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3사 ‘방송 중단’ 도미노 통보
실적 악화에 수수료 부담은 증가
홈쇼핑업계와 유료방송사업자(SO) 간 송출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업계에서는 송출수수료 갈등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번 다툼은 예전과는 다른 양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양측의 유례없는 대치 국면이 자칫 파국으로 치닫지 않을까 업계에서는 우려하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홈쇼핑·CJ온스타일·현대홈쇼핑(가나다순) 등 주요 홈쇼핑업체는 최근 SO와 송출수수료 협의 과정에서 LG헬로비전과 딜라이브 강남 등에 방송 중단을 통보했다. 송출수수료란 홈쇼핑사가 SO에게 채널을 사용하는 대가로 지불하는 금액이다.
CJ온스타일은 “송출수수료 기본 협의 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계약 종료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르면 10월부터 서울(양천구·은평구)과 경기(부천·김포·의정부·양주·동두천·포천·연천), 강원, 충남, 경북 등 23개 지역에서 LG헬로비전에 가입한 시청자는 CJ온스타일을 볼 수 없게 된다.
앞서 현대홈쇼핑도 LG헬로비전에 9월 말 이후 방송 송출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고, 롯데홈쇼핑도 딜라이브 강남 케이블티브이에 10월 1일부터 방송 송출을 중단하겠다고 고지했다.
이 같이 송출수수료를 둘러싼 홈쇼핑사와 SO 간의 갈등은 협상 과정에서 매번 불거졌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송출수수료 협상 과정에서 매번 양측의 의견차가 팽팽했고, 방송 송출 중단 등을 하나의 협상카드로 내세우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며 “이번처럼 홈쇼핑사가 도미노처럼 방송 중단을 선언한 경우는 없었다. 내부적으로 ‘더 이상은 못 버틴다’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내부 분위기를 설명했다.
실제로 과거 사례와 이번 사태의 갈등을 살펴보면 양상이 다르다. 예전에는 기존 채널을 사수하되, 수수료를 낮추는 것이 기본 전략이었다. 특히 데이터홈쇼핑(T커머스)이 부상하던 2010년대 말에서 2020년대 초에는 앞 채널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까지 펼쳐졌다. 그만큼 수수료 부담에도 ‘울며 겨자 먹기’로 앞 채널을 차지하는 것이 중요했던 것이다.
뒷 번호로 밀렸던 홈쇼핑채널이 다시 앞으로 이동한 사례에서 이런 점이 드러난다. 2018년 롯데홈쇼핑이 협상 과정에서 4번을 SK스토아에 빼앗기고 30번으로 밀려났다. 현대홈쇼핑도 2019년 LG유플러스에서 10번에서 28번으로 채널이 밀렸다. 하지만 다음 협상에서 두 채널은 다시 앞 번호로 이동했다.
최근에는 홈쇼핑업체들이 먼저 채널을 뒷번호로 해달라고 요구하면서까지 수수료 부담을 줄이려 하고 있다. TV 시청자 수 감소와 라이브방송 시장 확장, e-커머스(전자상거래)업계의 급성장 등으로 TV 매출액 대비 수수료 부담이 급격히 커졌기 때문이다.
한 홈쇼핑업체 관계자는 “SO에 계속 뒷번호로 이동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반영해 줄 의지가 전혀 없어 보인다”며 “이번에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판단에 따라 강대강 대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합의가 쉬울 것 같진 않다”고 했다.
홈쇼핑사의 TV 매출 대비 송출수수료 부담은 급격히 커지고 있다.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TV홈쇼핑 7개 법인의 지난해 송출수수료는 총 1조9065억원이었다. 이 수수료는 2014년(1조374억원) 처음으로 1조원을 넘은 뒤 매년 평균 8% 수준으로 꾸준히 증가해 왔다. 방송취급고(판매한 상품 금액 총합) 대비 송출수수료는 2018년 15.1%에서 지난해 19.1%로, 매출액 대비 송출수수료는 2018년 46.1%에서 지난해 65.7%로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업체의 실적은 감소세인데 SO들의 실적은 오르는 상황에서 TV홈쇼핑 시장마저 위축되고 있다. 이제 송출수수료에 대한 근본적 손질을 해야 할 때”라며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판을 새로 짜야 한다”고 했다. 김벼리 기자
kimsta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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