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도 초저온 바이러스 보관…"팬데믹 위기시 초고속 백신개발"
"우선순위 병원체 확보해 신속하게 백신·치료제 만들 것"
(청주=연합뉴스) 권지현 기자 = "고위험 병원체라던데, 저희 마스크 써야 하는 거 아니에요?" "병원체는 영하 80도에서 동결된 상태라 공기 중에 떠다니지 못하기 때문에 안전합니다."
지난 29일 기자단 견학을 담당한 국가병원체자원은행 관계자가 '바이러스 보존실'이라는 말에 웅성대는 기자들을 안심시키며 냉동고를 열자 하얗게 언 박스에서 SARS-Cov-2가 모습을 드러냈다. SARS-Cov-2는 코로나19를 유발하는 바이러스다.
충북 청주 오송에 있는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국가병원체자원은행은 세균, 진균, 바이러스, 원충 등 감염증을 일으키는 '병원체'를 확보해 연구에 쓰이도록 자원화하고 연구기관 등에 분양하는 기관이다. SARS-Cov-2를 변이주까지 확보해 분양하는 곳은 현재 국내에서 국가병원체자원은행이 유일하다.
연구원 국립감염병연구소 공공백신개발지원센터에서는 이렇게 보관되는 병원체를 이용해 백신후보물질을 생산하고 민간의 백신 개발을 지원한다. 센터는 고위험 병원체가 유출되지 않도록 '생물안전 3등급(BL3)' 승인을 받은 실험실에서 코로나, 결핵 바이러스 등을 연구 중이다.
국가병원체자원은행과 공공백신개발지원센터는 신종 감염병 바이러스 등에 대한 국내 백신과 치료제 개발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시설이다.
31일부터 코로나19가 '독감'과 같은 4급으로 감염병 등급이 내려가는 등 위험도는 많이 줄었고 일반인들의 관심도도 떨어졌지만, 또다시 닥칠 팬데믹에 대비해 이들 기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질병청은 지난 5월 발표한 신종감염병 대유행 대비 중장기계획안에서 우선순위로 선정한 코로나와 SFTS 등 호흡기·출혈열바이러스를 중심으로 팬데믹이 발생하기 전 백신·치료제를 신속개발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공공안보 감염병 백신을 선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감염병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국립감염병연구소 장희창 소장은 "국가병원체자원은행 보유 자원을 활용해 공공백신개발지원센터와 연구소에서 미래 팬데믹 발생시 초고속으로 백신을 개발하는 게 목표"라며 "임상 1상이 준비된 병원체는 100일, 그렇지 않은 병원체는 200일 이내 빠르게 개발이 가능하도록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또 국가첨단백신개발센터를 설립해 '백신 라이브러리'에 우선순위 병원체를 분류해 비축할 계획이다. 국내 백신개발 우선순위 바이러스는 코로나 외 SFTS, 인플루엔자, 라싸 바이러스 등 9가지다.
연구소는 메신저리보핵산(mRNA)백신 개발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mRNA백신은 유전정보가 담긴 물질을 이용해 우리 몸이 스스로 바이러스 단백질을 형성, 항체가 형성되도록 유도한다. 코로나 사태를 거치며 차세대 백신 기술로 인정받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개발되지 못했다.
장 소장은 "코로나19 범정부 실무추진위원회에서 mRNA 백신을 개발 플랫폼을 추진 중"이라며 "유망한 기업에 전임상 지원 등을 통해 2026년까지는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백신개발지원센터 김미영 연구관은 센터가 그동안 국산 1호 코로나 백신(SK바이오사이언스 스카이코비원) 개발 성과를 냈으며, mRNA 코로나19 백신 2개가 임상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치료제 분야에서는 미국 국립보건원과 공동으로 메르스 항체를 개발하고 국산 1호 코로나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셀트리온) 개발을 지원한 데 이어 인공지능(AI)을 통한 항바이러스 후보물질 발굴에 착수했다.
신종바이러스연구센터 김경창 과장은 "대량의 화합물 목록을 AI가 가상으로 분석해 단백질과 화합물의 상호작용을 예측하기 때문에 치료제 발굴에 소요되는 시간과 경비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이렇게 AI를 활용해 치료제 발굴에 있어서도 우선순위 병원체를 확보해 신속하게 항바이러스제 탐색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fa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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