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세 미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또 30초간 ‘얼음’
지난 7월말에도 비슷한 상황 연출
의사들, 미니 뇌졸중·간질 등 관측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81)가 30일(현지시간) 기자회견 도중 갑자기 30초 간 말을 잇지 못하고 얼어버렸다. 지난 7월말 이후 한 달여 만에 또 다시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면서 올해 81세인 매코널 대표의 건강 문제가 재차 미 정가의 관심사로 부상했다.
매코널 대표는 이날 자신의 지역구인 켄터키주 커빙턴의 노던켄터키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026년에 (상원의원에) 재도전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잘 안 들렸다”면서 두 차례나 질문을 다시 해달라고 하더니 가볍게 웃고는 “오, 그러니까, 어…”라고 한 뒤 더 이상 답변을 이어가지 못했다.
미 언론들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매코널 대표는 입을 꽉 다물고 다소 멍한 표정으로 앞을 응시한 채로 10초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보좌관은 “죄송하지만 잠시 시간이 필요하다”고 경호원을 불렀고, 매코널 대표는 목을 가다듬은 뒤 “괜찮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후 기자회견이 재개됐지만 매코널 대표의 답변이 경직된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매코널 대표 측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매코널 대표가 일시적으로 머리 어지러움을 느꼈고 그래서 기자회견 도중 잠시 멈춘 것”이라고 밝혔다.
매코널 대표는 앞서 지난 7월말 연방 의회 정례 회견 도중에도 20초 가까이 말을 하지 못한 바 있다. 지난 3월에는 워싱턴의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열린 모금행사 도중 넘어져 치료를 받느라 수주간 의회를 비우기도 했다. 이후에도 최소 두 차례 낙상 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매코널 대표 측은 구체적 언급을 피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기자회견 영상을 본 신경과 전문의들이 매코널 대표가 미니 뇌졸증(일과성 뇌허혈 발작)이나 간질, 부분 발작 등을 앓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상원의 최장수 원내사령탑인 매코널 대표는 물러날 생각이 없다고 밝혀 왔다. 1985년 상원의원이 된 그는 38년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매코널 대표는 2024년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상원의원 선거에서 공화당의 상원 재탈환을 노리고 있다. 매코널 대표의 건강 문제와 상원 공화당 지도부 교체 가능성이 다음주 재개되는 의회 회기의 화두가 될 것으로 폴리티코는 전망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80)보다 한 살 많은 매코널 대표의 건강 논란이 불거지면서 ‘바이든-트럼프’ 리턴매치 가능성이 높은 2024년 대선을 비롯해 미 정치권의 고령화 문제도 다시금 조명받는 분위기다. 이미 역대 최고령 대통령 기록을 갈아치운 바이든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할 경우 임기를 마칠 때 86세가 되고, 공화당 대선 주자 중 1위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76)도 당선될 경우 퇴임 시 82세다.
90세의 최고령 상원의원 다이앤 파인스타인 의원(민주당)에게는 인지 능력 저하 등을 이유로 사임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 그는 지난달 상임위 투표에서 ‘예’ 또는 ‘아니오’로 답해야 할 시점에 돌연 법안 낭독을 이어가 논란이 됐다.
현재 118대 의회 상원의원의 평균 연령은 65세로 역대 가장 고령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원의원 100명 중 60세 이상이 68명이다.
2022년 유고브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58%는 정치인 연령제한을 지지하고 있으며, 70세를 적절한 기준으로 여기는 사람이 가장 많았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현재 미국 상원의원 중 30%는 공직을 맡을 수 없다. 실제로 기업 등 민간 영역에서는 퇴직 연령이 있지만 유독 의회에서는 이같은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짚었다.
다만 직무평가나 건강검진 결과에 따른 것이 아니라 연령을 이유로 출마 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연령 차별이라는 윤리적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다고 더컨버세이션은 전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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