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율성 논란 열흘째…이념 공방에 '몸살' 앓는 광주
광주시 정율성 공원 사업 고수 입장,…야권·시민사회 "색깔론" 규탄
국회 예결위에서도 정쟁 격화, 시-시당 정책협의 무기한 연기 '불똥'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광주시가 추진 중인 중국 3대 작곡가 정율성의 생가에 역사공원을 짓는 사업에 대한 이념 공방이 열흘째 이어지고 있다.
국가보훈부 장관과 광주시장 간 공방전이 여야 정쟁으로 번졌고 그의 공산당 행적을 문제 삼는 보훈단체의 도심 규탄 집회가 연일 이어지며 지역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
31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는 '중국 3대 음악가' 정율성의 동구 불로동 생가를 복원하는 역사공원 조성 사업을 지난 2018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인근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연계, 중국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추진하는 이 사업에는 총 사업비 48억 원이 투입됐다. 내년 초 완공 예정이다.
이에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지난 22일 자신의 SNS를 통해 광주시의 정율성 기념공원 조성 사업계획 전면 철회를 요구하며 먼저 논란에 불씨를 당겼다.
박 장관은 지난 28일에는 전남 순천역에서 호남 학도병 기념시설 건립을 발표한 자리에서 "정율성의 행적은 도저히 대한민국이 받아들일 수 없다. 장관직을 걸고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공언했다.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사람을 기리는 사업에 국민 예산을 쓴다는 것은 단 1원도 용납할 수 없다"며 "공이 얼마나 큰가에 대해 회의적이다. 국적도 중국으로 바꿨을 뿐만 아니라 (6·25 당시) 중공군과 북한군이 잘 싸우라고 응원한 나팔수 역할을 한 사람이지 않느냐"라고 날을 세웠다.
보훈부는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사업 관련 법적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 헌법 소원 또는 공익 감사 청구까지 거론되고 있다.
상이군경회·전몰군경유족회 등 보훈단체도 "공산당 나팔수를 기념하지 말라"며 이달 28일부터 연일 광주시청 앞에서 사업 규탄 집회를 열고 있다.
전날 오전에는 전국 12개 보훈단체 회원 2000여 명이 시청 앞에서 '공산주의자 정율성 기념공원 추진 철회' 집회를 벌였다. 5·18민주화운동 3개 공법 단체 중 유일하게 5·18 부상자회가 집회에 참석, 눈길을 끌었다.
단체들은 "성명서를 전달하겠다"며 시청사 진입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청사 방호 청원경찰 등과 1시간 여 동안 크고작은 물리적 충돌을 빚었다. 단체는 이날 오전에도 시청 일대에서 규탄 집회를 이어간다.
광주시 "35년 전부터 정부가 시작한 한중 우호 사업을 계승한 것"
나아가 "오랜 기간 정부도, 광주시민도 역사 정립이 끝난 정율성 선생에 대한 논쟁으로 더 이상 국론을 분열시키지 말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야권과 시민사회도 정부·여당의 색깔론 공세라며 맞섰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지역 국회의원들도 정율성 논란에 대해 "저열한 정치 공작", "때 아닌 정쟁으로 희생되는 것은 광주", "케케먹은 반공, 친일 이데올로기가 정부의 정체성이냐" 등 정부를 호되게 비판했다.
민주당 소속 시의원 22명도 "광주는 노태우 정부부터 이어져온 한중 친선과 문화교류를 충실하게 이어가고 있을 뿐"이라며 "광주를 표적 삼아 이념 갈라치기 하려는 정부와 집권 여당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일갈했다.
호남의열단 등 광주 지역 92개 시민단체 역시 현 정권의 색깔론 공세로 규정했다. 단체들은 "보수정권에서도 여·야 이견 없이 진행됐던 정율성 사업의 연장선상에서 추진된 것이다. 대통령의 냉전적·극우적 사고와 퇴행적 역사 인식으로부터 촉발된 현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했다.
정율성 논란은 전날 국회 예결위원회 회의에서도 여야 정쟁으로 번졌다. 여당이 "김일성 나팔수 역할을 했던 인물"이라며 맹공하자 야당은 "철 지난 이념 공세"라며 반박했다.
급기야 광주시와 국민의힘 광주시당 간 예산정책 간담회로 불똥이 튀었다. 시와 시당은 내년도 지역 주요 현안 사업 등을 논의할 정책 협의를 당초 이달 30일에서 무기한 연기했다. 정율성 논란이 커지는 상황에서 시기가 부적절하다는 판단에서다.
지역 현안 해결, 주요 사업 국비 확보를 위한 협의 창구마저 막히면서 "때 아닌 이념 논쟁이 민생보다 급한 것이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정율성은 중국 인민해방군가로 지정된 팔로군 행진곡을 지어 '중국 3대 작곡가'로 꼽힌다.
광주 출신인 정율성은 1933년 중국 난징에서 의열단에 가입해 조선혁명군사정치 간부학교를 졸업했다. 일본군을 상대로 첩보 활동을 벌이다가 옌안으로 이주했고, 1939년 중국 공산당에 가입했다. 해방 뒤에는 북한으로 건너가 활동하다가 '조선인민군 행진곡'을 작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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