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8번의 쿠데타… 아프리카 민주주의 ‘붕괴’

김현아 기자 2023. 8. 3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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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를 일으킨 가봉 군부가 브리스 올리기 응게마 장군을 임시 지도자로 임명했다고 30일 밝혔다.

축출된 대통령의 친척이자 경호실장이었던 인물로, 부패 의혹까지 받고 있어 '석유 부국'이지만 부의 집중현상이 심각한 가봉의 정치·경제적 상황이 더욱 악화 일로를 걸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이번 가봉 쿠데타를 포함해 2020년 이후 3년 동안 서아프리카·중앙아프리카 지역에서만 8번의 쿠데타가 벌어지는 등 역내 정치적 혼란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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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봉 ‘군부 쿠데타’ 성공
내란 주도 응게마 새 지도자 임명
봉고 대통령 친척·경호실장 출신
막대한 재산에 부패 연루 의혹도
서방 영향력 줄고 중·러는 커져
EU, 니제르와 동시 ‘제재’ 시사
30일 아프리카 가봉에서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후 수도 리브르빌에서 군인들이 브리스 올리기 응게마 공화국 수비대 사령관에게 환호하고 있다. 앞서 이날 가봉 군부는 알리 봉고 온딤바 대통령의 가문이 55년간 권력을 잡아온 것에 대해 불만을 갖고 쿠데타를 일으켰다. AP 연합뉴스

쿠데타를 일으킨 가봉 군부가 브리스 올리기 응게마 장군을 임시 지도자로 임명했다고 30일 밝혔다. 축출된 대통령의 친척이자 경호실장이었던 인물로, 부패 의혹까지 받고 있어 ‘석유 부국’이지만 부의 집중현상이 심각한 가봉의 정치·경제적 상황이 더욱 악화 일로를 걸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니제르 쿠데타 이후 한 달 만에 아프리카 지역에 쿠데타 바람이 몰아치자 서방 지도자들은 “역내 불안정이 심화할 수 있다”고 잇따라 경고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군부는 이날 국영방송을 통해 “응게마 장군이 만장일치로 정권 이양 및 제도 복원 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됐다”고 선언했다. 응게마 장군은 이번 쿠데타의 주축이 된 인물로, 지난달 앞서 쿠데타를 일으킨 니제르의 압두라흐마네 티아니 장군과 마찬가지로 대통령 경호실장 출신이다. 하지만 정작 축출된 알리 봉고 온딤바 대통령의 친척으로서 막대한 부를 누려왔다는 점에서 ‘봉고 대통령 3연임 반대’라는 쿠데타 명분과 상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선거를 무시한 쿠데타로 약해질 대로 약해졌던 가봉 내 민주주의가 완전히 붕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봉은 하루 약 20만 배럴의 석유를 생산해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높은 1인당 국민소득을 기록하고 있지만, 인구 230만 명 중 3분의 1 이상이 빈곤선 이하의 삶을 살 정도로 부가 일부 계층에만 집중돼 있는 국가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 회복과 국제사회의 관심이 필수불가결한 상황이다. 프랑스24는 “가봉 내부에서는 일부 (독재에 대한) 해방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보다 군대의 의도를 훨씬 더 경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프리카 지역 전체적으로도 경고등이 켜졌다. 이번 가봉 쿠데타를 포함해 2020년 이후 3년 동안 서아프리카·중앙아프리카 지역에서만 8번의 쿠데타가 벌어지는 등 역내 정치적 혼란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아프리카 대륙 내 서방 민주주의 국가들의 영향력이 약해지는 대신, 중국과 러시아 등 권위주의 국가들의 입김이 강해지는 것이 주된 이유라는 분석도 나온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역내 불안정이 더해지고 있다”며 “니제르에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가봉에도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성명을 내고 “군사 쿠데타 시도를 단호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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