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주인찾기]②산업은행 '깊어지는 고민'

노명현 2023. 8. 31.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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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채 주식 전환…매각주식 수 급증
현 시세 매각시 매각 규모 7조 육박
매각 최우선…"가격보다 명분" 분석도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6월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연내 HMM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특히 강석훈 회장은 HMM 매각이 필요한 이유로 정책자금 공급 역할을 강조했다. 은행은 BIS비율(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게 중요한데 HMM의 주가 변동이 산업은행 재무 안정성에 영향을 주는 부담 요인 중 하나이기 까닭이다. ▷관련기사: 강석훈 산은 회장 "HMM 인수의향자 있어…이르면 연내 매각"(6월20일)

매각 최대 관건은 역시 가격이다. 매각 대금을 결정하는 HMM 주가는 산업은행이 HMM 지분 매각을 공식화한 이후 하락세다. 그럼에도 여전히 HMM 매각 규모는 당초 예상보다 큰 6조원 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예비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은 HMM보다 자산 규모가 작을 뿐 아니라 현금 동원 능력도 크지 않다. 산업은행 입장에선 매각이 최우선 목표지만 쉽사리 매각을 결정하기도 어렵다. 산업은행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주가를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해진공)는 지난달 20일 HMM 경영권 공동매각을 위한 주식매각공고와 함께 매각 절차를 개시했다. 매각 대상 주식은 산업은행과 해진공이 보유하고 있던 약 1억9879만주에 1조원 규모의 영구채(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추가로 보유하게 되는 2억주를 더한 3억9879만주(약 4억주)다. ▷관련기사: 산업은행의 HMM 새 주인찾기…'강석훈식' 해법은(7월26일)

앞서 업계에선 산업은행과 해진공이 보유한 2조7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HMM 개인주주들은 발행 주식이 대규모로 늘어나면 주식가치 희석(주가 하락) 등 부정적 영향을 받는다. 인수를 저울질했던 기업들은 매각 대상 주식 수가 급증하면서 HMM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게 된다.  

실제 산업은행과 해진공이 보유한 영구채 중 1조원 규모를 주식으로 전환해 매각 대상에 포함한다고 발표하자 HMM주가는 하락하고 있다. 매각 공고 전 주가(7월20일 종가 기준)는 2만300원, 지난 28일 주가(종가 기준)는 1만7150원으로 15.5% 떨어졌다.  

다만 주가 하락 폭을 두고선 평가가 엇갈린다. 현재 HMM 상장주식수는 약 4억8900만주다. 영구채 일부 주식 전환으로 상장주식수의 41.6%가 늘어나게 된다. 늘어나는 주식 수 만큼 주가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주가가 1만7000원 선에서 버티는 것은 예상보다 주가 하락 폭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반면 예비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이 중견 기업이고 해운업황이 좋지 않다는 점에서 주가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HMM 개인주주들은 예비입찰 참여 기업 중 자금동원 능력이 가장 큰 독일 컨테이너 선사인 하파그로이드의 HMM 인수를 지지하는 성명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HMM 주인찾기]①고래 삼킬 새우 나올까(8월30일)

매각 대금, 5조냐 7조냐

HMM 주가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매각 대금을 결정하는데 가장 큰 요인인 까닭이다. 산업은행과 해진공의 주식매각 공고 전 업계에선 HMM 주식 매입을 통해 경영권을 확보하는데 5조원 안팎의 몸값을 점쳤다.

하지만 매각 대상에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물량이 포함되면서 몸값은 예상을 훌쩍 뛰어넘을 전망이다. 매각주식 수를 현 주가로 환산할 경우 매각 규모는 6조8000억원(매각주식 수 4억주*주가 1만7000원 가정),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총 규모는 7조원을 웃돌 수 있다.

HMM 주가/그래픽=비즈워치

이와 관련 산업은행은 매각 가격 등은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제 예비입찰을 마무리한 단계로 매각 가격을 어떻게 정할지 등은 전혀 결정된 게 없다"며 "본입찰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돼야 가격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예비입찰자중 이달 내로 적격자(숏리스트)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2개월 가량 실사를 진행하고 본입찰을 거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 연내 SPA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매각 최우선' 산업은행 고민되는 이유

산업은행 입장에선 HMM 매각을 계획대로 마무리하는 게 최선의 시나리오다. 기업 구조조정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재무 안정성 개선도 기여할 수 있어서다.

실제 강석훈 회장은 HMM 연내 매각이 필요한 이유로 BIS비율을 강조했다. HMM주가가 1000원 하락하면 BIS비율 0.07%포인트가 떨어지고, 이로 인해 1조8000억원 정도의 자금공급여력이 줄어든다는 게 강 회장 설명이다. 

BIS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HMM 매각을 통해 실적 변동성을 줄이거나 위험가중자산을 줄여야 한다. 위험가중자산은 시중은행의 대출 활동으로 산업은행에게는 정책자금공급 역할이다. 산업은행 정책자금공급 역할에 HMM 매각이 일정 부분 영향을 주는 셈이다. ▷관련기사: [인사이드 스토리]HMM매각, 산업은행 서두르는 이유(6월28일)

산업은행 입장에선 HMM 주가가 하향 조정돼 전체 매각 규모가 지금보다 줄어드는 게 매각을 진행하는데 좀 더 유리할 수 있다. 영구채 전환 행사가액이 액면가(5000원)인 만큼 산업은행은 HMM 주가가 액면가보다만 높으면 주가 하락에 대한 부담도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결국 산업은행의 HMM 매각은 정량적 요인(가격)보다 정성적 요인(명분)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산업은행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HMM 매각을 통해 수익을 얻는 것보다 확실한 매각으로 향후 국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다는 명분이 더 중요하다"며 "몸값이 지금보다 낮아져야 매각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지금의 HMM 주가가 산업은행에게는 부담스러운 수준일 수 있다"고 말했다.

노명현 (kidman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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