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비만치료제, 치고 나가는 한미약품

지용준 기자 2023. 8. 31.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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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해마다 5800조원 삼키는 비만… 주목받는 치료제③] "지금 아니면 늦는다"… 잇따라 임상 신청하는 제약사들

[편집자주]비만 신약이 제약사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거듭나고 있다. 당뇨치료제로 개발됐다가 비만치료제로서 그 쓰임새가 넓어지고 있다. 2020년 전 세계 인구의 7명 중 1명이던 비만 환자는 2035년이면 4명 중 1명에 이를 전망이다. 비만 환자가 급증한 데다 비만을 질병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어져 비만치료제 수요는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 제약사들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비만약 시장에 잇다라 도전장을 내밀었다. 최근 글로벌 제약사가 발매한 비만 신약이 전 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다. 국내 제약사 가운덴 한미약품이 임상 3상에 뛰어들며 비만 신약 개발에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됐다. /사진=한미약품
▶기사 게재 순서
①5명 중 2명… 뚱보로 살아가는 길
②"몸무게 1년 만에 25㎏ 빠졌어요"… 비만치료제로 변신한 당뇨약
③한국형 비만치료제, 치고 나가는 한미약품

국내 제약사들이 비만약 개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비만치료제가 차세대 성장동력이 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비만약을 통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비만약 선두주자로 꼽히는 글로벌 제약사 노보노디스크는 시가총액이 8월23일 기준 약 430조원에 달했다. 이는 2021년 6월 비만·당뇨 신약 위고비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판매 허가를 받은 이후 2배 이상 불어난 수치다. 비만 신약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이유다.

최근 비만약 개발에 나선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주가가 연이어 급등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월9일 한미약품은 전 거래일 대비 14.6% 오른 32만5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같은 날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도 23.6% 올랐고 동아에스티(26.6%) 대원제약(8.1%) 일동제약(8.1%)도 상승세를 보였다.

이 같은 주가 상승세는 전날 이뤄진 노보노디스크의 임상 발표 때문이다. 노보노디스크는 위고비를 주 1회 복용하면 심장마비·뇌졸중·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가짜 약을 투여한 환자 대비 20% 낮았다는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위고비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유사체를 기반으로 개발된 약으로 같은 계열의 비만약을 개발 중인 한미약품 등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GLP-1 유사체는 인체 GLP-1 호르몬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물질이다. GLP-1은 인체에 인슐린을 분비시키는 호르몬의 일종이나 인공적으로 만들어질 경우 체내에서 분해돼 효과를 내지 못한다. 체내 분해를 막기 위해 새롭게 고안한 것이 GLP-1 유사체다. GLP-1 유사체는 체내 인슐린 분비뿐 아니라 췌장의 베타세포 작용을 통해 혈당량 감소, 위장관 운동 조절, 식욕 억제 등에 관여한다. 당뇨치료제로 쓰이면서 비만약으로 활용되는 것은 식욕 억제를 통한 체중 감량 효과가 탁월해서다.


상업화 임상 직행, 한미약품 비만 신약은


한미약품은 비만 신약에 있어서 국내 업계 가운데 가장 앞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7월28일 비만 치료를 목표로 GLP-1 계열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임상 3상 시험계획서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제출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GLP-1 비만약을 시판한 글로벌 기업들이 체중 감소 비율 수치의 우월성을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있지만 이는 서양의 고도비만 환자에게 유익할 수 있는 수치"라며 "한국 제약사가 독자 기술을 통해 개발한 최초의 GLP-1 비만 신약으로 한국인 체형과 체중을 반영한 한국인 맞춤형 비만약으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미약품이 당뇨 신약을 목표로 개발하던 물질이었다. 한미약품은 2015년 에페글레나타이드를 사노피에 기술수출했는데 글로벌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하다 사노피가 2020년 6월 권리를 반환했다. 하지만 성과도 있었다. 사노피가 대사질환 환자 6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5건의 글로벌 임상 3상 결과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안전성과 혈당·혈압·체중을 낮추는 효과를 확인한 것이다. 진행된 임상에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잠재력을 확인한 만큼 기존 글로벌 제약사들이 장악한 비만약 시장에서 '한국'에 초점을 맞춘 틈새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도다.
동아에스티와 대원제약, 일동제약이 비만 신약 개발전에 뛰어들었다. 사진은 동아에스티(왼쪽부터), 대원제약, 일동제약 본사 전경. /사진=각사


"우리도 개발한다"… 비만 신약 점찍은 제약사들


동아에스티는 올해 하반기 비만 신약 후보물질(DA-1726)의 글로벌 임상 1상 시험계획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전임상(인체 시험 전 동물실험 단계) 단계에서 기존 약물 대비 체중 감량 효과가 나타난 덕분이다.

지난 6월 동아에스티의 미국 신약개발 자회사인 뉴로보는 DA-1726의 전임상 결과를 제83회 미국당뇨학회(ADA)에서 발표했다. 위고비와 비교해 식욕 억제뿐 아니라 기초대사량을 증가시켜 체중 조절 효과를 보였다는 설명이다. DA-1726은 GLP-1 수용체와 글루카곤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해 식욕 억제와 인슐린 분비 촉진, 말초에 기초 대사량을 증가시켜 궁극적으로 체중 감소를 유도한다.

대원제약도 비만약 개발을 본격화했다. 대원제약과 라파스는 8월8일 식약처에 공동 개발 중인 비만 치료 후보물질(DW-1022)의 임상 1상 시험계획서를 냈다. DW-1022는 위고비 성분을 활용한 마이크로니들 패치제다. 대원제약은 유전자 재조합 세마글루티드를 합성펩타이드로 전환해 신약에 준하는 원료의약품을 개발하고 완제의약품의 비임상 연구를 맡았다. 라파스는 마이크로니들 패치 완제의약품의 제제 개발을 담당했다.

DW-1022는 간편하게 붙이기만 하면 되는 패치 형태이므로 환자들이 직접 주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다. 1㎜ 이하의 미세 바늘을 활용해 체내 전달률이 높으며 피부 부작용이 적다는 설명이다.

일동제약은 비만 신약으로서 당뇨 신약 후보물질(ID110521156)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ID110521156은 먹는 형태의 물질로 GLP-1 수용체 작용제다. 지난 6월 ADA에서 ID110521156을 당뇨병 원숭이에 투여한 결과 혈장 포도당 저하와 인슐린 분비를 입증했고 1일 1회 복용 시 음식 섭취 감소와 체중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

지용준 기자 jyj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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