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치지 않는 이상 동기 범죄…'안전 고삐' 조이는 지자체
(전국종합=연합뉴스) 범행 동기가 특별히 드러나지 않는 이상 동기 범죄(일명 '묻지마 범죄')가 서울 신림역, 분당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이후에도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잇따르는 이상 동기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지자체, 경찰 등 관련 기관은 폐쇄회로(CC)TV 추가 설치, 방범 용품 지원 사업 등을 통해 치안 활동을 강화하며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잇단 흉악범죄에 정부·지자체 협력해 대응 강화
4명의 사상자를 낸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과 1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현역 칼부림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가운데 전국 곳곳에서 유사한 흉악범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7일 대낮 서울 신림동의 한 등산로에서 지나가던 여성을 성폭행하고 피해자를 마구 때려 사망에 이르게 한 최윤종(30)이 경찰에 잡히는가 하면 25일 경기 안산시 거리에서는 30대 남성이 일면식 없는 시민 3명을 흉기로 위협한 일이 있었다.
이틀 뒤인 27일 경북 영천의 한 주점에선 술에 취한 50대 남성이 옆자리 이용객과 일행에게 흉기를 휘둘러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다음날인 28일 인천 서구 석남동의 한 마트에선 40대 남성이 이용객과 종업원을 향해 흉기를 휘두르다가 경찰에 긴급 체포되기도 했다.
연이은 강력범죄로 국민 불안감이 가중되자 행정안전부는 연석회의를 열어 이상 동기 범죄 치안 상황을 보고 받고 이에 따른 대응 방안을 지자체에 설명하고 협조를 구했다.
지자체 방범용품 지원·노후 CCTV 교체…정신질환자 치료 강화 나서기도
이에 서울시는 자치구별로 전수조사를 진행해 공원·등산로, 지하철 객실 등에 CCTV 설치를 확대하기로 했으며, 사람이 쓰러지면 이를 자동으로 감지하는 '지능형 CCTV'도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경기 안산시는 전국 지자체 가운데 최초로 행정안전국장을 단장으로 시청과 구청의 12개 부서가 참여하는 '묻지마 범죄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범죄대응 담당 부서는 상가 지역, 버스터미널, 전철역 등과 유기적인 비상 연락 체계를 유지하고 경찰과도 연계해 관내 묻지마 범죄 동향 등을 공유한다.
피해지원 담당 부서는 피해자 발생 시 의료기관을 연계해 트라우마 치료를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경남도는 시·군, 경찰청과 협업해 범죄예방 강화구역, 여성 안심 귀갓길 등을 확대할 방침이며 대구시는 산책로 진출입로 등 범죄 취약 지역에 CCTV 666대 추가 설치 및 노후 CCTV 938대를 교체하는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충북도는 '묻지마 범죄'를 비롯해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과 같이 예기치 못한 범죄·재난으로부터 도민 안전을 지키고자 도의회, 교육청, 자율방범연합회, 의용소방대연합회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춘천시는 여성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스마트 초인종, 문 열림 방지 장치, 휴대용 경보기 '안심 3종 홈 세트'를 배부했다.
올해 처음 시행하는 이 사업은 주거침입, 스토킹 등 혼자 사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 대한 불안감 해소와 안전한 주거 환경 조성을 위해 시행됐다.
경기 성남시는 관내 5개 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개원의협의회와 협약을 맺고 정신질환자에 대한 치료와 관리를 강화하고 나섰다.
협약에 따라 이들 기관·병원·단체는 ▲ 치료 중단 사각지대 고위험 대상자 발굴과 정신건강복지센터·정신의료기관 연계 활성화 ▲ 중증질환자 치료 유지와 지속 관리를 위한 협업 ▲ 정신 건강사업과 관련한 자문·협조 등을 하게 된다.
경찰 순찰·실시간 모니터링 강화
경찰도 순찰과 실시간 모니터링 등을 체계화해 대응 역량을 높였다.
울산경찰청은 경찰력만으로 범죄 예방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시민·지자체와의 협조를 통해 자율방범대 순찰과 CCTV 관제센터의 화상 순찰을 강화했다.
제주도 자치경찰단은 휴대전화 송수신 불량 구간이 포함된 치안 사각지대를 선정해 올레길과 한라산 둘레길 등에서 자치경찰 기마대 특별 치안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차량 순찰이 불가능한 구간은 도보·드론 순찰을 병행해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동해해경청은 무장한 해양경찰 특공대원을 강릉항 여객터미널에 전진 배치해 선제적인 범죄 예방에 나서고 있다.
대구경찰청은 대구교육청과 함께 학교전담경찰관(SPO), 학대전담경찰관(APO) 활동을 늘리고 가정·교제 폭력, 스토킹, 학대 등 고위험 재범 우려자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상학, 박정헌, 장지현, 손상원, 최찬홍, 고성식, 박세진, 김소연, 임채두, 김인유, 천경환 기자)
k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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