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채 상병·홍 장군 흉상 이전 관여 안해”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에 대해서는 국방부와 육사가 결정할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뉴스1에 따르면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조태용 안보실장 등 대통령실 참모진은 이날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6시간여에 걸친 업무보고를 통해 '채 상병 순직 사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 '일본 오염수 방류 논란' 등 현안 질의에 입장을 밝혔다.
조태용 실장은 채 상병 순직 사건에 안보실이 외압을 행사했다는 야당 의원들의 집요한 질의에 해당 사건 관련 수사 내용은 보고 받은 적이 없고, 향후에도 관련 조사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조 실장은 윤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채 상병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 받고 격노한 뒤 국방부 장관에게 지시해 경찰 이첩을 보류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그런 사실이 없다"고 일축했다.
조 실장은 '국가안보실에서 수사계획서, 사건인계서, 언론브리핑 중 확보한 자료가 무엇인지를 묻는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언론발표 자료는 확보해 가지고 있고, 수사결과 문서는 본 적도 없고, 가지고 있지도 않다"고 선을 그었다.
임기훈 국방비서관 역시 채 상병 사건 이첩 보류와 관련해 "7월31일 해병대 사령관과 통화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임 비서관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7월31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통화한 인물로 일부 언론과 야권 등에서 거론됐던 인물이다.
임 비서관은 국가안보실이 해병대 수사단에 수사계획서와 언론브리핑 자료 등을 요구하며 외압을 넣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국방비서관실은 단 한 번도 요구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해병대 수사단장이 건넨 수사계획서는 A4 한 장 분량의 일반적인 내용이며, 외압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안보실의 일관된 입장이다.
조 실장은 "채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진상을 밝히고 조사를 제일 잘하는 방법은 안보실장인 제가 이 문제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며 "(안보실은) 관여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조 실장은 "조사에 관한 사항에 대해 디테일을 갖고 챙기거나 간섭하는 건 안보실이 하는 일이 아니라고 굳게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대통령도 그런 디테일을 파악할 만큼 한가하신 분은 아니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안보실이 해당 사건에 대해 어떤 일을 했는지를 묻는 질의에는 "안보실은 채 상병 가족에 대한 위로 표시를 위해 대통령 위로 편지를 만들어 조문을 갔고, 조화를 보냈고, 서훈을 신청했다"며 "그것이 안보실이 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조 실장은 '국방부 장관이 채 상병 사건 처리 방향을 하루 만에 뒤집었는데 이 장관을 해임 건의해야 하지 않나'라는 장철민 민주당 의원 질의에 대해서는 "인사권자인 대통령에게 맡겨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과 관련, 홍범도 장군의 소련공산당 활동 이력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다는 일부 참모진의 사견이 언급됐지만, 궁극적으로는 "국방부 장관이 결정할 사항"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질의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문제를 제기하고 한 번 어떤 것이 옳은 일인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고 언급한 사실이 전해졌지만,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어떻게 하자고 얘기하지는 않았다"며 흉상 이전과 윤 대통령을 연결 짓는 의혹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홍범도 장군의 흉상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이 방향성을 제시한 게 없다"며 "언론에서 하도 추측 기사들이 많이 나와서 대변인실이 입장을 냈다"고 했다.
조 실장은 홍범도 장군의 '소련공산당 활동 이력' 논란에 대해 "이 문제는 아주 좁혀서 봐야 한다. 독립운동의 공적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며 "홍범도 장군이 소련공산당 당원으로 활동한 그의 '후반부 삶'을 평가해야 한다"고 사견을 밝혔다.
이어 "육사라는 아주 특수한 기관에서 육사 생도들이 매일 경례를 하면서 롤모델로 삼아야될 분을 찾는, 그런 기준으로 봤을 때 이 두 가지(홍범도 장군의 독립운동 공적과 소련공산당 활동)가 잘 맞겠느냐, 하는 문제의식을 갖고 검토하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실장은 그러면서 "사실은 2018년 (홍범도 장군) 흉상을 세우기 전에 이런 부분들이 다 걸러져서 의견 수렴이 됐었으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는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육사에 설치한 문재인 정부가 이번 논란의 원인 제공자임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조 실장은 "이 문제에 대해서는 국방부 장관이 주도해서 결정을 내릴 것이다. 안보실로서는 어떤 방침을 가진 것은 아니다"라며 흉상 이전과 대통령실은 아무 관련이 없다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 실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남로당에서 좌익 활동했다는 야당 질의에 대해서는 "(홍 장군을) 박정희 전 대통령과 비교하는 것은 조금 그렇다"며 "나중에 국군으로 오신 분, 전향을 한 것과 끝까지 그렇게 가신 분은 다르다"고 일축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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