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봉도 쿠데타···阿서 입김 약해진 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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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제르에서 쿠데타가 발생한 지 5주 만에 가봉에서까지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면서 아프리카에서 서방의 영향력이 약해졌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0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가봉 군 고위 장교들은 "모든 안보·국방력을 대표하는 우리가 권력을 장악했다"며 "가봉공화국의 국가기관을 해산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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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구마 주도···봉고 가문 친척관계
美 "민주화요구 가봉국민 지지"
UN "군사 쿠데타에 강력히 반대"
佛 광산업체 가봉 운영 중단···기업 주가 급락
니제르에서 쿠데타가 발생한 지 5주 만에 가봉에서까지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면서 아프리카에서 서방의 영향력이 약해졌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0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가봉 군 고위 장교들은 “모든 안보·국방력을 대표하는 우리가 권력을 장악했다”며 “가봉공화국의 국가기관을 해산한다”고 밝혔다. 앞서 대통령 선거 결과 가족이 장기 집권을 해온 알리 봉고 온딤바(64) 대통령이 64.27%의 득표율로 3연임을 확정했다. 그러자 군부는 “최근 선거 결과는 신뢰할 수 없으므로 결과를 무효로 한다”며 “봉고 대통령이 반역죄로 체포됐고 가족 및 의사들에 둘러싸인 채 가택연금됐다”고 발표했다.
이어 가봉 군부는 브리스 올리기 응게마 장군을 과도 지도자로 임명했다. 군부는 “응게마 장군이 만장일치로 과도 재건위원회 의장으로 선출됐다”고 전했다. 응게마 장군은 프랑스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봉고 대통령은 3선을 할 권리가 없었고 헌법을 위반했다”며 쿠데타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주장했다. 가택연금 신세가 된 봉고 대통령은 42년간 집권한 아버지 오마르 봉고에 이어 2009년부터 14년간 가봉을 통치해왔다. 응게마 장군은 2020년부터 대통령을 지키는 ‘공화국수비대’를 이끌어온 인물로, 봉고 대통령 집안과 친척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십 년에 걸쳐 프랑스 식민 지배를 받은 가봉은 이후 민주주의국가를 표방해왔다. 하지만 국민 모두가 풍요를 누리는 실질적 민주주의를 이루지 못해 젊은 층의 불만을 키워왔다. 석유·망간 등 풍부한 자원을 보유한 가봉은 1인당 국민소득이 8600달러로 아프리카에서 보기 드문 고소득 국가 중 하나다. 다만 빈부격차가 심해 국민의 3분의 1이 하루 1.9달러 이하로 생활하고 있다.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 순위에서도 180개국 124위로 멕시코·니제르와 같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로써 2020년 이후 서아프리카와 중앙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쿠데타는 8건으로 늘며 아프리카의 ‘쿠데타 벨트’는 더욱 확대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프리카에서 행사하던 서방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평가했다. 프랑스 등 서방이 이번 쿠데타를 사전에 차단하지 못한 것은 그만큼 영향력이 약해졌다는 방증이라는 평가다. 또 아프리카에서 세력 균형에 변화가 시작됐다는 진단도 나온다. 최근 중국, 아랍에미리트(UAE), 튀르키예 등의 신흥국이 아프리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유럽보다 커졌다. 러시아도 일부 아프리카 국가에서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을 앞세워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영국 더타임스는 “이번 쿠데타는 이미 불안정한 아프리카에 추가적인 불안을 일으키고 서구의 전략적 이익도 위험에 빠뜨리며 중국과 러시아에 새로운 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사회는 일제히 우려를 표명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군사 쿠데타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고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민주적 통치에 대한 가봉 국민의 요구를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제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아프리카 국가와 관련해 우리 정책을 어떻게 개선할지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경제적 파장도 커지고 있다. 프랑스 광산 업체 에라메트는 이날 가봉에서의 운영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주가는 이날 16%나 미끄러졌다. WSJ는 “쿠데타 소식에 가봉에서 채굴을 하는 유럽 원유·광산 업체들의 주가가 급락했다”며 “가봉의 달러 표시 국채 가격도 하락했고 역내 불안정에 대한 우려에 투자자들은 카메룬·세네갈 등의 국채 역시 팔아치웠다”고 전했다.
이태규 기자 classic@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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