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 지각도 감수' 김수지가 왕복 5시간 달려 전한 후배 사랑
"프로 무대에서 같이 뛸 수 있으면 좋겠어요."
새 시즌을 준비에 한창이지만 후배들을 응원하기 위해 한 걸음에 달려왔다. 김수지(36·흥국생명)의 후배 사랑이 CBS배를 화려하게 빛냈다.
지난 2022-2023시즌을 마친 뒤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취득한 김수지는 흥국생명과 3년 총액 3억1000만 원(연봉 2억7000만 원, 옵션 4000만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2016-2017시즌 이후 7년 만에 친정팀 흥국생명으로 복귀했다.
그런데 흥국생명에 합류하자마자 훈련 도중 부상을 입는 악재를 맞았다. 지난 6월 말 오른쪽 무릎 연골 일부가 찢어져 수술대에 오른 김수지는 약 8주 간의 재활 기간을 가져야 했다.
최근 부상에서 회복한 김수지는 다시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2023-2024시즌 개막이 코 앞으로 다가온 만큼 새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김수지는 이처럼 바쁜 나날을 보내던 와중에 제34회 CBS배 전국중고배구대회가 지난 24일부터 강원도 인제군 일대에서 진행 중이란 소식을 들었다. 후배들을 격려하고 싶은 마음에 30일 인제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폐회식에 참석했다.
지난 1990년 서울 한양대체육관에서 시작된 CBS배는 올해 34회째로 전통을 이어왔다.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대회인 만큼 김연경(흥국생명), 한선수(대한항공) 등 걸출한 스타를 여럿 배출해왔다.
김수지 역시 CBS배에서 탄생한 스타 중 1명이다. 김수지에게 고교 시절 CBS배 출전한 경험이 있느냐고 묻자 "안 나와본 선수가 누가 있겠어요"라고 답했다. 그는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전국체전을 앞두고 열리는 마지막 대회였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벌써 18년이란 세월이 흐른 만큼 대회 출전 당시를 또렷하게 기억하진 못했다. 김수지는 "3학년 언니들은 덜 뛰고, 1~2학년 후배들이 경험을 쌓기 위해 많이 뛰던 대회였다"고 흐릿한 기억을 끄집어냈다.
CBS배를 통해 스타로 발돋움한 만큼 후배들을 위한 진심 어린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김수지는 "학생 때는 대회에서 열심히 뛰는 게 좋은 경험이 됐던 것 같다"면서 "너무 떨지 않았으면 좋겠다. 앞으로 좋은 기회가 더 많으니까 경기를 많이 즐겼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수지는 이날 폐회식에서 후배들을 위해 직접 시상에 나섰다. 그는 "시상은 처음이고, 생각도 해보지 못했다"면서 "어린 선수들이 뛰는 경기장에 온 것도 굉장히 오랜만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 친구들과 학부모들이 관중석에서 응원하는 특유의 문화도 오랜만에 접해 감회가 새로웠다. 김수지는 "부모님들이 항상 북과 꽹과리를 챙겨오셔서 응원해주셨다"면서 "어릴 때는 익숙했는데 오랜만에 보니까 새롭게 느껴진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폐회식은 대회 마지막 경기인 19세 이하 남녀부 결승전을 마친 뒤 오후 1시에 개최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원통체육관에서 열린 강릉여고와 목포여상의 여자부 결승전이 4세트까지 팽팽한 접전을 벌인 바람에 1시간 가량 지연됐다.
김수지는 폐회식을 마치자마자 경기도 용인시의 흥국생명 체육관으로 이동해 오후 4시 30분에 열릴 훈련에 합류해야 했다. 이동 시간이 2시간 이상 소요되는 만큼 훈련에 지각할 우려가 있었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감독님이 김수지 선수가 훈련에 늦게 오면 화를 내실 수도 있어요"라고 말해 초조한 분위기가 맴돌았다. 하지만 김수지는 이날 행사를 모두 마치고 체육관을 떠났을 정도로 후배들을 향한 두터운 애정을 보였다. 후배들 역시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킨 김수지를 향해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이날 김수지가 폐회식에 참석한다는 소식을 듣고 연차를 내고 온 직장인 팬들도 여럿 있었다. 이들 팬들은 "김수지 선수가 몇 시에 오는지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 인제군청에 전화도 해봤다"면서 "인제는 처음 와보지만 김수지 선수를 보고 싶어서 멀리서 한 걸음에 달려왔다"고 웃었다.
이에 김수지는 직접 커피를 사와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경기는 물론 이런 이벤트에도 자주 찾아와 주시는 분들"이라며 "다들 직업이 있으신데 연차를 내고 찾아와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인제=CBS노컷뉴스 김조휘 기자 startjo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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