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의 집, 산책로 공사 앞둔 팔현습지 살려주세요”

김규현 2023. 8. 31.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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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현습지는 야생동물들이 사는 집이고, 우리는 그들의 집을 지켜야 합니다."

그런데 최근 환경부가 팔현습지 일대에 산책로를 조성하는 공사를 예고하면서 환경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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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자연도 1등급 지정 구역에
‘금호강 산책로 조성사업’ 예고
대구 금호강 팔현습지에서 발견된 담비. 대구환경운동연합 제공

“팔현습지는 야생동물들이 사는 집이고, 우리는 그들의 집을 지켜야 합니다.”

30일 오전 경남 창원의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 앞에 모인 환경단체 회원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시 동구 팔현습지는 달성습지, 안심습지와 함께 ‘대구 3대 습지’로 꼽힌다. 금호강을 따라 이어진 팔현습지는 법정보호종이자 천연기념물인 수달과 남생이 등 야생동물들의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환경부가 팔현습지 일대에 산책로를 조성하는 공사를 예고하면서 환경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2025년까지 대구시 수성구 매호동~동구 효목동 일대 금호강 좌안 5.3㎞ 구간에 자전거도로 연결, 둑마루 폭 확장 공사 등을 하는 ‘금호강 사색이 있는 산책로 조성사업’을 예고했다. 다음달 제방 보강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사업 예정지 중 1.5㎞ 구간은 팔현습지 일대로, 생태자연도 1등급으로 지정된 구역이다.

대구 금호강 팔현습지에서 발견된 수달. 대구환경운동연합 제공

팔현습지에는 다양한 동식물이 살고 있다. 낙동강환경유역청이 2021년 완료한 소규모환경영향평가에서는 수달, 삵, 원앙 등 법정보호종 야생생물 3종이 확인됐다. 하지만 대구환경운동연합이 지난해 9월부터 이달까지 현장 생태조사를 벌인 결과, 수달, 삵, 원앙을 포함해 수리부엉이, 담비, 남생이, 얼룩새코미꾸리, 흰목물떼새, 황조롱이 등 모두 9종이 확인됐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환경영향평가도 부실하게 이루어졌고, 환경부의 평가서 심의도 부실하게 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특히 원앙, 흰목물떼새, 황조롱이는 이번 제방 공사가 예정된 곳 인근에서 발견됐다. 야생동물은 옮겨 다니며 살기 때문에 공사를 하면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와 낙동강네트워크는 30일 경남 창원 낙동강환경유역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구 3대 습지 팔현습지를 파괴하는 산책로 공사 강행하는 낙동강유역환경청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제공

이날 낙동강환경유역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와 낙동강네트워크는 “멸종위기 1급인 얼룩새코미꾸리는 희귀 물고기로 금호강이 다시 맑은 물로 복원됐다는 상징적인 존재다. 깊은 산속에서나 발견되는 담비까지 목격됐다는 것은 그만큼 팔현습지의 상태환경이 양호하다는 뜻”이라며 “산과 강이 연결되는 공간은 야생동물들의 이동 통로이자 주요 서식처다. 그곳에 산책로를 놓으면 야생동물이 물을 마시기 위해 강으로 가는 길을 차단해 생태계를 단절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이에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법정보호종이 발견된 곳은 주로 산책로 구간으로, 제방 보강 공사를 하는 구간은 기존 환경영향평가 결과와 현재 상태가 크게 다르지 않다. 기존 제방의 안전성 확보가 시급하다고 판단해 먼저 공사를 하기로 했다”며 “담비 등 멸종위기종이 추가로 발견된 것에 대해서는 9월 중 전문가와 함께 모니터링하고, 시민단체 등과 협의해 착공 전까지 추가 보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대구 금호강 팔현습지에서 발견된 수리부엉이. 대구환경운동연합 제공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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