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쫌아는기자들] 토닥, 20년 한 우물 끝에 인공와우 국산화... 혁신으로 게임 체인저까지

김병진 스톤브릿지벤처스 상무 2023. 8. 3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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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투자자 관점에서 볼 때 사회적 가치와 시장적 가치는 양립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사회적 가치가 있으면서 시장적 가치가 있는 아이템은 드물기 마련인데 필자는 토닥에 대해서 그 두 가지 모두의 가치를 제공하는 회사라 판단하여 그간 2번에 걸친 투자라운드를 함께 하게 되었다. 본 기고에서는 열정과 소신, 인류애, 그리고 투자와 시장 관점에서 그 두 가지 가치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고도난청환자에게 소리를 듣게 해주는 제품 인공와우

소리를 듣는데 어려움이 있는 증상을 통칭하여 난청이라고 하며 이 중 청력손실정도가 70dbBHL(정상인의 평균 최소가청역치를 0dbBHL로 정의함) 이상인 난청인을 통상 고도난청환자로 분류한다. 인공와우(Artificial Ear Cochlear Implant)는 손상된 내이 즉 달팽이관 내 유모세포 기능을 대신하며 외부음향을 전기신호로 변환하여 청신경에 전달하는 전자인터페이스 장치인데 고도난청환자는 인공와우의 수술적 이식을 통해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다. 인공와우는 외부소리 증폭기기인 보청기와는 치료접근법 및 치료가능 대상 측면에서 차별화된 의료기기이며 외부 음성수신 및 변환을 담당하는 어음처리(Sound Processor)와 체내 장치에 정보를 전달하는 코일 형태의 송신기(Transmitter)로 구성되고 매우 작은 부피 내에서의 전선-전극배열, 신호처리 칩셋 등으로 구성되는 최상위 제작난도를 가진 전자약으로 볼 수 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이처럼 보청기를 써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고도난청환자에게 유용한 청력을 제공하는 인공와우 시장은 전세계적으로 약 15백만명의 이식대상환자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전세계 5개사에 불과한 소수의 제조사와 수작업에 의존하는 기존 생산방식으로 인한 제한적 공급량으로 인해 그 수술건수는 1년에 약 7만회 정도에 그치고 있다. 증가하는 난청인구의 90%는 개발도상국에 거주하는데 비해 최초 이식 시 1회당 2만달러 내외의 비용부담으로 전체 인공와우 시술의 80% 이상이 북미와 유럽 등의 고소득 국가에 편중되어 있음에 따라 최신기술의 문명 혜택이 필요로 하는 모든 이에게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현재 글로벌 인공와우 시장의 총 규모는 약 2조원으로 고도난청환자의 경우 태생적/후천적 사유로 전세계 인구 중 일정비율로 지속적으로 존재할 것으로 예상되며 국내의 경우에도 2005년 1월 인공와우 이식수술에 대한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해당 시장이 본격 형성되어 왔으며 현재 연간 약 1,000건 이상의 인공와우 시술이 행해지고 있다.

◇20년간의 연구개발 그리고 글로벌 초격차 제품으로 승부를 띄우다

토닥 민규식 대표는 서울대 물리학 학부 졸업 이후 대학원 생체전자시스템 연구실에 진학한 이래로 한국형 인공와우 사업화만 보고 달려온 인물이다. 민 대표와 창업팀은 토닥 창업 이전 대학원 연구실 기업인 뉴로바이오시스에서 8채널 국산 인공와우를 개발하여 품목허가까지 성공하였지만 안타깝게도 그 결실을 보지 못하고 해당 기업은 모기업의 재정악화로 인해 폐업에 이르게 된다. 이에 좌절하지 않고 민 대표는 인공와우 전극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의료기기사업부를 거친 이후 예전 연구실 멤버들과 2015년 토닥을 설립하여 인공와우 사업화의 꿈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토닥은 설립 8년차 기업이지만 대학원 연구까지 포함하면 20년차 이상의 기업으로 인공와우라는 아이템으로 한 우물만 파고 있는 대단한 뚝심과 의지의 기업인 셈이다.

토닥의 최초 제품접근은 기존 인공와우 제품의 보급형 국산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액정폴리머 기반의 대량생산이 가능한 16채널 인공와우 시제품을 개발하여 국산화에 성공하고 해외로는 개발도상국에 공급하는 계획이었으나 액정폴리머 재료에 요구되는 장기간의 생물학적 안정성 인증의 난관으로 개발을 중단하게 된다. 토닥은 이에 대한 재료적 보완과 기존 제품의 보급형 모델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진입과 승부가 어렵다는 인식하에 기존 수작업 중심의 전극 배열 생산 방식 대비 수율과 생산속도가 향상된 자동생산 공정을 자체 개발하였고 이를 통해 기존 제품에 비해 획기적으로 성능 개선된 32채널 인공와우 임플란트를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하게 된다. 좀 더 상세하게는 기존 경쟁사 방식의 경우 전극 정렬 및 연결 공정이 대부분 수작업으로 진행되어 많은 인력이 투입됨에도 생산시간이 오래 걸리고 수율이 60% 수준으로 낮은 편이나 토닥의 방식의 경우 수작업 생산방식 대신 반도체 집적 생산방식을 차용하여 전극-전선 구조체를 만들고 한번에 잘라내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생산시간, 수율, 인건비 측면에서 경쟁사 대비 10배 가량의 효율성이 증대되고 공정정밀도가 제고되어 최대 32채널의 전극을 배치할 수 있는 글로벌 초격차 제품으로 볼 수 있다.(일반적으로 인공와우 채널수가 많으면 다양한 음역대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 고품질의 청력 향상 효과를 준다고 알려져 있다.)

호주 한 회사의 수작업 와우 생산 방식. /토닥
토닥의 자동화 레이저 마이크로 머시닝 공정을 활용한 신경 전극 어레이 방법. /토닥 제공

체내에 삽입되는 다른 3등급/4등급 의료기기 분야와 마찬가지로 인공와우 시장 또한 글로벌 레가시를 쥐고 있는 소수의 기업들이 전세계 시장을 반독점하는 구조이다. 그만큼 진입하기가 쉽지 않고 그들이 쌓아 올린 일종의 장벽을 비집고 들어가기 힘든 시장인만큼 신생기업이 기회를 찾기란 매우 어렵다. 다만 이러한 특성으로 한번 진입에 성공할 경우 시장기회는 매우 매력적으로 판단되는데 토닥은 국내외 관련 스타트업 중 유일하게 그 장벽의 문턱에 앞에 와있는 기업이다. 주요 학회와 경쟁기업 또한 토닥의 현재 개발내용을 매우 유의 깊게 지켜보고 있으며 지난 몇 십년간 신규 플레이어가 등장하지 않은 시장에서 경쟁사보다 더 나은 제품 그리고 더 낮은 가격으로 새로운 반항을 일으키는 시작점에 있다고 판단된다.

◇사회적 가치에 대한 선한 진정성으로 업계 게임체인저로의 등극을 기대

민 대표는 몇 년전 실제 현장에서 청각장애인과 지근거리에서 함께한 경험이 있다. 모 기관의 후원으로 청각장애인들이 해외 주요기관을 방문하고 체험하는 연수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 프로그램의 인솔자로서의 제안을 흔쾌히 자발적으로 응하여 그들과 해외에서 며칠을 함께 지내며 그들이 느끼는 불편함을 체감적으로 경험하며 내가 하는 사업에 대한 사명감이 더 커졌다고 한다. 민 대표 이외 창업팀 모두 내가 하는 일이 인류의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기여할 수 있다는 사회적 가치로 꽤 좋은 배경에도 불구하고 여태까지는 돈벌이가 안되는 분야에 외로이 외길을 가고 있는 선한 의도를 가지고 있는 분들이다.

토닥은 우리말 ‘토닥토닥’에서 차용한 말로 그 의미처럼 고객에게 용기와 위로를 건네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이다.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기술을 지향하며 인류애적 가치를 높게 추구하는 가슴뛰는 일을 하겠다는 미션을 가진 멤버들이 모여 있는 회사로 진입난도가 있는 시장, 과거 연구실 기업의 폐업, 제품개발의 시행착오, 투자유치의 난관 등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현재는 GLP 시험통과, GMP 획득을 받고 이제 국내 품목허가의 막바지 결실을 맺기 위한 위치에 있다. 또한, 인공와우 뿐만이 아니라 미주신경자극기, 뇌심부자극기, 척수통증조절기 등 다양한 신경장애치료용 의료기기 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필자의 주변에도 여러 명칭의 증상으로 불편함을 겪고 있는 장애우들과 그 가족이 있다. 그들이 느끼는 일상의 고통이 기술의 발전으로 치유가 되어 보길 바라며 몇 십년간 혁신없이 지속되어 온 시장에서 토닥의 더 나은 제품 그리고 더 낮은 가격으로의 접근이 시장가치적으로 볼 때에도 업계의 게임체인저로 등극해 보길 응원한다.

토닥 팀멤버들의 단체 사진. 아래줄 가운데 흰티셔츠가 민규식 대표다. /토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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