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쓰이는 대체어 이유 있다[반갑다 우리말]

김미경 2023. 8. 3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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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말)는 의사소통의 도구를 넘어 국민의 알 권리와 인권을 실현하는 연장입니다.

특히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공공언어는 국민이 정보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우리말로 써야 합니다.

'환승정차'의 개념이 더욱더 명확하고, 일반 시민 누구나 이해하기 쉬웠던 만큼 우리말로 빠르게 정착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우리말로 다듬은 대체어가 널리 쓰이려면, 무엇보다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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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공공언어 쓰기⑭
자동제세동기→심장충격기
우리말로 바꾸니 훨씬 쉽네
"대체어 짧고, 이해 쉬워야"

언어(말)는 의사소통의 도구를 넘어 국민의 알 권리와 인권을 실현하는 연장입니다. 특히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공공언어는 국민이 정보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우리말로 써야 합니다. 국민 건강과 안전에 직결되는 만큼 일상생활의 질을 좌우한다고 해도 그 의미는 넘치지 않을 겁니다. 이데일리는 문화체육관광부·㈔국어문화원연합회·세종국어문화원과 함께 공공언어의 현 실태를 들여다보고, 총 20회에 걸쳐 ‘쉬운 공공언어 쓰기’를 제안하는 것이 이번 연재의 출발이자 목표입니다. <편집자주>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블랙 아이스→도로 살얼음, 자동제세동기→심장충격기, 키스 앤드 라이드(K&R)→환승정차구역, 뱅크런→인출 폭주, 언택트→비대면 등. 국어 전문가들이 잘 다듬어진 순화어(대체어)로 꼽은 ‘쉬운 우리말’ 사례들이다.

도로 살얼음, 심장충격기, 비대면 같은 다듬은 말은 국민 생명, 안전과 연관된 만큼, 쉬운 우리말로 대체한 경우다. 실제 2020년 코로나19 초창기에 자주 쓰이던 ‘비말’은 신속한 대응 덕분에 ‘침방울’로 대체되어 방역에 대한 이해를 높여 마스크 쓰기 등의 수칙들이 더 잘 지켜질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차역 인근 도로 바닥에서 곧잘 볼 수 있는 ‘환승정차구역’도 잘 다듬어진 우리말로 꼽힌다. 잠시 차를 세워 사람을 태우거나 내려주는 공간을 일컫는 이 말이 원래 ‘키스 앤드 라이드’(K&R·kiss & Ride)로 쓰였던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글문화연대는 2017년 동천역에서 ‘키스 앤드 라이드’란 표기를 발견하고 용인시에 건의해 우리말로 변경했다. 이후 2021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배웅정차장’, ‘환승정차구역’ 등 우리말로 고치는 것을 정식 요청했다. 이에 한국철도공사와 국가철도공단은 강릉역, 둔내역, 만종역, 원주역 등 18곳 역에 있는 ‘K&R’ 표기를 우리말인 ‘환승정차’로 개선했다. ‘환승정차’의 개념이 더욱더 명확하고, 일반 시민 누구나 이해하기 쉬웠던 만큼 우리말로 빠르게 정착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우리말로 다듬은 대체어가 널리 쓰이려면, 무엇보다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언어라는 것이 습관과 감각의 문제인 데다가 새 말에 대한 세대별 수용 정도도 달라 일반 시민이 인식하게 되는 데까지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국어 전문가들에 따르면 대체어 선정 시, 단어가 정확하게 인지돼야 사고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가능하면 짧고 쉬운 말 표현이 중요하다. 말이 어려우면 보통 사람들은 그 뜻을 파악할 생각을 별로 하지 못하고, 점차 정보에서 소외돼 간다는 것이다. 특히 안전, 위험, 건강과 관련된 단어의 경우 즉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의 대체어를 만들어 보급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국어 전문가들은 “한동안 ‘스크린 도어’가 ‘안전문’으로 바뀌어 잘 쓰였으나, 최근 다시 자주 보이는 현상을 간과해선 안 된다”며 “원어의 함축적 맛을 살리지 못하거나 오히려 우리말 대체어가 더 길고 어렵다면 금세 사라진다. 보다 알기 쉽고 친숙하게 말을 다듬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완벽한 대체어가 아니더라도 공공기관, 언론, 교육기관 등에서 사용 빈도를 늘려 우리말을 계속 유통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들은 “다듬은 말 중에는 다소 어색한 대체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자꾸 쓰다 보면 일상에 스며든다. 계속 다듬어 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김미경 (midor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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