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상상인저축은행에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

업계 7위… 사실상 매각 수순
저축은행 구조조정 본격화 신호

저축은행업계 7위인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이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주인이 바뀔지 주목된다. 지방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시작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지만, 상상인이 행정소송으로 맞설 가능성이 커 당장 인수·합병(M&A)이 진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31일 금융당국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정례회의에서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을 소유한 상상인에 대해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을 내렸다. 대주주가 재무상태와 출자능력, 신용 등 자격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상호저축은행법에 따르면 적격성 충족 명령은 6개월 내 기간을 두고 내릴 수 있는데, 금융위는 상상인에 2주 이내에 충족 계획을 보고하라고 명령했다. 금융위는 상상인 유준원 대표에게 보유 주식 10%만 남기고 나머지를 처분하라는 명령을 내릴 것으로 관측된다.

유 대표는 앞서 금융위의 직무정지 처분 때도 불복 소송을 제기한 바 있어 이번에도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둘러싸고 법적 분쟁이 예상된다. 금융위는 지난 2019년 유 대표에 대해 직무정지 3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상상인이 영업구역 내 신용공여 의무 비율을 지키지 않았음에도 허위보고하고, 전환사채 공매를 형식적으로 진행해 대주주가 저가에 매수할 수 있도록 했다고 봤다.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이 신용 한도를 초과해 381억 원의 불법 대출을 해준 혐의로 과징금 15억 원도 부과했다. 유 대표는 징계 취소 소송을 냈으나, 대법원은 지난 5월 금융위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자산 합계가 4조7994억 원으로 업계 7위 규모인 두 저축은행이 사실상 매각 수순을 밟게 되면서 지방 저축은행 M&A 시장이 열리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위가 지난달 저축은행 영업 구역을 최대 4개로 확대하면서 합병 규제가 완화되기도 했다. 저축은행 규모 확대에 관심을 보여온 우리금융지주가 인수에 관심을 보일지 주목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상인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지만, 대법원이 이미 대주주 결격이라고 판단해 승소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는다”며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은 인천·경기가 업권이라 매력적인 인수 대상”이라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focu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