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미에게 '마스크' 밖 세상은 한나, 주경과 달랐다

아이즈 ize 신윤재(칼럼니스트) 2023. 8. 3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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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신윤재(칼럼니스트)

'마스크걸', 사진=넷플릭스

지난 18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이 화제다. 이 드라마는 한국사회에 만연해있는 외모지상주의, 천박한 자본주의 그리고 맹목적인 가족 이기주의의 모습을 버무렸다.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원작 특유의 음습한 분위기를 극한으로 끌어올려 7부작으로 펼쳐놨다.

'마스크걸' 극을 관통하는 소재는 바로 '마스크'다. 마스크는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모습을 가리는 도구이자 또 다른 자아로 변신하는 도구다. 극의 주인공인 김모미는 어린시절부터 가수로서의 끼와 재능을 가졌지만, 모두의 기대에 부합하는 외모를 갖지 못해 욕망이 안으로만 갈무리된 인물이다. 그의 욕망은 마스크를 통해 매일 밤 '마스크걸'이라는 춤을 추는 BJ로서의 활동으로 발산되며, 그 모습을 욕망하는 또 다른 무리를 양산한다.

그런데 꼭 마스크만이 욕망발산의 소재로 쓰이는 게 아니다. 극에는 비슷하게 성형 역시도 그런 역할을 한다. 극의 김모미(이한별)와 김경자(염혜란)은 비슷하지만 다른 이유로 성형을 한다. 김모미는 결국 주오남(안재홍)을 살해한 후 그 혐의를 피하기 위해 또 다른 김모미(나나)로 변신하고, 김경자 역시 복수를 위해 김모미를 살해하려다 실패한 후 다시 김모미의 뒤를 쫓기 위해 성형수술을 감행한다.

이 작품에는 마스크만큼이나 성형에 대한 메타포가 즐겨 쓰인다. 4회에 등장하는 김춘애(한재이) 역시 인생역전을 위해 성형을 한다. '마스크걸'은 이렇게 자신의 처지를 가리거나 위험을 피하기 위한 마스크의 서사가 자주 등장한다.

'미녀는 괴로워', 사진=KM컬쳐

외모 때문에 괴로워하던 주인공이 어떠한 계기를 통해 변신을 하고, 이 때문에 벌어지는 일을 다루는 작품은 지금까지 적지 않았다. 그중에서 가장 인기를 얻었던 작품이 2006년 개봉했던 영화 '미녀는 괴로워'였다. 역시 원작만화가 있었던 이 작품은 노래는 잘 하지만 외모와 몸무게가 연예계의 기준을 밑돌았던 한나(김아중)가 전신 성형을 통해 제니로 변신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또 한 편 있다. 2020년 tvN에서 방송된 '여신강림'이 그러한 내용이다. 외모 콤플렉스가 있는 주경(문가영)이 화장을 통해 여신의 미모가 되면서 자존감을 회복하는 내용이다. 이 두 작품에서도 성형 또는 그에 준하는 변신의 기술인 화장이 주인공의 내면까지 바꾸는 소재로 작동한다.

다 외모지상주의를 꼬집는 내용이었지만 그 흐름을 달랐다. '미녀는 괴로워'의 제니는 성공을 이뤘지만 계속 한나 때부터 품어오던 상준(주진모)에 대한 마음과 진실을 말할 수 없는 갈등으로 괴로워한다. 결국 그의 정체는 밝혀져 성형으로 가렸던 진실이 드러났지만 오히려 한나의 진실된 마음이 대중을 감화시킨다는 결말로 흐른다.

'여신강림' 역시 달라진 자신의 외모로 이중생활을 하는 주인공이지만, 수호(차은우)와의 연애를 통해 결국 자신감을 찾고 자신을 가리고 있던 '화장'이란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세상으로 나아간다는 결말로 흐른다. 지금까지 '마스크'를 소재로 한 작품들은 이렇게 마스크가 자존감의 회복을 뜻했지만 결국 굴레가 돼 이를 벗어야 하는 인물로 그려졌다.

'여신강림', 사진=tvN

하지만 '마스크걸'의 마스크는 마스크를 벗는 순간 자존감은 물론 생명으로서의 존엄이 오가는 사건을 빚어낸다. 마스크 속 얼굴을 보려던 이와 술을 마시던 모미(이한별)는 결국 그를 겁탈하려던 남자와 몸싸움을 벌이다 우발적 살인을 벌이게 되고, 자신을 스토킹하던 오남의 처리로 다시 오지 못할 다리를 건넌다. 그는 결국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오남마저 살해하고 영원히 마스크 안으로 유폐되는 길을 택한다.

모미의 그런 결정은 또 다른 마스크를 쓰는 경자의 존재로 비화된다. 또한 또 다른 마스크를 쓴 춘애도 결국 살해당하고 말아 연쇄적인 비극을 맞이한다. '마스크걸'의 마스크는 자존감을 살려주지만, 이를 벗으려면 비정한 운명도 감당해야 하는 버거운 상대로 묘사된다. 극에서는 비극성이 강화됐지만, 비대면의 폭력들이 일상화된 지금의 상황에서는 '미녀는 괴로워'나 '여신강림'의 낭만보다, '마스크걸'의 비극이 더 공감에 있어 효과적일지 모른다.

스위스의 정신의학자이자 분석심리학자 카를 융은 '페르소 이론'을 통해 사회적으로 내세우는 가면을 상정했다. 우리는 원래 얼굴로 서로 마주보긴 하지만 안색과 말, 행동들을 바꾸면서 사회가 필요로 하는 다른 얼굴을 만들어낸다는 이야기다. 누구나 경험했을 억지로 만들어낸 미소, 동정, 분노 등은 이 이론으로 설명된다.

'마스크걸'은 그 페르소나의 극단적인 상황을 보여주고 전개했다. 비록 후반부로 갈수록 작품이 평범한 복수극으로 전락하지만, 초반부 가면 속의 얼굴과 그를 바라보는 이들 사이에서 잉태되는 비극은 '마스크걸'이 왜 이 시대에 흥행으로 공감을 받는지 이유를 보여줬다. 우리들의 가면은 다른 드라마처럼 마냥 낭만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벗으면 어떻게 될지도 모를 '마스크걸'처럼 공포의 이유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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