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E 게임 대박’ 신기루… 남은 건 빚더미 [심층기획-가상자산 '가려진 진실']
‘엑시’ 휩쓴 필리핀 마을 가보니
게임 가상자산 현금화해 수익
고수익에 마을사람 85% 투자
1년 만에 휴지조각… 충격·한숨
P2E 세계 유저 한때 월 평균 280만명
너도나도 큰돈 벌자 갑부 꿈꾸며 올인
끝없이 오르던 가상자산 99%나 폭락
“1년째 빚 갚는 중… 지인은 감옥에 가”
게임업체만 5조원 매출 ‘돈방석’ 씁쓸
울퉁불퉁한 필리핀 시골 도시 ‘카바나투안’(Cabanatuan)의 도로. 조악한 포장 상태 때문에 차량이 지나갈 때마다 도로 양옆으로 가드레일처럼 늘어서 있는 민가와 가게 안으로 흙먼지가 들이친다. 지난 6월 방문한 이곳은 한창 바쁠 오후 시간임에도 필리핀의 다른 도시들과는 다르게 인적이 뜸했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벌거벗고 뛰어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뿐이었다.

SLP가 폭락하기 전인 2021년에는 전 세계 월평균 유저가 280만명에 달할 정도로 게임이 흥행했다. 특히 사행성 등을 이유로 P2E 게임을 허가하지 않는 우리나라나 베트남과 달리 P2E 게임이 허용된 필리핀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마을 사람의 85% 정도가 한때 엑시 유저였다. P2E에 빠진 이 마을은 당시 화제가 돼 유튜브와 외신에서 소개하기도 했다.

미파가는 엑시인피니티가 한창 주가를 올리던 2021년 초,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친구의 소개로 처음 이 게임을 접했다. 그녀는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매달 옷가게 월수입과 비슷한 1만5000페소를 벌었다고 한다.

그러나 달콤한 꿈이 깨지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끝없이 오를 것만 같았던 SLP 가격이 2021년 5월을 정점으로 구멍 난 낙하산처럼 수직 낙하했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2021년 5월2일 406원이었던 SLP 가격은 일주일 만에 230원으로 반토막났고, 한 달 뒤에는 179원으로 쪼그라들었다. 2022년 5월부터는 6원대에 진입했고, 현재는 1.9원까지 곤두박질쳤다. 2년 만에 SLP의 가격이 최고가의 0.2% 수준으로 떨어져, 사실상 휴지조각이 된 것이다.


엑시는 학생들의 학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학생들은 아르바이트보다 힘과 시간은 덜 들고 돈은 더 많이 벌 수 있어 엑시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학업을 병행해야만 하는 학생들에게는 최적의 아르바이트였던 셈이다. 하지만 의도와 달리 대부분 돈은 못 벌고 성적만 떨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필리핀에서 만난 어느 누구도 SLP 폭락에 대한 개발사의 책임을 묻지 않았다. 그저 ‘운이 없는’ 혹은 ‘투자 실력이 부족한’ 자신을 탓할 뿐 코인 생산 및 관리의 주체인 게임사는 죄가 없다는 생각이다. 심지어 대부분은 엑시와 같은 P2E 게임이 또 나온다면 영리하게 행동해 꼭 ‘승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손님 한 명 없는 상점가를 멍하니 바라보던 미파가는 “엑시처럼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일이 어딨느냐”며 “(내가) 너무 욕심을 부려서 그렇지 적당히 하면 옛날처럼 돈도 벌 수 있고 빚도 갚을 수 있지 않겠냐”며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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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바나투안(필리핀)=채명준 기자 MIJustic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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