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임의 정치학[오후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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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다리는 주로 현수교다.
다리 양쪽 말뚝(앵커리지)과 중간 주탑을 쇠밧줄(케이블, 와이어로프)로 연결한다.
압축력의 주탑과 인장력의 케이블을 이은 꼬임의 연결이 현수교를 지탱한다.
공원 벤치에 드리운 등나무 그늘은 꼬임이 만드는 연결성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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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다리는 주로 현수교다. 다리 양쪽 말뚝(앵커리지)과 중간 주탑을 쇠밧줄(케이블, 와이어로프)로 연결한다. 그 발명의 시작은 꼬임이었다. 강선을 새끼줄처럼 꼰 와이어로프다. 압축력의 주탑과 인장력의 케이블을 이은 꼬임의 연결이 현수교를 지탱한다. 선구자는 독일 태생의 미국 이민자 존 로블링이다. 와이어로프가 나왔다는 소식에 이를 적용해 현수교 기술을 발전시켰다고 한다. 그의 걸작이 미국 뉴욕의 명물 중 하나인 브루클린 브리지(1883년 건설)다. 고딕 양식의 석탑과 강철이 만난 다리는 미학적인 완성미까지 더해져 지금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렇듯 꼬임은 역학적으로 유용하지만, 사회적으론 부정적일 때가 많다. ‘갈등’이라는 단어가 그러하다. 한자로는 칡(葛)과 등나무(藤)의 합성이다. 꼬임의 방향이 왼쪽인 칡과 오른쪽인 등나무가 얽힌 것이다. 이를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목표나 이해관계가 달라 서로 적대시하거나 충돌하는 상태’에 비유했다. 갈등은 개인, 조직, 지역사회, 국가가 모두 겪는 원초적 문제다. 알렉산더처럼 꼬임의 끝판왕 같은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칼로 잘라버렸다고 해서 갈등의 근원이 사라지진 않는다. 그 꼬임에도 생명의 특성과 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칡과 등나무 줄기는 수직 압박에는 약하나 탄성이 강하고 질겨 쉬 꺾이지 않는다. 공원 벤치에 드리운 등나무 그늘은 꼬임이 만드는 연결성의 힘이다. 이솝우화에서 농부가 아들들에게 “뭉쳐야 산다”를 알려 주려 한 ‘막대기 다발’ 이야기도 꼬임의 역학을 알았다면 이렇게 달라졌을지 모른다. “너희가 꼬여 있을 땐 누구도 덤비지 못한다. 흩어지면 파멸이다”라고 말이다. 꼬여 있다는 것 자체가 아니라 연결성과 방향성의 본질을 파악하고 어떻게 통제하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정치 갈등을 빗대 “새는 날아가는 방향이 같아야 오른쪽 날개와 왼쪽 날개가 힘을 합쳐 그 방향으로 날 수 있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다만, 새들이 V자 대형으로 나는 데는 리더가 이끄는 방향만이 아니라 새들 간에 협력과 연결이 필요하다. 한 줄로 세워 평행선을 그리는 배척이 아니라, 엉클고 헝클어져 보여도 단단한 꼬임의 지혜가 전체의 힘을 견인하는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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