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주담대' DSR산정은 40년으로..대출한도 수천만원 줄어
시중은행 "50년 주담대 재정비해 출시..수요는 줄어들 것"
연 소득 6500만원(2023년 4인가구 중위소득)인 대출자 A씨. A씨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이하 규정에 따라 연간 원리금 상환 가능 금액은 2600만원이 최대 수준이다. A씨가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기존 방식대로 DSR산정 과정에서도 만기 50년이 모두 인정되면 대출 금리 4.5%를 기준으로 빌릴 수 있는 대출한도는 최대 5억1600만원이다. 이때 월 상환액은 216만4051원, 연 상환액은 2596만8612원으로 DSR은 약 40%다.
그러나 앞으로 A씨는 50년 주담대를 받더라도 DSR산정 과정에서는 40년에 걸쳐 갚는 것으로 가정돼 같은 금리에서 대출 최대 한도는 4억8100만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새 방식에서 월 상환액은 201만7265원, 연 상환액은 2420만7180원으로 역시 DSR은 약 40%로 같다.
A씨 경우처럼 앞으로는 50년 주담대를 받아도 DSR 계산 과정에서는 40년에 걸쳐 갚는 것으로 가정해 결과적으로 대출한도가 줄어들게 된다. 50년 주담대가 가계대출 급증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금융당국이 칼을 빼 든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50년 만기 주담대의 수요가 급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
8월 31일 금융권 및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전날 가계대출 관련 실무회의를 개최했다. 여기에는 최근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많이 판매한 카카오뱅크·NH농협은행·수협은행·KB국민은행·하나은행 등의 대출 담당 임원(부행장)과 은행연합회 임원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금융당국측에서는 가계대출 규제 방안 중 하나로 50년 만기 주담대의 약정 만기(50년)를 유지하되 DSR 산출 만기는 40년으로 축소하도록 구두지침을 전달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들에게 의견수렴을 받은 뒤 해당 안이 확정되면 은행업감독업무 시행세칙을 개정해 빠른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정 만기를 40년으로 정한 이유에 대해 금융위 측은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기 전 최장 만기 상품이 40년 만기 주담대라는 점을 감안했다"며 "50년 만기 주담대가 DSR 규제 우회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50년 만기 주담대는 원리금을 50년에 걸쳐 상환할 수 있는 대출 상품이다. 지난 1월 수협은행이 선보인 뒤 7월 들어 5대 은행 등도 줄줄이 내놨다.
만기가 길어질수록 대출자가 갚아야 할 전체 원리금은 늘어나지만, DSR이 1년 단위로 소득 대비 원리금 감당 능력을 보기 때문에 당장 현재 대출자 입장에서는 전체 대출 한도를 늘릴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당국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DSR 우회 수단'으로 지목하는 이유다.
50년 주담대 규제 방안이 연령제한이 아닌 DSR산정 주기로 정해진 건 역차별 논란에 대한 부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 금융당국이 50년 만기 초장기 상품을 가계대출 재증가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연령 제한' 가능성이 거론되자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셌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주택구입 실수요자들이 대부분 40대 이상이다 보니 역차별 논란이 거셌다"며 "여론이 심상치 않자 당국도 연령제한 보다는 DSR산정주기를 손보는 것으로 방향을 튼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의 지침이 확정되면서 50년 주담대를 일시 중단하는 등 우왕좌왕했던 은행권은 50년 주담대 상품을 재정비해서 다시 판매에 들어갈 방침이다. 다만 DSR산정 주기가 40년으로 산정돼 대출한도가 줄어든 만큼 이전처럼 수요가 많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에서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시행을 당부한 만큼 관련 부서에서 서둘러 상품을 재정비해 다시 내놓을 것"이라며 "대출한도가 줄어들어서 과거와 같은 쏠림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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