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학습지 풀듯 디지털 배우니 카톡 채널 만들고 단골과 소통해요"

김지현 2023. 8. 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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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홍보요? 배우고 돌아서면 깜빡하는 나이라 포기하려 했는데 족집게 선생님 덕분에 자신감이 생겼어요.

하지만 박씨는 카카오가 전통시장 상인의 디지털 전환(DX)을 지원하는 '우리동네 단골시장' 프로그램 교육을 받은 지 5주 만에 은선사 카카오톡 채널을 직접 만들었다.

디지털 전담 교육 튜터(교사)에게 카카오톡 채널과 오프라인 가게를 연계하는 법, 채널에 올릴 사진을 찍고 메시지를 쓰는 법 등을 배운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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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 실험 '단골시장 프로젝트' 가보니
전통시장 상인 눈높이 교육 나선 카카오
28일 경기 성남시 성남중앙시장에서 뜨개방 '은선사'를 운영하는 박영숙(왼쪽)씨가 카카오 '우리동네 단골시장'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디지털 튜터 우유종씨에게 교육을 받고 있다. 카카오 제공
온라인 홍보요? 배우고 돌아서면 깜빡하는 나이라 포기하려 했는데 족집게 선생님 덕분에 자신감이 생겼어요.

28일 경기 성남시 성남중앙시장에서 만난 박영숙(67)씨가 환하게 웃었다. 박씨는 이곳에서 뜨개방 '은선사'를 35년 동안 운영한 베테랑 상인이지만 전자상거래(e커머스)나 온라인 홍보를 해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박씨는 카카오가 전통시장 상인의 디지털 전환(DX)을 지원하는 '우리동네 단골시장' 프로그램 교육을 받은 지 5주 만에 은선사 카카오톡 채널을 직접 만들었다. 디지털 전담 교육 튜터(교사)에게 카카오톡 채널과 오프라인 가게를 연계하는 법, 채널에 올릴 사진을 찍고 메시지를 쓰는 법 등을 배운 결과다. 은선사 톡채널에 수세미실 할인 정보를 직접 올린 박씨는 "단골에게 신상품을 안내하고 댓글로 소통하는 일이 즐겁다"며 뿌듯해했다.


평균나이 59.0세… 전통시장 상인에 '눈높이 교육'

카카오가 전통시장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는 '우리동네 전통시장' 프로젝트를 위해 만든 교재. 디지털 튜터(교사)가 교육 일정과 내용을 설명해주면 시니어 상인들도 쉽게 따라 할 수 있게 제작했다. 김지현 기자

카카오는 우리동네 단골시장 프로젝트를 통해 전통시장 상인들의 눈높이에 맞춘 디지털 전환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시작했는데 앞으로 전국 100개 전통시장을 지원하는 게 목표다. 개별 점포를 운영하는 상인들이나 시장을 대표하는 상인회가 카카오톡 톡채널을 만들 수 있게 돕고 있다. 지난해 11개 시장의 573개 점포가 톡채널을 열었다.

카카오는 지속가능한 디지털화를 추구하고 있다. 프로젝트가 끝나도 평균 연령 59.0세(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2021년 조사 결과 기준)인 상인들이 고객들과 디지털 소통을 이어가도록 실질적 교육에 초점을 맞춘 것이 눈에 띈다. 전경호 카카오임팩트 매니저는 "전통시장과 디지털 상생을 시도하는 대기업이나 정부 프로그램이 많지만 이들이 떠나면 아쉬웠던 경험이 많았다"고 했다.

그래서 카카오가 찾은 해답은 눈높이 교육이다. 우선 스타강사 김미경이 설립한 지식 커뮤니티 MKYU에서 교육을 받은 디지털 튜터에게 6주 동안 상인 교육을 맡겼다. 이들은 고령의 상인들에게 일상생활에 필요한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 모바일 기기 활용법을 비롯해 1 대 1 채팅 같은 온라인 고객 서비스의 기본 지식을 안내해준다.

디지털 학습지 성격의 상인용 교재도 만들었다. 온라인 고객 서비스의 기초부터 톡채널 개설법, 톡채널 메시지 보내는 법 등을 예시로 만들고 상인들이 따라 할 수 있게 한 것. 노안이 많은 상인들을 배려해 교재 글씨 크기도 키웠다. 전 매니저는 "홈페이지에 관련 안내가 있지만 나이가 지긋하신 상인들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하시더라"며 "배운 것을 복습하려면 교재가 필수"라며 웃었다.


디지털 전환 속도 느리지만… "내재된 변화 이끌 것"

28일 경기 성남시 성남중앙시장의 한 점포에 카카오 톡채널 친구를 맺을 수 있도록 QR코드와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카카오 제공

새벽배송, 라이브 커머스 등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유통산업의 디지털 흐름을 전통시장이 단번에 따라잡을 수 있을까. 성남중앙시장 상인들과 카카오 모두 이 질문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김재승 성남중앙시장 사무국장은 "쿠팡에서 온라인 주문만 하던 소비자가 갑자기 소비 패턴을 바꿔 전통시장만 찾을 확률은 낮다"며 "친절함이라는 전통시장의 강점을 살려 고객과 온라인 소통도 늘려가면 진입 장벽이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도 전통시장이 고객과 지속가능한 소통을 하도록 도울 계획이다. 전 매니저는 "상인회 차원에서 교육할 수 있게 '상인회 톡채널' 개설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상인회를 중심으로 상인들 스스로 바뀌어야 디지털화가 완성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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