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CFD, 실명 연동한다…증권사 '신용공여 한도'에 포함(종합)
신용공여 한도에 CFD 잔고 포함해 리스크 관리강화
(서울=뉴스1) 강은성 박승희 기자 = 주가조작에 악용되고 '깜깜이 빚투'를 늘린다는 지적을 받았던 차액결제거래(CFD)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앞으로 증권사의 신용공여 한도에 CFD 잔고가 포함된다. CFD에 대한 정보 공시를 강화하고 실명계좌 연동도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증권사가 높은 CFD 수수료를 챙기기 위해 과도하게 개인전문투자자 등록을 홍보하고 이벤트를 진행해 왔던 관행도 앞으로 금지된다.
31일 금융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CFD 관련 제도 보완장치가 9월1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CFD란 주식 등 실제자산을 직접 보유하지 않아도 가격변동분 차액만 결제하는 방식으로 투자하는 장외파생상품의 일종이다.
투자자 입장에선 적은 금액으로 레버리지 투자를 해 수익을 늘릴 수 있고, 증권사 입장에선 높은 수수료를 챙길 수 있어 CFD 투자가 빠르게 증가했지만, 지난 4월 검거된 라덕연 일당이 주가조작에 CFD를 악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불똥이 튀었다. 이에 금융당국은 8월31일까지 신규거래를 전면 중단하고 관련 제도를 보완해 왔다.
◇CFD 잔고·매매주체 공시…조세회피 등 막기 위해 실명연동
그동안 CFD는 정보공시가 투명하지 않아 사실상 '익명투자'처럼 여겨졌다. 개인투자자가 거래를 해도 거래 증권사가 외국계 증권사면 외국인이 매도매수 거래를 한 것처럼 표시됐다.
예를들어 CFD 매수량 2만주와 외국인 매수량 3만주가 있어도 투자자들에게는 외국인 매수량이 5만주인 것처럼 착시현상이 일어난다. 외국인 매수세가 강하게 들어온다고 생각한 투자자들이 잘못된 투자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또 종목별 잔고 등이 표기되는 신용융자와 달리 CFD 잔고는 공시가 되지 않아 반대매매 위험 등을 투자자가 인식하기도 쉽지 않았다.
대주주가 양도세나 지분공시 의무를 회피하는 수단으로도 악용됐다. 현행 세법은 상장주식 종목을 10억원 이상 보유하거나 주식 지분율이 일정 수준을 초과한 투자자는 대주주 요건에 해당되어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20~25%의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데, 대주주가 CFD와 총수익스와프(TRS)를 활용하면 기초주식에 대한 소유 주체가 드러나지 않아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을 경감하는 사례가 있었던 것이다.
이에 금융위는 주식 매매거래 시 해당 거래가 CFD 거래인지를 표기하고, CFD 거래일때도 개인, 기관, 외국인 등 현 주식 매매거래와 동일하게 투자자 유형을 표기하도록 개선했다. 이를 통해 투자자 오인을 방지하고 정확한 투자 정보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또 전체 CFD 잔고 및 개별 종목별 CFD 잔고도 투자참고지표로 공시한다. CFD 잔고가 지나치게 많으면 신용공여 잔고 표시처럼 투자자들이 '반대매매' 위험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전체 CFD 잔고는 금융투자협회 종합통계포털에서 매 영업일 장 종료 후 전일 기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종목별 CFD 잔고는 증권사별 전산 준비가 완료되는 대로 HTS·MTS에 순차적으로 반영된다. 9월 중으로 전체 증권사 HTS·MTS에 반영될 예정이며, 전체 증권사의 전산 개발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전일 기준 종목별 CFD 잔고정보가 매일 금융투자협회 홈페이지에 게재된다.
아울러 익명성을 악용한 조세회피, 주가조작 등을 막기 위해 거래소는 실명계좌와 CFD 계좌를 연동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조세회피나 통정거래를 더욱 정밀하게 감시할 수 있도록 거래소 TR 보고항목에 실제투자자의 계좌정보를 추가해 시장감시 활용도를 제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증권사 자기자본 규제에 CFD 포함…판촉활동 일체 금지
금융위는 증권사의 CFD 규제를 강화하고 운영 관행도 손봤다.
우선 증권사 신용공여 한도에 CFD도 포함한다. CFD는 장외파생상품이기 때문에 신용융자와 달리 증권사의 자기자본 규제에서 누락돼 있었다. 이 때문에 리스크 관리 사각지대에 놓였던 것이 사실이다.
금융위는 CFD도 신용공여 한도에 포함해 증권사 자기자본의 100% 이내에서 관리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신용융자와 레버리지투자인 CFD는 '실질'이 유사하기 때문에 '동일 서비스 동일규제' 원칙에 따라 신용융자와의 규제 차익을 해소한다는 의미도 담았다.
이렇게 되면 증권사 입장에선 무분별하게 CFD 판매를 늘릴 수 없다. 현재 신용공여의 경우 자기자본의 100%에 육박할 경우 증권사가 자기자본 규제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신용공여 자체를 중단하는 방식으로 비중을 조절하고 있는데, CFD 비율까지 포함하면 증권사가 이 역시 신용공여처럼 자기자본 내에서만 CFD를 취급해야 한다.
아울러 증권사가 CFD 수수료 수익을 늘리기 위해 개인전문투자자 지정신청을 권유하는 일체의 행위도 금지된다.
금감원의 조사에 따르면 일반 주식거래수수료와 CFD 거래 수수료는 1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은 수수료 수익을 얻을 수 있는 CFD 거래를 독려하고 개인전문투자자 등록을 위한 과도한 이벤트나 판촉 활동, 개인전문투자자에 대한 과장광고를 하기도 했다. 앞으로는 이같은 이벤트나 판촉활동이 금지되는 것이다.
행정지도 형태로 운영해 오던 CFD 최소 증거금률(40%) 규제도 상시화된다. 증권사의 신용공여 한도에 CFD 취급 규모도 포함된다. 11월 말까지는 CFD 규모(증거금 제외)의 50%만 반영, 12월 1일부터 100% 반영하게 된다. 업계에서도 CFD 관련 리스크 관리 모범규준을 마련, 시행함으로써 앞으로 증권사들의 CFD 영업에 따른 리스크 관리도 강화될 것으로 금융위는 예상했다.
금융위는 "이번에 변경되는 제도가 시장에 잘 정착될 수 있도록 증권사들의 CFD 관련 건전한 영업행위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는 한편, 회사별 리스크 관리 실태와 시장동향도 밀착 모니터링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개인전문투자자 잔고 3억으로 상향…1년 이상 경력 있어야 거래
아울러 이번 제도 개편에서 당국은 '개인전문투자자' 자격도 강화했다. 당국이 지난 2019년 벤처 ·모험자본 활성화의 일환으로 CFD에 투자할 수 있는 개인전문투자자 자격을 대폭 완화했는데, 결국 지나치게 낮아진 문턱이 무분별한 레버리지 투자를 유도하고 주가조작 악용까지 일어났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앞으로 개인전문투자자가 CFD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종전 5000만원 이상이었던 금융투자 잔고를 3억원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당초 당국이 잔고기준을 5000만원을 낮추면서 고위험 상품에 대한 인지없이 무분별한 레버리지 투자, 즉 '빚투'를 늘렸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를 다시금 강화한 것이다.
또 개인전문투자자는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충분한 투자경험을 갖췄음을 증권사로부터 확인받아야 한다. 지정요건인 최근 5년내 1년 이상의 기간에 지분증권, 파생상품, 고난도 파생결합증권에 대한 투자 경험이 있어야 거래가 가능하다.
당국은 이같은 거래요건을 적용할 경우 현재 개인전문투자자 중 22%만 CFD 거래가 가능하게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esth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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