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규제 때문에 한국, 중국 못 이긴다” AI기업의 한숨
韓, 개인정보보호탓 경쟁력 뒤처져
“중국 기술력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인공지능(AI) 분야만큼은 한국은 물론 어떤 선진국도 중국을 쉽게 이길 수 없을 것입니다.”
국내 한 서비스 AI 개발업체 대표의 토로다. 이유는 간단하다. AI 기술 진화는 빅데이터의 학습에 달렸다. 최대한 많은 학습을 단기간에 이뤄내는 게 핵심이다.
중국은 국가 주도로 15억명 데이터를 AI 기술 개발에 널리 활용 중이다. 때문에 AI업계에선 “평생 중국을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란 한탄도 나온다. 특히, 중소 AI기업일수록 고민이 깊다. 개인정보 보호 장벽에 막혀 기술 개발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호소다.
개인정보 보호의 딜레마다. 개인정보를 중시할수록 AI 기술 개발은 어렵고, 그렇다고 무작정 개인정보를 공개하면 또다른 부작용이 예견된다.
AI 기술이 국가 경쟁력으로 부각될수록 이 같은 딜레마는 심화될 수밖에 없다. 결국, 적절한 수위를 찾는 과정이 불가피하다. 업계에선 최소한 정부도 이 같은 현실을 인식하고 지속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이대로 방치하다간 AI산업 경쟁력이 계속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A기업은 종업원 30명 규모의 영상기반 사회안전 중소 AI 업체다. 폐쇄회로(CC)TV에 AI 기술을 적용, 범죄나 사고 등을 예방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A기업은 요즘 AI기술 개발을 위해 때아닌 ‘연기자’를 고용하고 있다.
AI 기술엔 다양한 영상 데이터의 학습이 필수인데, 국내에선 이런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 A기업 관계자는 “불가피하게 연기자를 섭외, 연기자가 다양한 상황을 직접 연기하는 방식으로 AI 학습용 영상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개인정보보호법에선 얼굴 정보를 민감 정보로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이를 연구에 활용하려면 개인 동의를 받아야 한다. 현실적으로 이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결국 선택한 게 연기자의 연기 영상. 이 관계자는 “엄청난 시간과 비용도 들지만, 이미 정해진 상황만 연기해 학습하기 때문에 다양한 사례를 학습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중국은 이미 전 세계에서 AI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비결은 역설적으로 개인정보 보호 수위가 낮아서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2019년부터 이동통신 가입 때 얼굴 정보를 등록하고 있다. 전국에 CCTV를 6억대 이상 설치·운영하고 있으며, 정부 차원에서 AI기술 기업과 협업해 안면인식 기술을 확대하는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15억명의 개인정보를 스스럼없이 활용하는 중국기업에 AI연구는 ‘땅 짚고 헤엄치기’란 말까지 나온다”고 했다.
업계도 중국과 같은 AI 개발 환경까지 바라진 않는다. 다만, 문제는 현 규제 내에서도 상황에 따라 자의적 해석이 이뤄진다는 데에 있다.
한 중소 AI업체는 축제 등에서 대규모 인파사고의 위험을 예측하는 AI 시스템을 개발하려 했다. 이에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CCTV 영상 내 사람을 점으로 대체, 개인정보를 식별할 수 없는 데이터를 요청했다. 하지만, 해당 지자체는 개인정보 보호에 따라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이는 현행 법으로도 가능한 범주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현 개인정보보보호법 제17조에 따르면, 개인정보를 암호화하는 등 안정성 조치를 했을 경우 통계작성이나 과학적 연구 등에 정보주체 동의 없이도 개인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등 관련 단체도 이 같은 현실을 개선해야 할 ‘킬러규제’로 보고 있다. 구체적으론 CCTV 영상에서 개인정보를 식별할 수 없도록 처리했는지 여부를 검증할 기관 등을 지정하고, 이렇게 처리된 CCTV 영상은 연구목적으로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기중앙회 측은 “구체적인 영상정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공공기관 등에서 영상정보 빅데이터 제공이 적극적으로 이뤄지도록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김상수 기자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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