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불안감, 온라인에 잇따르는 협박 글

길거리를 돌아다니기 무서운 세상이다. 경찰은 잇따르는 강력 사건을 ‘테러’라고 규정하고 강력 대응 방침을 밝혔다. 서울 강남 등 인파가 많은 곳에는 장갑차가 배치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시민들은 불안하다.

며칠 사이 강력 사건이 잇따르자 경찰도 대응에 나섰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서현역 칼부림 사건 직후 전국 시도 경찰청장 화상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윤희근 청장은 흉기 난동 사건을 ‘테러 행위’로 규정하고 엄정 대응을 지시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온 국민에게 충격을 준 신림역 살인 사건이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범죄행위가 발생했다”며 “이상동기 범죄에 대한 국민 불안이 극도로 높은 상황에서 유사성 있는 사건이 연달아 발생했는데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 책임자로서 매우 엄중하고 위급한 상황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의 불안감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약 3주간 경찰에 접수된 살인 예고 글이 315건에 달할 정도로 ‘묻지마 범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 26살 여성 신 아무개 씨는 “평소 사람이 많은 곳에서 자연스레 저녁 약속을 잡곤 했는데 사건이 잇따르면서 약속을 아예 취소하고 집에 머무르고 있다”며 “출퇴근도 원래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했는데 저녁 늦게 퇴근해야 할 때는 택시를 탄다”고 불안감을 호소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신림동 사건이 발생한 7월 21일부터 8월 11일 오전까지 ‘사람들을 죽이겠다’고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은 315건에 달한다. 경찰은 이 중 119명(115건)을 붙잡았다. “수요일 신림역에서 한녀(한국 여성) 20명을 죽일 것”이라든가 “한남(한국 남성)을 20명 죽이겠다”는 내용의 남성·여성 혐오 글도 있었다.

경찰은 수사 내용에 따라 협박·특수협박 혐의는 물론 살인 예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등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 글 중 일부는 10대들이 쓴 것으로 확인됐는데 피의자 중 촉법소년(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경우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지만 소년법에 의해 법원 소년부에 송치, 1호(감호 위탁)부터 10호(장기 소년원 송치)까지 소년보호처분을 받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무책임한 흉악 범죄 예고 글 게시 행위는 국민적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치안력 낭비를 야기시키는 등 사회 전반적인 부작용이 크므로 자제를 당부한다”고 설명했다.

기획 : 하은정 기자 | 취재 : 서환한(프리랜서) | 사진 : 일요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