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견했다하면 '말기'…"췌장암 세계 첫 '진단키트'로 잡겠다"

박미리 기자 2023. 8. 31.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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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회장 인터뷰
진단키트·치료제·예방 '췌장암 치료 생태계' 도전
진단키트 2024년, 치료제 2025년 개발 목표
美 암정복 '캔서문샷' 합류, 국내사 중 2번째

'췌장'은 몸 깊숙이 숨겨져 있어 암 발견이 쉽지 않다. 조기 발견율이 10% 미만, 대부분 말기에 진단을 받아 생존율이 낮다. 췌장암을 '침묵의 살인자'라고 부르는 이유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이러한 췌장암 정복에 도전장을 냈다. 췌장암을 빠르게 발견하고 치료해 사망을 낮추겠단 취지다.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주도로 추진 중인 암 정복 프로젝트 '캔서문샷'에도 합류했다. 전 세계 120여개의 기업들이 참여 중인 프로젝트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췌장암 치료 생태계'에 대한 주목을 받아 국내 6개사 중 2번째로 합류했다.

박소연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회장 /사진=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박소연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회장은 31일 머니투데이와 만나 "췌장은 몸 깊숙이 숨겨져있는 기관으로 CT(컴퓨터단층촬영) 등 이미지 촬영을 해도 암이 잘 발견되지 않는다"며 "다른 암 대비 초기 증상도 없어 환자가 자각 증상을 느끼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온 몸에 전이가 된 상태"라고 운을 뗐다. 이어 "췌장암은 빨리 발견해 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환자를 살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나, 현재로선 조기진단하는 도구나 치료제가 마땅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췌장암 5년 생존율이 13.9%(국립암센터 기준)에 불과한 이유다.

박 회장은 췌장암 치료의 답을 고유 표적물질인 'PAUF' 단백질 인자에서 찾았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가 2009년 발견해 지속적으로 연구해온 췌장암 과발현 인자다. 박 회장은 "그 동안 췌장암 치료가 어려웠던 건 췌장암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인자가 무엇인지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자사에선 췌장암 환자 80% 이상에서 PAUF가 과발현되는 것으로 확인했고 이를 10여년간 입증해왔다"고 말했다. 즉 "PAUF가 평균 대비 2배 이상 발현된 사람은 췌장암 환자일 가능성이 높다"가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가 얻은 결론이다.

박 회장은 PAUF를 기반으로 췌장암 치료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졌다. 조기진단은 '진단키트'로 구현하기로 했다. 상용화시 세계 최초다. 진단키트는 혈중 떠돌아다니는 PAUF의 특성에서 착안했다. 박 회장은 "기본적으로 PAUF 단백질은 세포에 붙어있지 않고 유리된다. 즉 혈중에 떠돌아다닌다는 얘기"라며 "혈중에 PAUF가 미량 떠다닌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이를 측정하려면 보다 섬세한 분석 방법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연구를 진행해왔다. 지난해 그 결과물이 나왔다"고 강조했다.

진단키트인 만큼 의료진 및 환자 편의성도 자신한다. 박 회장은 "건강검진에서 혈액을 체취할 때 PAUF 발현 정도를 함께 확인하기만 하면 된다"며 "암은 PAUF가 과발현된 뒤 진행되기 때문에 진단키트로 조기 진단해 빠르게 치료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사 진단키트는 바이오마커 민감도 분석에 사용되는 ROC 분석에서도 86.3%의 높은 민감도를 보였다"고 정확도를 강조한 뒤 "현재 진단에 관련한 임상도 900명에 대해 진행 중이다. 올해 말쯤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진단키트에서 PAUF가 2배 이상 발현된 대상자는 추가 검진을 통해 진단을 다시 받는다. 여기서도 췌장암 판정을 받으면 치료에 돌입해야 한다. 박 회장은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가 개발 중인 PBP1510로 췌장암 치료에 나서겠단 계획이다. PAUF를 중화해 췌장암을 치료하는 원리다. PBP1510은 202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 의약품청(EMA),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올초에는 미국 FDA 패스트트랙 품목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 임상 1·2a상을 진행 중이다.

박 회장은 "현재 췌장암 치료법은 화학항암제 칵테일 요법 뿐인데, 이는 표적치료제가 아니라 전신 독성이 있다. 몸이 이미 암으로 쇠약한 상황에서 원하는 효과와 독성이 한번에 나타나 좋은 효과를 볼 수 없다"며 "PBP1510은 PAUF 인자를 활용해 표적치료를 하기 때문에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췌장암 치료 생태계는 머지않아 가시화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췌장암 진단키트는 2024년, 췌장암 치료제는 2025년 개발을 완료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후엔 '예방'으로 범주를 확장하겠단 계획이다. 병은 빨리 치료하는 것도 좋으나 이왕이면 예방하는 게 낫다. 박 회장은 "췌장암은 아니더라도 PAUF 인자가 올라가 있으면 췌장암이 시작될 수 있다는 신호"라며 "'안티(대항하는) PAUF 요법'을 시작해 췌장암 예방에 나서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예방적 요법은 앞으로 7~8년 내 구축될 것이란 관측이다.

박 회장은 "'캔서문샷'에 참여하는 멤버로 앞으로 암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될 것"이라며 "캔서문샷 참여가 미국시장 진출 기회와 네트워킹 협력의 장을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장 때부터 글로벌 제약사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고 이를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며 "지금까지 계속 해오던 연구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10년 이내 5개 바이오시밀러, 2개 항체신약 품목허가 및 상용화에 나서 글로벌 상위 10위 항체 바이오의약품 회사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박미리 기자 mil0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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