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쿠데타 8차례…도미노처럼 쓰러지는 아프리카 민주주의
가봉 쿠데타는 성격 달라…부패한 독재정권에 대한 반감 커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2020년 이후 서아프리카와 중앙아프리카를 무대로 자그마치 8번의 쿠데타가 벌어졌다.
최근 쿠데타는 30일(현지시간) 56년간 부자(父子) 독재가 이어지고 있는 가봉에서 일어났다. 지난주 선거가 치러지고 알리 봉고 온딤바 대통령의 3연임이 확정되자마자 수도 리브르빌에 군인들이 들이닥쳐 권력을 장악했다.
봉고 대통령은 값비싼 가구와 공예품으로 둘러싸인 화려한 의자에 앉아 동맹국들에 "내 상황을 널리 알려 달라"고 호소했다.
가봉에서 군부 쿠데타가 성공한다면 2020년 이후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8번째 쿠데타가 된다. 2017년부터 세면 자그마치 17번째다.
◇무력한 국제사회, 제재 해봤자 군부정권 지지만 높아져
로이터통신은 이날 분석 기사에서 2020년대 서아프리카와 중앙아프리카에 쿠데타 물결이 일어나는 동안 국제사회의 저지 노력이 먹히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지금까지 △말리 △부르키나파소 △기니 △니제르 △차드 등이 군부 쿠데타 속에서 정치적인 혼란을 겪어 왔다. 국제사회의 규탄과 군사 개입 위협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국제 사회의 제재를 받았다. 제재는 군부 정권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 악영향을 줬다. 이 때문에 오히려 외부 간섭에 대한 시민들의 저항만 커지고 군부 정권에 대한 지지만 커지는 역효과가 났다.
세계 강대국들은 불안 속에 아프리카 대륙을 지켜보고 있다. 지난 7번의 쿠데타도 저지하지 못했는데, 가봉 정부는 사실상 해체되고 국경도 폐쇄돼 버렸다. 로이터는 강대국들이 상황을 타개할 새로운 아이디어가 없어 고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리스크 전문 컨설팅업체 베리스크 메이클크로포트의 마이자 보브콘 아프리카 수석 분석가는 "이 모든 쿠데타 속에서 국제사회가 민주적 통치를 회복시킬 수 없음을 보여준다는 게 위험하다"며 "이번 (가봉) 사태가 다르게 진행될 것이란 희망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가봉 쿠데타, 다른 쿠데타와는 다르다?
가봉 쿠데타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
쿠데타 이전에도 56년간 부자 독재가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축출된 봉고 대통령은 1967년부터 2009년까지 42년간 집권한 오마르 봉고 온딤바 대통령의 아들이다. 그는 2009년 권좌를 이어받은 뒤 부정선거 논란 속에서도 14년간 통치를 이어 왔다.
아프리카연합과 미국은 우려 속에 사건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쿠데타를 비난했다.
하지만 아무도 봉고 대통령의 복권을 공개적으로 요구하지는 않았다. 이는 국제사회가 지난달 말 실각한 모하메드 바줌 니제르 대통령의 복권을 강하게 요구했던 것과 극명한 차이를 보여준다.
가봉 내에선 봉고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오래 지속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대선 때는 부정선거 논란 속에 연임 반대 시위가 벌어져 국회의사당 건물이 불에 타는 초유의 사채가 벌어지기도 했다.
고질적인 부패도 문제였다. 가봉이 석유로 축적한 부는 봉고 정부와 그 측근들이 쓸어모았다. 선거 이후 인터넷 언론과 방송국들이 문을 닫았다.
◇가봉 쿠데타, 주변 독재국으로 더 번질 가능성
로이터는 가봉 내 쿠데타의 촉발 요인이 주변 국가들과는 다른 점을 짚었다. 니제르 등은 이슬람 성전주의자들이 쿠데타를 이끈 반면, 가봉의 경우 부패한 독재 정권에 대한 반발 성격을 띤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가봉에서 발생한 쿠데타가 비슷한 정권을 가진 다른 국가들로 퍼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카메룬에서는 폴 비야 대통령이 40년 넘게 집권하면서 부정선거와 반대파 탄압을 통해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콩고공화국의 데니스 사수 응게소 대통령도 총 39년 동안 통치를 이어왔다. 그는 지난 2015년 헌법개정을 통해 임기 제한을 없앴고 2021년 88%의 득표율로 재선됐다.
아프리카 전문 컨설팅회사 시그널리스크의 라이언 커밍스 책임연구원은 "아프리카에서 쿠데타로 실각한 일부 정부를 보면, 이들은 대중에게 인기가 없고 군부를 이용해 권력을 유지하는 비민주적인 정부"라며 "이 지역을 둘러보면 몇 가지 다른 예들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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