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산업활동 ‘침체’, 정부는 일시적이라는데… “경기회복 어렵다” 신호 곳곳
기재부 “기상 악화 등 일시 요인 상당”
선행지표 호조지만 경기 회복 ‘물음표’
“반도체 물량으로 수요 회복 판단 무리”
지난달 산업활동을 나타내는 생산·소비·투자 지표가 일제히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정부는 유독 자주 내린 비 등 기상 여건으로 인한 ‘일시적 부진’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8월에도 이미 한국의 수출 부진이 예견된 데다, 강수가 지난달 못지않게 잦았다는 점에서 산업활동 지표의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반기 정부가 기대한 경기 회복세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7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全)산업 생산과 소매판매(소비), 그리고 설비투자 지표는 각각 지난 6월 대비 0.7%, 3.2%, 8.9% 감소를 기록했다. 세 지표의 이른바 ‘트리플 감소’는 올해 1월 이후 6개월 만의 기록이다.
◇ ‘트리플 감소’ 산업 성적표에 기재부 “일시적”
정부는 이런 부진이 일시적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7월 산업활동동향 평가’ 보도자료를 내고 “7월 전산업 생산은 월별 변동성이 큰 공공행정 제외 시 보합 수준의 감소이고, 소매판매와 설비투자의 경우 다소 조정을 받았지만 기상 악화와 차량 개별소비세(개소세) 변동 등에 따른 일시적 요인에 상당 부분 기인한다”며 “기조적 회복 흐름은 지속되고 있다”고 봤다.
정부 말대로 일단 선행지표 흐름은 좋다. 향후 경기를 단기로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9.3(2020년=100)으로 전월보다 0.4p 상승해 3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를 구성하는 총 7개의 지표 중 건설수주액이 0.3% 감소했으나, 재고순환지표·경제심리지수·기계류내수출하지수·수출입물가비율·코스피·장단기금리차 등 6개가 ‘플러스(+)’를 기록하면서다.
하지만 경기 회복이라고 볼 수 없는 여건들이 곳곳에 산적한 현실이다. 우선 정부가 이번에 일시적 요인으로 바라본 기상 여건은 8월에도 좋지 않았다.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에 따르면, 7월 서울 지역의 강수일수는 19일이었는데 8월에도 13일에 이른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날씨가 안 좋은 영향도 있었으나, 그것이 부진한 성적을 100% 다 설명할 수 있는 요인은 아니다”라며 “침체 폭이 너무 크다”라고 이야기했다.
◇ “반도체 물량 ‘반짝’ 반등, 수요 회복 아냐”
수출 부진도 계속되고 있다. 관세청이 집계한 8월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월별 집계 결과도 부진이 예상된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이코노미스트 설문조사를 통해 “한국의 8월 수출이 작년 같은 달보다 11.6% 감소해 11개월 연속 줄어들 것”이라며 “무역수지는 4억달러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반도체 수출 ‘물량’ 회복을 근거로, 수출 반등 조짐이 나타난다고 계속해서 주장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반도체 물량이 회복세에 있어 불황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이번 산업동향 평가 자료에도 반도체 수출 물량의 증가세를 담았다. 전년 동월과 비교해 지난 6월 8.1%, 7월 21.6%, 8월 4% 상승했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반도체 경기가 회복하는 신호로 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주원 실장은 “우리 반도체를 사서 뭔가를 만드는 국가와 기업들에 주로 반도체 수출을 하는데, 지금 가격이 많이 떨어져 있다 보니 ‘쌀 때 좀 많이 사두자’는 의미로 반등한 것일 뿐”이라며 “우리나라 반도체의 54%가 중국으로 들어가는데 중국 경제의 뚜렷한 회복 조짐이 없다”고 했다.
이어 “최근 이렇게 물량이 ‘반짝’ 는 것을 가지고 반도체 경기가 살아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기재부는 “최근 중국 부동산 사태 등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국내외 경제동향을 면밀히 점검하겠다”며 “하반기 성장 모멘텀 보강을 위한 내수 활력 제고, 중국인 관광 활성화, 품목별 수출지원 강화 등 정책 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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