 아니라 ‘공시-평가-투자’로 이어지는 생태계 전반에 대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이던스는 총 6개 장, 21개 조문으로 구성됐다. 제1장은 총칙, 2장은 내부통제체제 구축, 3장은 원천데이터 수집 및 비공개 정보 관리, 4장은 평가체계의 공개, 5장은 이해상충의 관리, 6장은 평가 대상 기업과의 관계 등으로 꾸렸다. 가이던스는 준법감시인 지정 등 준법감시 체제 구축, 이해상충 방지 등의 내용을 담은 내부통제 체제 마련을 평가기관에 요구하면서 객관적이고 검증 가능한 데이터에 근거해 평가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평가 과정에서 취득한 비공개 정보를 대외비로 관리하고 임직원이 남용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도 있다. 또 ESG 평가방법과 등급, 점수 등의 결과를 공개하도록 하고 정보는 인터넷 홈페이지 등 정보접근성이 높은 방식으로 공개할 것을 추천했다. 아울러 기관 내 이해상충 가능성이 있는 인력을 분리하고 평가 대상 기업과 불공정 행위를 하거나 금품을 수수하는 행동을 금지한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