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一石三鳥’ 자산 재배치… 웰푸드·홈쇼핑·지주·물산 승자는

연지연 기자 2023. 8. 31.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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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주주 이해관계 다를 수 있지만
그룹 차원에서 득실 따져보면 안 할 이유 없는 자산 재배치
상장사라면 매각가 관련해 주주 입장 다를 수 있어

롯데그룹의 잇따른 계열사간 자산 재배치에 재계의 관심이 쏠린다.

롯데웰푸드와 롯데지주가 가진 롯데홈쇼핑 본사 건물을 홈쇼핑이 사고, 또 롯데웰푸드가 영등포 공장의 매각을 추진하면서 비상장사인 롯데물산이 이를 매입하는 방안이다.

물론 계획대로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롯데홈쇼핑의 사옥 매입에 대해선 2대 주주인 태광산업이 반대 의견을 표명하고 나섰고, 롯데웰푸드도 “매각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지만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증권업계는 이러한 롯데그룹의 자산 재배치를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이러한 구조조정이 그룹 차원에서 득실을 따져보면 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거래라는 분석에서다.

웰푸드는 현금 실탄을 확보해 해외 공략에 총력을 다할 수 있고, 지주는 부채비율 하락, 물산 입장에서는 알짜 부지인 영등포공장 개발의 주체로 나설 수 있다. 이른바 일석삼조(一石三鳥) 효과다.

그래픽=손민균

◇ 양평동 본사 매각...롯데홈쇼핑과 롯데지주·롯데웰푸드 중 승자는

① 사옥 매각가는 롯데홈쇼핑에게 이득

롯데홈쇼핑은 서울 양평동5가 21에 있는 준공업지 용도의 대지 2124평에 지하 3층, 지상 19층의 1만3793평 건물을 총 2039억원에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대지기준 평당 9599만원, 연면적 기준 평당 1484만원으로 부동산 업계의 시세보단 저렴하다고 보고 있다.

2020~2023년까지 서울 영등포구 일대에서 거래된 토지와 대형 건물 매각사례를 살펴보면 전체 9건의 매매 중 롯데홈쇼핑 양평사옥의 연면적 기준 평당가보다 낮은 경우는 두 건이었다.

2022년 3월에 거래된 영등포구 당산동1가의 MG신용정보빌딩(연면적 기준 평당가 1066만원)과 작년 12월에 거래된 영등포구 대림동의 콤텍시스템빌딩(연면적 기준 1474만원)이 롯데홈쇼핑 사옥 매각가보다 낮았다.

시행업계 관계자는 “가격엔 시장 분위기나 입지, 연면적, 임차현황 등 다양한 요인이 반영되긴 하지만 롯데홈쇼핑 사옥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거래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면서 “다만 감정평가 등 다양한 방식으로 법적 검토 절차는 충분히 마쳤을 것”이라고 했다.

② 현금확보 효과만 보면 롯데지주와 롯데웰푸드에게 이익

매각액이 시세보다 저렴하면 상장사인 롯데지주와 롯데웰푸드엔 손해고 비상장사인 롯데홈쇼핑에겐 이익이다. 주주간 이해관계가 갈릴 수 있지만 롯데그룹 차원에선 큰 손해가 아니다.

롯데지주와 롯데웰푸드는 이 본사와 토지를 각각 64.6%, 35.4% 가지고 있는데, 2039억원에 팔린다면 롯데웰푸드는 721억원, 롯데지주는 1317억원을 손에 쥘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롯데지주 입장에선 현금이 들어오면서 부채비율을 낮추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롯데지주의 상반기 부채비율은 130% 수준으로 재무구조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다.

또 롯데웰푸드는 해외시장 공략을 위한 자금으로 활용해 신성장 동력을 마련할 수 있다.

롯데웰푸드는 인구구조 변화로 국내에선 성장에 한계가 있다. 대신 해외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롯데웰푸드의 해외 부문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077억원, 157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4.4%, 14.6% 증가한 수치다.

이 중 2분기 인도지역 매출이 전체 해외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1.5%에 달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인구가 증가하는 시장에서 성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그래야 식품회사들도 내수용 회사라는 오명을 벗고 회사가치를 다시 평가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래픽=손민균

◇ 영등포 공장 매각, 롯데웰푸드와 롯데물산 중 누가 이익일까

롯데웰푸드가 소유한 영등포 공장을 롯데물산에 넘기는 것은 아직 구상만 나온 단계라 정확한 득실을 따지기 어렵다. 가장 중요한 매각가가 나오지 않아서다.

만약 롯데웰푸드가 제값을 다 받고 이를 롯데물산에 넘긴다고 가정하면 롯데웰푸드는 현금 확보로 훨씬 더 큰 성장 기회를 도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롯데물산 입장에선 개발사업으로 더 큰 이익을 만들 수 있다는 점만 담보된다면 이익이다. 롯데물산의 계열사 매출 비중은 높은 편이다. 지난해 말 기준 롯데그룹 계열사로부터 받은 임대료 등이 매출의 절반 수준을 차지한다. 2019년 이후로 그 비중은 50%를 넘나들었다. 개발사업이 줄면 계열사 매출 의존도는 더 늘어날 수 있어 롯데물산 입장에선 꾸준히 개발사업을 검토해야 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가격이 가장 중요하지만 매수할 수 있다면 매수 후보 1순위로 거론할 알짜 입지”라면서 “다만 롯데그룹이 여러 상징성을 감안해 회사가 어려운 상황이 아니라면 외부엔 팔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땅으로 본다는 뜻이다.

영등포 공장은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가 국내 첫 종합식품회사인 롯데웰푸드(롯데제과)를 설립하면서 최신식 제조 공장으로 만든 곳으로, 롯데그룹의 태동이다.

롯데그룹 차원에서는 부지 자체가 가진 상징성을 십분 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 이 부지에 단순히 아파트나 오피스를 지으면 이익이 더 커질 수 있지만 롯데그룹의 창업주 정신을 소비자에게 각인시킬 수 있는 중요한 부지라는 뜻이다. 그룹 측면에선 값으로 매길 수 없는 무형 자산이다.

다만 롯데물산 입장에선 싸게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롯데물산은 상반기 부채비율 90.3%, 순차입금의존도 24.8% 등 재무구조가 양호한 편에 속하지만 작년 말 롯데그룹이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는 의심을 받으면서 자금 구원투수로 나섰다. 이 덕분에 롯데물산도 그룹과 묶여 신용등급 강등의 수모를 겪은 바 있다.

신용평가사 한 관계자는 “앞으로도 롯데물산이 계열사 자금 구원투수 역할을 해야 한다면 부채비율 관리는 꾸준히 해야하고 이 때문에 무리하게 영등포 공장의 값을 매겨 사오진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가격만 무난하다면 각자 이득을 보는 자산 재배치일 수 있다”고 했다.

재계 한 관계자도 “최근 롯데그룹을 둘러싼 자산양수도 내용을 보면 그룹 차원에선 손해볼 것 없는 꿩 먹고 알 먹는 자산 개편”이라면서 “각 회사의 주주별로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 있지만 상장사가 아닌 비상장사 간 거래라면 법적 절차상 위반 사항 등 큰 문제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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