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이 택한 마지막 퍼즐' 김수지 "기대에 부응하겠다"
프로배구 여자부 흥국생명의 우승을 위해 '배구 여제' 김연경(35)이 선택한 마지막 퍼즐은 절친인 김수지(36)였다.
김연경은 2022-2023시즌을 마친 뒤 생애 첫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취득했다. 선수 생활 대부분을 해외에서 보낸 탓에 FA 자격이 주어지는 6시즌을 뒤늦게 채웠다.
당시 FA 시장에서 김연경은 단연 최대어로 꼽혔다.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 한국도로공사에 발목을 잡혀 아쉽게 우승을 놓친 그는 "통합 우승을 이룰 수 있는 팀을 선택하고 싶다"면서 "팀이 어떤 배구를 원하고,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지가 매우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연경의 선택은 흥국생명 잔류였다. 흥국생명과 여자부 보수 상한선인 7억7500만 원에 도장을 찍었다. 해외 생활을 빼고 국내에서 줄곧 함께 했던 흥국생명과 동행을 이어가게 됐다.
이후 흥국생명은 김연경이 바란 '통합 우승을 이룰 수 있는 팀'이 되기 위해 FA 시장에서 화끈하게 지갑을 열었다. 리베로 도수빈(25)와 재계약을 체결해 집토끼를 단속했고, IBK기업은행에서 뛰던 미들 블로커 김수지를 영입해 전력을 강화했다.
특히 김수지의 영입에 관심이 쏠렸다. 김연경은 FA 계약 전 "같이 뛰어보자고 이야기를 나눈 선수들이 몇몇 있다"고 언급했는데,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김수지와 한솥밥을 먹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김수지 역시 당시 FA로 풀린 상태였다.
결국 김수지가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으면서 김연경과 만남이 성사됐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을 붙잡은 뒤 김수지와 3년 총액 3억1000만 원(연봉 2억7000만 원, 옵션 4000만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두 선수는 학창 시절 원곡중과 한일전산여고에서 함께 배구를 했지만 프로 무대에서 같은 유니폼을 입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수지는 2016-2017시즌 이후 7년 만에 친정팀 흥국생명으로 복귀했다. 통합 우승을 위해 김연경이 선택한 마지막 퍼즐로 합류해 새 시즌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30일 강원도 인제체육관에서 열린 제34회 CBS배 전국중고배구대회 폐회식에서 김수지는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근황을 알렸다. 지난 6월 말 오른쪽 무릎 연골 일부가 찢어져 수술대에 오른 그는 최근 부상 회복 후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현재 몸 상태는 괜찮은 듯 보였다. 김수지는 "이달 초 KOVO컵이 끝나자마자 팀에 복귀해 훈련량을 늘리고 있다"면서 "새로운 팀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고 알렸다.
18년 차 베테랑이지만 새로운 팀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김수지는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님의 색깔이 워낙 진한 만큼 적응하기 위해 바쁜 것 같다"면서도 "항상 훈련에 최대한 집중하려고 한다. 익숙해지면 시즌 때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전 소속팀 IBK기업은행 김호철 감독 역시 개성이 짙은 지도자로 유명하다. 이에 김수지에게 흥국생명 아본단자 감독과 다른 점에 대해 묻자 "김호철 감독님은 믿고 맡겨주시는 부분이 있었지만 아본단자 감독님은 세세하게 짚어주시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김수지가 흥국생명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모든 분들이 우승을 많이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나도 우승을 위해 이적을 했다"면서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이를 악물었다.
팀 분위기가 화목해 만족도가 높다. 김수지는 "선수들이 모두 밝아서 좋고, 팀에 적응하는 데 편했다"면서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동생들도 모두 편하게 대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항상 팀에서 맏언니 역할을 하던 김수지에게도 언니가 생겼다. 리베로 김해란(39)와 함께 뛰게 된 그는 "언니가 있는 건 굉장히 오랜만인 것 같다"면서 "언니에게 기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편하고 좋다"고 웃었다.
어느덧 선수 생활의 막바지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정상급 기량을 뽐내고 있다. 김수지는 지난 시즌 36경기에 출전해 303득점, 공격 성공률 37.68%, 세트당 서브 0.19개, 세트당 블로킹 0.69개를 기록했다. 서브 5위, 블로킹 5위에 오르는 등 건재를 과시했다.
2021년 도쿄올림픽 이후 태극 마크를 반납한 김수지의 맹활약에 지난 시즌 중 대표팀 복귀 의사를 물은 바 있다. 당시 김수지는 한참 망설이다가 "그래도 아직 현역으로 뛰고 있으니 제안이 오면 고민은 해봐야 하지 않나"라며 조심스레 답한 뒤 "대표팀에 좋은 미들 블로커가 많은데"라고 말을 흐렸다.
이번에도 김수지에게 대표팀에 대해 묻자 "거절은 못하겠지만 이미 좋은 선수들이 많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당시에는 돌려서 말씀을 드리긴 했는데, 지금은 좋은 선수들이 너무 많아서 내가 돌아가도 큰 영향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김수지는 남은 선수 생활의 목표를 밝혔다. 그는 "흥국생명으로 돌아온 만큼 우승을 하는 게 가장 큰 목표"라며 "마지막까지 큰 부상 없이 뛰다가 잘 마무리하고 싶고, 많은 분들에게 '꾸준하게 열심히 했던 선수'로 남고 싶다"고 전했다.
인제=CBS노컷뉴스 김조휘 기자 startjo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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