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36평' 7억 뛴 37억…'나 홀로 신고가' 강남·서초 최다
"코로나로 더 높아진 '그들만의 시장'…양극화 심화 반영"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올 초 진정되는 듯하던 서울 부동산 시장이 다시 들썩이면서 신고가 거래가 속속 늘고 있다. 지금의 상승장은 강남·서초구가 20% 이상 차지하며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 특히 일부 부촌 중대형 평형을 중심으로 전고점을 경신하며 치솟는 가격은 인플레이션을 거쳐 양극화 심화를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31일 부동산 프롭테크 '호갱노노'와 '아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에서 최근 3개월 내 역대 실거래 최고가를 경신한 주택 거래는 872건으로, 그중 강남구가 119건, 서초구 89건으로 2개구가 전체 24%가량을 차지한다.
구체적인 거래 내역을 살펴보면 초고층 하이엔드 재건축 이슈가 한창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전용면적 36평형이 올해 6월 37억원에 팔려 신고가를 기록했다. 60억원대인 대형 평형과 달리 집값 급등기이던 2021년에도 30억원대가 최고 거래금액이었는데, 올봄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이 추진되면서 단숨에 7억원 뛴 것이다.
'부자 아파트' 수식어가 붙는 도곡동 타워팰리스도 이달 99평형이 74억5000만원에, 95평형은 67억원, 65평형 46억원, 58평형 36층6000만원에 각각 거래돼 전 평형 모두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서초구에선 이날 입주하는 반포 래미안원베일리 46평형 입주권이 지난달 말 53억5000만원에 팔려 종전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인근에 2009년 7월 입주한 래미안퍼스티지도 질세라 지난달 62평 64억원, 45평 50억5000만원에 거래돼 각각 신고가를 썼다.
재건축에 반포 한강 변이 들썩이자 서래마을도 덩달아 올랐다. 지난 6월엔 고급빌라 레베빌 83평형이 64억원, 방배서리풀이편한세상 63평형은 40억원에 각각 거래돼 역대 최고가를 신고했다.
신고가 거래 건수로는 강남·서초구가 최다 지역이지만, 이 기간 최고 거래 금액은 강남의 위상을 넘겨받은 성동구와 용산구에서 나왔다.
최근 3개월간 거래된 서울 최고가 아파트는 성수동 아크로서울포레스트로, 75평형이 지난달 95억원에 팔렸다. 다음 최고거래금액은 90억원으로, 6월 한남동 나인원한남 75평형, 8월 성수동 갤러리아포레 90평형이 각각 이 가격에 매매됐다. 지난 3월 72평형이 110억원에 팔려 올해 최고가 기록을 유지 중인 한남더힐은 지난달 81평형이 85억원에 매매돼 시세는 다소 떨어졌지만 최근 석 달간 네 번째로 높은 거래금액 순위를 지켰다.
◇상승장? 보합?…'분리된 시장' 이처럼 신고가 기록이 속속 나오고 있지만 지금 서울 부동산 시장 전반을 상승장으로 정의하는 데에는 전문가 의견도 엇갈린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아파트 거래는 3월부터 7월까지 5개월간 3000건대 안팎으로 올랐어도 평년 기준치인 6000건대의 절반이다. 반면 서울 아파트 매도물량은 전날(30일) 기준 7만1386건으로 집계,올해 1월 최저 4만9726건에서 급증 추세다.
통상 집값이 오르면 집주인들은 더 오를 것이란 기대에 매물을 거둬들이는데, 일부 지역에선 역대 최고가 거래가 이뤄질 만큼 가격은 오르면서도 전체적으로 매도 희망자는 더 늘고, 상대적으로 거래는 많이 되지 않는 게 현재 분위기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고가 부동산과 슈퍼리치가 사는 하이엔드 시장은 다르고 이제 서울 부동산 시장은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면서 "코로나19 때 자영업자가 타격을 입은 것과 달리 자산가들은 저금리로 오히려 자산가치가 상승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소위 '그들만의 시장'은 전체 매물 증가나 거래량과는 관련이 적다는 설명이다. 또 "2010년 33%에 달했던 중대형 평형 공급이 지난해 5% 정도로 뚝 떨어졌다는 점도 하이엔드 시장에서 계속 신고가가 나오는 배경"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신고가 거래는 서울 일부 지역 선도 단지에서 주로 발생하는 것"이라며 "거래 금액이 높아지고 있지만 신고가 거래 총량으로 보면 지난 급등기의 절반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작년 말에 비해 신저가 거래가 줄긴 했다"고 부연했다.
그들만의 리그를 제외한 전체 시장은 어떨까. 함 랩장은 "상반기엔 거래량이 늘면서 우상향해 왔다고 볼 수 있고 작년 말에 비해 신저가 거래가 줄긴 했다"면서도 "시장이 양극화됐기 때문에 연초보다 가격 부담을 느끼는 수요자들이 있다"고 전했다.
신고가 시장과 달리 급매물이 소진된 전반의 시장은 상승 요인이 크지 않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박 위원은 "(매수자는) 상반기 급매물로 낮아진 실거래가보다 낮은 가격을 원하는데, (매도자는) 작년 말 거래가 한번 막혔다가 뚫리니 팔고 싶지만 호가를 내리는 사람이 많진 않다"고 봤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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