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8월 언어’[뉴스와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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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을 출입하는 기자들은 8월 들어 더 선명한 기사를 쓰고 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 언어에 대해 "국제 정세가 급변하고 대외 경제 환경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다급함이 묻어난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의 다급함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지만, 리더의 언어는 극도로 절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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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을 출입하는 기자들은 8월 들어 더 선명한 기사를 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TV·유튜브에 나오는 정치 평론가 못지않게 간명하고 자극적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8일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철 지난 엉터리 사기 이념이다. 회계가 분식이다. 나라가 거덜 나기 일보 직전”이라며 자극적 언어로 전 정부를 비판했다. 25일 ‘국민통합위원회’에서는 “사기적 이념에 굴복하는 것은 결코 진보가 아니다”라고 했다. 통합을 이루자는 행사 취지를 생각하면, ‘사기적 이념’이란 말의 파급력은 워딩 그 이상이었다. 1일 국무회의에서도 “이권 카르텔은 반드시 깨부수어야 한다”고 했다. 박살, 제거를 뜻하는 ‘깨부수다’ 워딩이 담긴 기사들은 이날 신문·방송·포털사이트를 도배했다.
대통령의 언어가 왜 이처럼 격해지는 것일까. 이에 대해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집권 1년이 안 된 시점부터 탄핵을 거론하는 게 저쪽 사람들”이라고 했다. 이를 풀면, 처음부터 윤 대통령은 ‘8월의 언어’를 쓸 생각은 없었다. 협치, 통합 등 민주주의의 기본에 충실할 생각도 있었고, 충실히 노력했다. 그러나 야당은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악마화’하고 ‘정략적 발목잡기’를 지속했다. 이 상황에서 바보처럼 당하고만 있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무위에 그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 시도도 결과와 상관없이 매우 예민하게 받아들였다. 이 장관을 탄핵하듯, 꼬투리 잡아 대통령 탄핵까지 시도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최근 윤 대통령의 “새가 날아가는 방향은 딱 정해져 있어야 왼쪽 날개와 오른쪽 날개가 힘을 합칠 수 있다” “점잖게 이야기해서 될 일이 아니다”는 발언은 집권 1년 3개월여간 상대한 야권에 대한 결론이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 언어에 대해 “국제 정세가 급변하고 대외 경제 환경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다급함이 묻어난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의 다급함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지만, 리더의 언어는 극도로 절제돼야 한다. ‘절제된 언어가 대통령의 첫 번째 자질’(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대통령의 자격’)이라는 말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감정적 언어를 쓰는 대통령을 좋게 볼 국민은 많지 않다. ‘깨부수어야 한다’고 하는 순간, 정책 타협의 지점은 사라진다. 남는 건 엄정한 법적 제재 정도다. ‘사기적 이념’이라고 하는 순간, 상대와의 통합은 물 건너간다. 이 이념을 따르는 국민은 자유, 책임 등 보수의 핵심 가치를 사납게 공격한다.
결정적으로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책의 결과물이 좋지 않을 경우, 대통령이 안아야 할 책임의 범위는 넓어지고 수습의 시간은 길어진다. 또, 시원하고 간명한 대통령의 언어가 ‘대통령 편’으로 분류되는 대상에는 향하지 않는다고 대중이 판단하면, 문재인 정권의 상징인 ‘내로남불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 대통령의 언어는 국민을 향한 고도의 정치적 행위다. 이를 구성하는 언어는 반드시 ‘정제된 설득과 소통의 언어’여야 한다. 이 언어는 새의 왼쪽 날개와 오른쪽 날개가 한 방향으로 날갯짓하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9월의 대통령 언어는 조금은 달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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