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죽 쑨 패션기업들, 하반기 신규 브랜드로 반전 노린다
역기저·불황 여파... 투자 확대도 영향
하반기 신규 브랜드 출시 예정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국내 패션업체들이 올 상반기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앞서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과 골프 열풍 등으로 호황을 누렸으나, 올해 들어 역기저 효과와 함께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의류 소비가 줄어든 것이 영향을 미쳤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삼성물산 패션부문, LF, 한섬,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이하 코오롱FnC) 등 5개 패션 상장사의 영업이익은 일제히 감소했다. 매출은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코오롱FnC를 제외하고 모두 하락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올 2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2%가량 늘어난 5240억원, 영업이익은 8% 줄어든 570억원을 기록했다. 코오롱FnC는 매출이 전년 대비 7% 증가한 3300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27% 줄어든 171억원에 그쳤다.
LF와 한섬,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하락했다. LF는 2분기 매출이 4741억원으로 전년 대비 10% 줄었고, 영업이익은 144억원의 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영입이익이 558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실적이 부진했다. 한섬과 신세계인터내셔날도 영업이익이 각각 79%, 51% 감소했다.
이들 업체는 앞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직격탄을 맞았다가, 2021년부터 보복 소비와 골프 열풍 등에 힘입어 실적을 회복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경우 공식 수입 판매하는 메종키츠네, 아미, 르메르 등 이른바 신 명품 브랜드의 성장으로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 연 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역시 셀린느, 메종 마르지엘라 등 수입 브랜드와 국내 패션 브랜드의 호조로 창사 이후 첫 1000억원대 영업이익을 냈다.
코오롱FnC는 지포어 등 골프복의 호조로 지난해 연 매출 ‘1조 클럽’에 합류했다. 한섬과 LF도 온라인 매출의 신장으로 영업이익이 각각 17%, 16% 증가했다.
그러나 올 들어선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업계는 역기저 효과와 함께 고물가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과 해외여행 증가 등에 따른 의류 소비 감소가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명품을 수입 판매하던 일부 업체의 경우 명품 브랜드 본사와 국내 판매 계약이 종료된 것이 악영향을 미쳤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톰브라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셀린느, 메종마르지엘라, 질샌더, 마르니 등과 판매 계약을 종료하면서 매출 감소가 불가피했다.
최근 1년 사이 패션 기업들의 투자 활동이 늘어난 것도 실적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 시기 실적 상승을 맛본 업체들이 신규 브랜드 등 신성장 동력 확보에 나선 것이다.
특히 최근 백화점 등에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4년생)를 겨냥해 신명품과 K패션 브랜드를 유치하려는 요구가 커지면서 신규 브랜드 발굴 및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아더에러, 마르디메크르디, 마뗑킴 등 최근 백화점에 입점한 브랜드들은 한 매장에서 월 3~5억원의 매출을 거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패션업체 관계자는 “온라인에서 시작한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백화점에 모셔지고, 연 매출 수백억원대 브랜드로 성장하는 걸 보면서 브랜드를 육성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졌다”며 “최근 몇 년간 소극적이었던 브랜드 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자크뮈스, 니튜디오니콜슨, 가니 등 신명품 3인방을 하반기에 집중 육성할 방침이다. LF는 올해 상표권을 획득한 리복과 프랑스 여성복 빠뚜의 안착에 힘쓴다.
또 영국 명문대 캠브리지와 상표권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잘파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Z세대와 알파세대의 합성어)를 공략한 캐주얼 브랜드를 출시한다.
한섬은 미국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키스, 캐나다 럭셔리 패딩 무스너클, 이탈리아 럭셔리 패션 아스페시 등을 국내 독점으로 선보인다. 또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런던 언더그라운드를 출시해 젊은 세대를 공략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올 하반기 꾸레쥬와 뷰오리 등 6개 신규 브랜드 출시를 예고했다. 또 여성복 브랜드 보브와 지컷의 영업권을 자회사인 신세계톰보이에 넘겨 K패션 전문 회사로 육성할 방침이다.
코오롱FnC도 하반기 남성복 프리커, 여성복 리멘터리, 해외 수입 케이트 등 3개의 신규 브랜드를 출시해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강화한다.
한 패션업체 관계자는 “경기 불황의 영향도 있지만, 그만큼 투자를 많이 늘린 것도 상반기 실적이 감소한 이유”라면서 “신규 브랜드들의 성과가 가시화될 4분기 이후를 주목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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