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오늘부터 단식”… 與 “방탄 꼼수”

■ 당대표 취임 1주년 기자회견
“무능폭력정권 향해 국민항쟁”
대국민 사과·오염수 반대 요구
체포동의안엔 “구속사유 안돼”
국힘 “李대표 검은 속 드러나”

“사즉생 각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정권에 대한 항쟁 차원에서 이날부터 무기한 단식을 시작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곽성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민항쟁’으로 무기한 단식 투쟁을 선언했다. 임기 반환점에서 대정부 규탄을 위해 ‘단식’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자신의 사법리스크와 당 지지율 하락 등 위기를 반전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검찰 소환 조사와 2차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방탄 단식”에 나섰다며 맹비난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당 대표실에서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모두발언에서 “사즉생의 각오로 윤 정부의 무능과 민주주의 파괴를 막아내겠다”며 “마지막 수단으로 오늘부터 무기한 단식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 종료 직후 국회 본청 현관 앞에 천막을 치고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그는 “윤 정권은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국민을 향해 전쟁을 선포했다”며 “오늘부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무능폭력정권을 향해 ‘국민항쟁’을 시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 정부에 △대국민 사과 △오염수 방류 반대 입장 천명 및 국제해양재판소 제소 △전면적 국정쇄신과 개각 단행을 촉구했다.

이 대표는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자신의 사법리스크에 대해 “검찰 스토킹”이라고 일축하고 단식 중 검찰 출석에 응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단식을 한다고 해서 주어진 역할을 포기하는 일은 없다. 검찰 수사 역시 전혀 지장 받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체포동의안 표결 방침에 대해서는 “여러분은 이게 구속할 사유에 해당된다고 보시냐”고 되물으며 구속 영장 청구의 부당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당내에서는 당 대표의 단식 와중에 체포동의안 가결 표결이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도 흘러나온다. 당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단식을 하고 있는데 어떤 의원이 체포동의안에 쉽게 가결표를 던지겠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표가 단식에 들어가자 국민의힘에서는 “꼼수 방탄 단식”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문화일보 통화에서 “어불성설이자 이 대표의 검은 속내가 드러난 ‘방탄 단식’”이라며 “이 대표식 꼼수 패턴이 또 시작됐다”고 꼬집었다.

당내 비명(비이재명)계 모임인 ‘민주당의 길’은 같은 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개 토론회를 하고 지난주에 이어 여론조사 전문가를 불러 ‘민심’을 주제로 논의를 한다. 한 비명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이 대표 1년간 혁신은커녕 도덕성과 민주주의가 모두 퇴행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이 대표가 아무리 민생과 현 정부 실책을 외쳐도 ‘방탄’을 위한 것으로 비쳐 전혀 먹혀들어가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평가했다. 친명(친이재명)계에서도 “아쉽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은지·김대영·이해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