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탈사, 부동산 PF 연체율 경고등… 브릿지론 9월 위기설 확산

진상훈 기자 2023. 8. 31.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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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PF ‘뇌관’ 브릿지론, 88%가 올해 만기
캐피탈사, 금융업권 중 PF 부실에 가장 취약
OK캐피탈, 부실채권 급증에 상반기 연체율 10%
최근 분양 시장 침체로 부동산 PF 대출 비중이 큰 캐피탈사 등 2금융권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국내 한 아파트 건설 현장. /뉴스1

부동산 분양 시장의 침체가 지속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비중이 큰 캐피탈사의 실적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PF 사업의 초기 단계 대출인 브릿지론이 올해 대부분 만기가 돌아오는데, 본PF로 넘어가지 못하고 좌초하는 사업장이 많아 시행사에 대출을 해준 캐피탈사의 부실채권 규모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전체 브릿지론 중 88%가 올해 만기 도래

31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캐피탈사들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을 기준으로 올해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브릿지론 물량은 전체의 88%에 이른다. 한신평 신용등급 AA-급 캐피탈사의 경우 브릿지론의 82%가, A급 이하 캐피탈사는 92%가 올해 만기가 도래한다.

AA-급 캐피탈사는 KB캐피탈, 하나캐피탈, 우리금융캐피탈, 신한캐피탈 등 대형 금융지주사 계열사와 대기업 계열의 현대캐피탈과 롯데캐피탈, 미래에셋그룹에 속한 미래에셋캐피탈 등이다. A급 이하 업체로는 OK캐피탈과 한국투자캐피탈, 메리츠캐피탈, DB캐피탈, 웰컴캐피탈 등이 꼽힌다.

부동산 PF는 본PF와 브릿지론으로 나뉜다. 신용도가 낮거나 자금이 부족한 시행사들은 사업 초반 토지 매입 등을 위해 주로 캐피탈사를 포함한 2금융권에서 고금리로 브릿지론을 통해 돈을 빌린다. 이후 개발 인·허가를 받고 시공사를 선정하면 1금융권 등으로부터 토지 담보 대출로 본PF 자금을 받아 브릿지론을 상환한다.

지난해부터 주택과 상업용 부동산 분양 시장이 침체되자, 본PF로 넘어가지 못하는 시행사들이 늘면서 브릿지론을 대출해 준 2금융권이 연쇄적으로 직격탄을 맞게 된 것이다.

저축은행의 경우 취급하는 PF의 97%가 선순위 대출인 데다, 사업장이 서울·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2금융권 가운데 부동산 PF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증권사와 캐피탈사의 경우 중·후순위 대출 비중이 40%에 이르고 절반 가까이가 서울·수도권 외 지역에 몰려 있다. 특히 캐피탈사는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금융자산 비중이 1.2배로, 증권사(0.5배)보다 훨씬 높아 부동산 PF 부실에 가장 취약한 업권으로 분류된다.

◇ OK캐피탈, PF 위험에 가장 취약

캐피탈사 중 부동산 PF 부실 위험이 가장 큰 곳으로 꼽히는 업체는 OK금융그룹 계열사인 OK캐피탈이다. 한신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OK캐피탈의 자기자본 대비 브릿지론 비중은 2.4배로 한국투자캐피탈(1.6배), DB캐피탈(1.3배), 키움캐피탈(0.9배), 메리츠캐피탈(0.7배) 등에 비해 훨씬 높다.

실제로 최근 OK캐피탈은 부동산 PF 사업에서 부실채권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OK캐피탈이 공시한 부실채권 발생 내역은 총 9건, 합산 금액은 1960억원이었다. 최근 공시된 자기자본 대비 부실대출 비율은 23.68%에 달한다. 이 중 배달대행사인 메쉬코리아에 빌려준 360억원을 제외한 8건의 부실채권이 부동산 PF에서 나왔다.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연체율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OK캐피탈의 연체율은 10.6%로 전체 캐피탈사 중 유일하게 10%를 넘겼다. 지난해 연체율은 4.4%, 2021년은 0.9%에 불과했는데, 올해 들어 부동산 PF 부실이 심화되면서 연체율이 급등한 것이다.

그래픽=손민균

브릿지론 대출 비중이 높은 다른 캐피탈사 역시 연체율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투자캐피탈의 경우 연체율이 지난해 1.5%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2.8%로 상승했다. DB캐피탈도 같은 기간 연체율이 1.1%에서 3.7%로 올랐다.

최근 건설업계와 금융시장에서는 ‘9월 부동산 PF 위기설’도 나오고 있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브릿지론 가운데 상당 물량이 8월에 집중돼 있어 9월부터 시행사에 돈을 빌려준 금융사들의 부실채권 물량도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반기 들어 주택·상업용 부동산 분양 시장이 살아나기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캐피탈업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대형 금융지주사 계열인 KB캐피탈과 하나캐피탈 등에서도 부실채권이 발생했다”며 “자동차 할부금융 사업을 주로 하는 현대캐피탈이나 소매대출 비중이 큰 중소형 업체를 제외한 상당수 캐피탈사들은 부동산 PF 부실로 하반기 실적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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