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지적에 “노무현 탄핵도 기각”
“노 전 대통령은 훨씬 세게 선거 압승 호소했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30일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당 지원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최근 공직선거법 위반 논란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 “저보다 훨씬 세고 직접적으로 선거 압승을 호소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도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된 바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원 장관을 강하게 비판했다.
원 장관은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지난 24일 보수우파 시민단체인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조찬 정기세미나에서 자신이 한 “여당 간판을 들고 국민 심판을 받아야 하는 분들에 대한 밑바탕 작업에 정무적 역할을 하겠다”는 발언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국토위 야당 간사인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당 발언에 대해 “명백한 공직선거법 제9조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다. 정상적 장관이 아닌, 유세장에 나온 정치인의 모습”이라며 원 장관 사과를 요구했다. 원 장관이 “동의하지 않는다”며 사과를 거부하자 민주당 의원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원 장관은 국무위원이냐, 아니면 국민의힘 총선 선대본부장이냐”며 “원 장관이 정치 중립을 철저히 지킨다는 약속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소속 김민기 국토위원장은 원 장관에게 “정치적 중립에 대한 의지를 선언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원 장관은 “저보다 훨씬 세고 직접적으로 선거 압승을 호소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도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된 바 있다”며 “이것으로 대답을 갈음하겠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원 장관은 “당시 발언은 국토부 장관으로서 직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국민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쳐서 국정 동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미”라며 “선거에 직접 개입하거나 관여하겠다는 내용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정치적 중립 의지 선언은) 길 가는 사람을 붙잡고 살인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논란은 이날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로도 이어졌다. 운영위 야당 간사인 송기헌 민주당 의원은 “장관이라는 분이 말을 막한다. 여당으로서 선거에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지 않느냐”며 “이렇게 이야기하니까 오늘 상임위(국토위)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은 그렇게 이야기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송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 (헌재가) 선거법 위반이라고 결정했다. 다만 탄핵에 이를 정도까지는 아니다라고 한 것”이라며 “그런데 그걸 들어가지고 자기가 선거법 위반이 아닌 것처럼 얘기하면 되느냐”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원 장관을 옹호했다. 김학용 의원은 이날 국토위에서 “설마 원 장관이 선거 중립 의무를 다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겠느냐. 그것은 절대 아니라고 본다”며 “어느 장소에서 발언했느냐가 문제인데,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했다면 말이 안 되지만 그날 제가 현장에 있었고 원 장관이 말한 취지로 저도 들었다”고 밝혔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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