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유·수송·통신중계까지···하늘 위의 원격지휘소 ‘공중급유기’[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미래 전장 멀티플레이어 ‘팔방미인’
백신 수송·튀르키예 긴급구호 활약
美 스텔스 무인 공중급유기 전력화
미국의 보잉(Boeing)은 지난 1월 23일 미국항공우주연구소(AIAA) 과학기술 전시회에서 새로운 항공기의 모형을 공개했다. 동체와 날개가 일체형으로 평평하게 이어지고 수직 꼬리 날개는 없는 모양인 ‘연속형(혼합된) 날개 동체’ BWB(Blended Wing-Body) 형태의 항공기다.
새로울 것 없어 보이는 스텔스 형상이지만, 보잉이 공개한 이 모형은 수송기나 공중급유기로 활용할 수 있는 대형 스텔스 항공기라는 점에서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F-22와 F-35의 작전을 지원하기 위한 ‘스텔스 공중급유기’ 개발에 나선 것이다. 그 동안 공중급유기나 수송기 등은 군에서 사용하는 대형 항공기들은 주로 민항기를 개조해 만들어왔다.
미 공군은 공중급유기에 대한 새로운 시도에 나서고 있다. 미 공군의 차세대 공중급유기(KC-Z) 사업 프로그램을 통해 공중급유기 겸 수송기 스텔스화 작업이 본격화되면, 현재 주요 수송기에 적용하고 있는 ‘래피드 드래곤(Rapid dragon)’ 시스템을 KC-Z에 이식할 것이다. 래피드 드래곤 시스템이란 463L 규격 표준 항공화물 팔레트 2개를 이어 붙인 팔레트에 JASSM(합동공대지장거리미사일) 등 미사일 4~9발을 싣고, 여기에 낙하산을 달아 공중에서 투하하는 새로운 무장 투발 체계이다.
이 특수 팔레트는 공중에서 투하되면 낙하산을 펴고 떨어지며 내부에 탑재된 미사일들을 순차적으로 발사하는데,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C-130 수송기는 최대 18발, C-17 수송기는 최대 72발의 JASSM 미사일 투사가 가능해진다. B-1B 폭격기가 최대 24발을 투사할 수 있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수준이다.
KC-Z는 혼합날개형 또는 전익기 구조를 채택할 것이기 때문에 C-17 같은 항공기보다 내부 탑재 공간이 훨씬 더 넓다. 이런 항공기에서 래피드 드래곤 시스템을 운용할 경우 KC-Z 1대에서 적게는 수십 발, 많게는 100발 가까운 미사일을 투발할 수 있게 된다.
공중급유기 역사는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세기 초반에는 비행기가 나란히 저속으로 비행하면서 '가솔린 깡통'을 던져 주고받는 방식의 공중 급유가 시도됐다는 기록이 있다.
공식적으로 기록된 공중 급유는 1921년 11월 2일 웨슬리 메이, 프랭크 호크스와 얼 도허티에 의해 시도됐다. 두 대의 비행기가 저속으로 날개를 맞대고 나란히 날고 있는 상태에서 조종사 후방석에 앉아있는 사람이 연료 기름통을 직접 들고 급유를 받을 기체의 날개를 통해 기어 올라가 건너편 비행기로 이동해 연료를 채워 넣어 직접 주유하는 방식이다. 정말로 원시적인 방법이자 목숨을 건 묘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비행기 속도가 매우 느린 편이었기에 가능하기도 했다.
급유기 노즐을 첫 사용한 것은 1935년에 프레드와 알 키 형제와 지역 발명가이자 정비공인 A. D. 헌터에 의해 새지 않는(spill-free) 재급유 노즐 The Flying Keys를 개발해 상용화하면서 부터다.
이 밸브는 연료 탱크에 삽입되지 않는 한 연료가 흐르지 않으며 노즐을 탱크에서 제거하면 연료 공급이 자동으로 멈춘다. 오늘날에도 이 노즐은 설계가 일부 개선되어 여전히 사용 중이다. 이를 기반으로 특별히 설계된 공중 급유 장비를 가진 공중급유기가 개발되면서 이제는 최신 제트기까지 공중급유가 가능해졌다.
공중급유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플라잉 붐 방식(Flying boom)과 프로브 앤 드로그 방식(probe and drogue)' 등이다. 프로브 앤 드로그는 급유기의 급유 호스 끝에 배드민턴 셔틀콕과 같은 드로그(Drogue)를 장착해 공중급유를 하는 방식이다. 급유를 받는 항공기는 급유봉인 프로브(Probe)를 장착해 이를 드로그에 결합해 급유한다.
플라잉 붐 방식은 급유기에 긴 급유 붐(Boom)을 장착해 항공기의 수유구에 삽입하는 방식이다. 붐을 장착한 전용 급유기가 필요하며 항공기도 설계 때부터 수유구를 설치해야 한다. 현재 전 계에서 미 공군만 사용한다.
공중급유기는 공군의 임무 영역을 확장하는 ‘전력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피급유기인 전투기의 항속거리 증가와 체공시간을 연장해 작전 능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에서 공중급유기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운용 중인 국가는 미국으로 미 공군은 보잉 B707과 B767을 베이스로 제작된 KC-135와 KC-46A를 400대 이상 실전 배치돼 있다.
각 국별 공중급유기 보유 수는 기종별로 다양하다. KC-135형은 미국이 415대, 프랑스가 14대, 터키가 7대, 싱가포르 4대 보유하고 있다. KC-10형은 미국이 60대, KC-707형은 이스라엘이 5대, 스페인이 2대를 활용하고 있다. KC-767형은 일본 4대, 이탈리아가 4대를, A330 MRTT형은 우리나라가 4대, 호주가 5를 보유하고 있다. A310 MRTT형은 캐나다가 4대, 독일이 2대를 운영하고 있다. IL-78형은 러시아 14대, 중국 12대, 인도 6대, 파키스탄 4대, 알제리 4대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은 KC-130형(C-130 수송기 공중급유기 버전)을 6대를 보유 중이다. 최근 미 보잉이 개발한 KC-46형은 미 공군이 총 179대를 확보하고 있고 일본 4대를, 이스라엘이 2대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이 자체 개발한 공중급유기도 있다. 중국 공군은 1950년대 개발된 H-6 폭격기를 현대화한 HY-6 계열 공중급유기다. 그러나 HY-6 계열 공중급유기는 탑재할 수 있는 전체 연료 37톤 중에 절반만 전투기 공중급유에 사용할 수 있어 중국 공군의 장거리 작전 능력을 확장시키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런데 중국이 최근 신형 공중급유기 ‘YU-20’의 급유 장면을 대중에 최초로 공개했다. 중국이 대만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역을 중국의 작전 지역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차세대 공중급유기에는 좌우 날개에 급유 장치가 있어, 전투기 두 대에 동시 급유할 수 있다. 미군의 C-17 수송기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평균 운항거리는 7800㎞이며 약 90t의 연료를 탑재해 20대의 전투기에 대한 급유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중급유기에도 무인화가 진행 중이다. 미 해군이 ‘MQ-25 스트레잉' 무인공중급유기를 개발하고 있다.
항공모함에 탑재하는 급유기는 크기와 이륙중량의 제한이 있어 많은 연료를 탑재하기 어렵다. 아프가니스탄 공습 직후 해군기로는 충분한 급유 지원이 불가능할 정도의 긴거리 작전이 크게 늘었다. 이에 항공모함에서 이륙한 미 해군기 급유를 미 공군 공중급유기가 담당하는 일이 많아졌다.이 때문에 F/A-18이 미 해군의 급유기로 활동 중이다. 같은 기종끼리 급유를 '버디 리퓨얼'(Buddy Refuel:동종 보급)이라고 부른다.
게다가 이러한 방법은 연료의 탑재량이 적어서 충분한 연료를 제공할 수 없다.전술기를 공중급유기로 쓰는 것 또한 전투력의 감소되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 무인 공중급유기 개발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무인 급유기를 통해 항공모함 함재기의 활용성을 더욱 높이려는 시도다.
미국 국방부는 보잉과 미 해군 항모에서 사용될 4대의 무인 공중급유기를 8억500만 달러(8967억원)에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보잉은 무인 공중급유기 'MQ-25A 스팅레이' 4대를 2024년 8월까지 미 해군에 인도할 예정이다.
2018년부터 보잉사가 개발해 온 MQ-25A는 세계 최초의 항공모함 기반 무인 항공기로 최대 1만5000파운드의 연료를 운반할 수 있다. 또 다른 드론처럼 정보와 감시, 정찰 기능도 갖고 있다. 지난 2021년 6월 4일 일리노이주 미드아메리카 공항 인근 상공에서 무인 드론 'MQ-25A 스팅레이'가 미 해군의 F/A-18 슈퍼호넷에 공중 급유하는데 최초로 성공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공군의 공중급유 첫 기록은 2011년이다. 공중급유를 위해선 관련 자격 취득 및 주기적인 재교육이 꼭 필요하지만 우리 공군이 보유한 공중급유기가 없어 훈련은 물론 자격 취득 자체가 불가능했었다. 하지만 유사시 미 공군 공중급유기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평시 우리 공군 조종사들의 꾸준한 공중급유 훈련 및 관련자격 취득이 꼭 필요하다는 우리 공군의 주장을 미 공군이 받아들여 2011년 9월부터 서해 상공에서 6개월 주기로 정기적인 공중급유 훈련이 진행해 왔다.
당시 약 2주간 실시된 공중급유 훈련에서는 우리 공군이 보유한 F-15K 및 KF-16 조종사 16명과 미 공군 교관 조종사 9명이 참가했다. 미 공군의 협력을 통해 2013년에는 총 42명의 조종사가 공중급유 자격을 획득했고, 그 숫자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 군은 2015년 6월 30일, 대한민국 공군의 공중급유기 도입사업은 대한민국 KC-X 사업 공개입찰에서 A330 MRTT로 최종 결정되면서 공중급유기 도입을 확정했다. 1994년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공중급유기 획득을 하려고 시도한 것을 따지면 22년 여 만에 공중급유기 도입 국가의 대열에 합류한 셈이다. 1조4880억 원의 사업 예산을 투입됐다.
유럽 에어버스가 제작한 공중급유기 ‘KC-330’은 2018년 11월 1호기가 국내 도착했다. 2019년 4월 2호기, 8월 3호기, 12월 4호기가 각각 추가로 도입됐다. 총 4대로 2020년 7월부터 정상작전을 수행 중이다.
동체길이 58.80m, 날개 폭 60.3m, 높이 17.4m, 최대이륙중량 23만3000Kg, 최대속도 마하 0.86(1,053Km/h), 최대 연료 탑재 항속거리 1만5320Km, 최대운항고도 4만1500ft의 제원을 가졌다.또 100톤이 넘는 연료를 싣고 공중급유 기능 외에 화물 40여 톤과 300명 이상의 병력을 동시에 수송하는 게 가능하다. 환자 후송 시에는 130개의 병상을 탑재하여 의무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우리 공군이 보유 중인 항공기 중에 가장 가성비율이 높은 다목적 기체다.
KC-330 시그너스는 유럽의 에어버스가 제작한 민수용 A330-200 여객기를 스페인 헤페타에서 공중급유기로 개조한 것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KC-330의 정체성은 공중급유에 있지만, 그동안 KC-330은 다른 의미에서 주목받아 왔다. 코로나19 백신 수송과 아프가니스탄 현지 조력자들을 한국으로 데려온 ‘미라클작전’, 요소수 긴급공수작전 뿐만 아니라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 등 수송 임무에서도 큰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KC-330 전력화 후 공군 전투기의 임무 반경과 체공 시간, 무장 탑재 능력이 대폭 증가했다는 점이다. KC-330 전력화 이전에는 F-15K의 경우 독도에서 약 30분, 이어도에서 약 20분 작전을 수행했다. KF-16은 독도 약 10분, 이어도 약 5분 정도에 그쳤다. 반면 KC-330에서 공중급유를 받으면서 작전 시간이 1시간 정도 늘어났다. 또 해외 연합훈련에 참여할 때도 KC-330으로 공중급유를 하면서 단독 전력으로 한반도 공역을 넘어 어디서든 작전을 펼칠 수 있게 됐다. KC-330은 2019년 1월 1호기 전력화 이후 7400회가 넘는 공중급유작전을 수행했다.
현재 우리 공군은 4대를 보유하고 있지만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2022년 12월 28일 제148회 방위산업추진위원회에서 공중급유기를 국외에서 도입하는 공중급유기 2차 사업에 대한 사업추진 기본전략(안)을 심의·의결했다. 이 사업을 통해 공중급유기가 추가 도입되면 공군의 작전 능력은 더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KC-330은 그 성능과 역할 만큼 도입 가격은 3,000억 원이 넘는다. 에어버스 A330MRTT를 도입 운용 중인 국가는 대한민국, 네덜란드,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 영국, 프랑스, 호주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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