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도 최윤범 회장 우군?…고려아연 최씨 vs 장씨 계열분리 재점화

2023. 8. 31.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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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진, 지난해 한화 이어 이번 현대차그룹 자금유치 이사회에만 불참
5년간 나머지 이사회엔 모두 참석…"불편한 심기 드러낸 것" 평가도
현대차 합류로 최씨 측 지분율 처음으로 장씨 측 넘어서...경영권 분쟁 불씨 관측
이 기사는 08월 30일 17:5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고려아연이 현대차그룹을 주요 주주로 맞이하는 중요한 이사회에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이 나홀로 불참했다. 장병희 영풍그룹 창업주의 차남이자 고려아연의 개인 최대주주인 장 고문은 올해 고려아연에 있었던 8번의 이사회에 모두 참여해 '찬성' 의견을 던져왔다. 최근 5년여 간 장 고문이 이사회에 불참한 것은 이번 현대차그룹 투자유치 건과 지난해 8월 한화그룹 자금유치 건 단 두 번뿐이다. 

일각에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주도한 이번 거래에 장 고문이 우회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그룹을 최 씨 일가의 우군으로 보면, 최 씨 일가 측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율은 처음으로 장 씨 일가 보유 지분을 넘어서게 된다. 연초 봉합된 양 가문간 지분경쟁이 이번 투자유치를 계기로 재점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이 현대차의 미국 투자 자회사인 ‘HMG글로벌'로부터 5272억원을 확보하는 안건을 승인한 이날 이사회에 11명의 이사진 중 장 고문이 유일하게 불참했다. 장 고문은 고려아연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 일원이다. 주주 가운데 개인으론 가장 많은 지분(3.83%)을 보유 중이다.

장 회장은 올해 상반기까지 고려아연의 8번의 이사회에 모두 참여해 안건에 찬성 의견을 냈다. 최근 5년으로 넓혀봐도 장 회장이 고려아연의 이사회에 불참한 건 이번 현대차그룹 건을 포함해 두차례에 불과했다. 그는 작년 8월 고려아연이 미국법인인 '한화H2에너지USA'로부터 4717억원을 투자받고 ㈜한화와 한화임팩트와 주식교환을 통해 지분 8.85%를 넘기는 안건을 통과시켰던 이사회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재계에선 지난해 한화그룹과의 협력에 이어 이번 현대차그룹의 투자유치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주도해 성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최 부회장은 2021년 고려아연 대표이사에 오른 뒤 회사의 해외 투자와 신사업 등 주요 의사결정을 총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장 고문 측이 최 회장이 주도한 이번 거래에 동의하지 않으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왔다.

시장에선 지난해 한화에 이어 이번 현대차그룹의 출자로 장씨 일가와 최씨 일가의 계열분리 가능성이 또 한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영풍그룹은 1949년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의 설립 이후 3대 째 '한 지붕 두 가족' 지배구조를 유지해왔다. 창업 이후 74년간 두 집안간 공동경영 체제를 이어오고 있었지만 3대째로 승계를 앞두면서 불협화음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장씨 가문과 최씨 가문은 올해 3월까지도 각각 개인회사와 종중 자금까지 동원해 고려아연 지분을 장내에서 늘리며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현재 장 씨 일가는 자신들이 50% 이상 지분율을 보유한 ㈜영풍을 통해 고려아연 지분 26.11%를 보유 중이다. 이외에 장 고문 외 가족 개인이 보유한 지분과 개인 회사 지분 등을 통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을 합하면 32.38%에 달한다.

반면 최씨 일가는 고려아연의 경영을 맡고 있지만 지분율 측면에선 장 씨 일가에 비해 열위에 있었다. 최씨 일가가 최대주주로 있는 영풍정밀과 최 회장 측 개인 지분을 합해도 18%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최 회장이 부임 이후 주요 출자자가 된 기업들이 최 씨 일가의 우군으로 서게 되면 판도가 달라진다. LG화학(1.2%), 한화H2에너지USA(5%), ㈜한화(1.97%), 한화임팩트(1.88%) 등을 최 씨 일가 측 지분으로 포함하면 28.17%에 이른다.  여기에 이번 현대차그룹의 투자 지분인 5%까지 더하면 장 씨 일가 지분을 추월하게 된다.

고려아연의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8.48%)과 나머지 지분 33.29%를 보유한 기관투자자 및 소액주주들의 동향이 캐스팅보트가 될 것이란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최 회장이 고려아연을 오랜 기간 경영해 회사의 경쟁을 키워온만큼 경영권 분쟁이 현실화하면 장씨 일가에서도 안심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장씨 일가 측 지분이 여전히 32%에 달한 상황에서 경영권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최씨 일가가 고려아연의 안정적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선 장씨 일가가 지배하는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을 인수하는 게 가장 확실하다. 하지만 고려아연의 시가총액이 10조원 수준인 점을 고려할 때 2~3조원의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점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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