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잇슈]원희룡의 '비상' 선언…그래서 주택 공급 어떻게?

나원식 2023. 8. 31.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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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주택 인허가·착공 반토막…공급 부족·집값 자극 우려
원희룡 "압도적 대응" 시그널…전문가 "실효성은 글쎄"

국내 주택 경기 침체로 민간 건설사들이 사업을 대폭 축소한 데다가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실시공 이슈까지 겹치면서 주택 공급 전반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정부까지 나서서 '초기 비상을 걸어야 한다'며 대책 마련을 예고했다.

정부는 앞서 내놨던 연 50만 가구 수준의 주택 공급 계획을 차질 없이 달성하겠다는 입장이다. 공공 영역은 기존에 계획된 사업 물량을 당겨서라도 공급을 늘리겠다는 의지다. 민간 영역의 경우 건설사에 대한 금융 지원 방안 등을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적절한 시기에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대내외 환경을 고려하면 정부 의지만으로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평가가 많다. 실효성 있는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원희룡 "공공 물량 앞당기고, 민간 금융 지원 검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주택공급혁신위원회 회의를 열고 주택 공급 위축 흐름에 대해 "초기 비상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충분히 압도적으로 움직이겠다"고 밝혔다. 전반적인 주택 공급 경색의 흐름으로 가지 않도록 금융당국 및 거시당국과 본격적으로 협의에 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관련 기사: 원희룡 "LH 이슈·인허가 감소에도 공공주택 순차적 공급"(8월 29일)

실제 최근 국내 주택 시장에서는 주택 공급의 선행 지표로 여겨지는 인허가 및 착공 실적이 급감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7월 누계 기준으로 국내 주택 인허가 실적은 20만 7278가구로 지난해보다 29.9% 줄었다. 착공 실적 역시 7월 누계 10만 2299가구를 기록하며 전년보다 54.1% 감소하며 반토막 났다.

이런 흐름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7월만 따져봤을 때 인허가는 전년보다 50% 줄었고, 착공의 경우 무려 71.7% 감소하며 급감하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통상 아파트의 경우 착공 후 2~3년, 인허가 후 3~5년 뒤 입주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수년 뒤 주택 공급이 크게 줄어들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집값 상승과 주거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7월 누계 인허가 및 착공 추이. /그래픽=비즈워치.

여기에 더해 최근 LH가 부실시공 문제로 대대적인 혁신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공공주택 물량 공급까지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국토부는 새로운 공급 정책을 내놓기보다는 일단 앞서 내놓은 목표 달성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특히 공공물량의 경우 일부 공급 계획을 앞당겨서라도 물량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민간 영역에 대해서는 건설사에 대한 금융 지원 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원 장관은 "전반적으로 (공급이) 경색되지 않도록 금융 차원에서 옥석 가리면서 금융당국·거시당국과 공격적으로 협의에 들어가야 한다"며 "저희가 때를 놓치지 않고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공급 '시그널'은 좋은데…구체적 계획은?

전문가들은 정부가 시장의 우려에 따라 시의적절하게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 부동산 시장이 반등하는 흐름을 보이자 원 장관이 나서서 적절한 시그널을 줬다는 평가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이전 정부에서는 시장의 경고에도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는 식의 대응으로 일관했는데 이번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현황을 나름대로 파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LH 철근 누락 사태로 공공주택 공급에도 차질이 있을 거라는 우려가 높았다는 점과 최근 부동산 시장이 다소 과열 조짐이 있다는 우려도 있어 시장에 적절한 시그널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정부의 의지만으로 당장 위축한 주택 공급이 눈에 띄게 확대하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많다. 정부가 구체적인 계획을 내놔 대책의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 원장은 "당장 LH의 경우 부실시공 이슈에 발목이 잡혀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민간 역시 정부가 지원책을 내놓는다 하더라도 금융사들이 주택 시장에 자금 공급을 꺼리는 흐름이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3기 신도시나 재건축 활성화 등이 필요하겠지만 중단기적으로 오피스텔이나 주상복합 주택 등에 규제를 풀어 비아파트 공급을 늘리는 등의 실효성 있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부가 주택 공급 부족에 경고 신호만 주고 대책을 제대로 추진하지 않으면 되레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정부가 주택 공급에 대한 의지만 보이고 사업 진척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시장에 집이 부족하다는 메시지만 던진 꼴이 된다"며 "일부 지역 개발에 대한 기대감만 키우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 공급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나원식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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