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시장 판도 바뀔까”... 강남권·여의도 재건축 수주 노리는 대형 건설사들
현대건설, 여의도 첫 재건축 공략... ‘적극 행보’
“삼성물산, 출혈경쟁까진 안 할 것”
올 하반기 서울 강남권과 여의도 등을 중심으로 대형 건설사들의 정비사업 시공권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도시정비사업 강자’로 통했던 GS건설이 부실시공으로 타격을 입으면서, 정비사업시장 판도에 변화가 예상된다.
3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시공사 선정 시기를 앞당기는 내용의 서울시 조례가 개정되면서 당장 86곳의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조합이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게 됐다.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대상지 현황(6월 기준)’으로 따져봐도 82곳의 정비사업장에서 시공사 논의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자치구별로 보면 강남구 6곳, 서초구 2곳, 송파구 4곳, 영등포구 여의도 2곳 등이다. 강남구에선 압구정 2·3·4·5단지, 대치 미도, 개포 경남·우성3·현대1, 서초구에선 신반포 2차, 송파구 잠실동 장미 1·2·3차 등이 알짜 사업지로 통한다.
수년간 건설업계에선 현대건설과 GS건설이 도시정비사업 1위를 놓고 다퉈왔다. 다만 현대건설은 최근 4년간 연속 1위를 했는데, GS건설에 비해 서울 수주액 비중이 크지 않다는 게 특징이다. 2021년 42%였지만, 2022년엔 16%로 줄었다. 반면 GS건설은 39.8%, 49.6%를 차지했다. 올해 8월 기준으로 하면 현대건설은 서울 수주실적이 ‘제로(0)’인 반면, GS건설은 8211억원으로 전체 수주액의 56%였다.
하지만 GS건설이 부실시공 사태로 신뢰도에 타격을 입으면서, 현대건설이 ‘표정 관리’에 들어갔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포스코이앤씨도 최근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이 급격히 늘었지만 주 사업지가 서울 보다는 인천과 경기에 더 많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GS건설과 현대건설이 동일한 사업지를 두고 맞붙은 경험이 많다”면서 “의도치 않은 수혜지만 현대건설이 이 기회를 그냥 두고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강남구만 놓고 보면 현대건설은 디에이치아너힐즈,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등 개포동 재건축을 완성시켰고, 이제는 압구정 재건축과 우선미라는 대어가 남아있다는 점에서 대치동 재건축에 눈을 돌릴 것으로 보인다. 대치동 내 현대건설이 시공한 아파트는 1980년에 지어진 대치 현대아파트가 유일하다. 이곳은 얼마전 리모델링이 확정됐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강남구 아파트 전체 물량은 13만3740가구로 이 가운데 30년을 초과한 아파트는 5만4177가구로 42.1%에 달한다. 20년 초과 아파트를 기준으로 하면 6만8613가구로 51%가 넘는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주택사업 침체가 계속되면서 사업장 선별 수주 경향이 올 들어 더 강해졌다”면서 “강남쪽 사업장은 항상 관심을 많이 갖고 보고 있다. 사업성 검토를 계속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현대건설은 여의도 시공권 경쟁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여의도 ‘재건축 1호’ 한양아파트 조합은 이르면 3분기 내로 시공사 선정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은 디에이치 브랜드를 내세워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재건축 사업장만 16곳에 달하는 여의도에서 일찌감치 우위를 점하겠다는 취지다.
결국 알짜 사업지는 대기업 그룹 계열사들의 각축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GS건설이 대기업 그룹 계열사라는 점에서 조합원들이 보기에 ‘그에 준하는’ 건설사를 선호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일각에선 삼성물산이 보다 활발하게 수주전에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동안 주택사업에 소극적이었던 삼성물산은 최근 여의도와 강남, 성수 지역 정비사업에 대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출혈 경쟁은 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다. 래미안 브랜드를 런칭하며 과거 정비시장을 정평했던 삼성물산이 돌연 2015년 재건축 사업에서 손을 떼다시피했는데, 이재용 회장이 ‘경영권 승계’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기 시작하던 때와 일치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은 적극적으로 한다고 해도 절대 어떤 형태로든 비판 받을 소지가 있는 무리한 수주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 포스코이앤씨와 주택사업 비중이 큰 대우건설과 DL이앤씨, 롯데건설 등이 일부 물량을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이앤씨의 서울 수주액 대부분은 리모델링 사업이 차지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고, 나머지 건설사들은 과거 알짜 사업지 수주에 성공한 경험이 있지만 연속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롯데나 대우 등이 반포 등에서 재건축에 성공했지만 단발성으로 끝났다”면서 “향후 도시정비사업 시장은 대기업 계열사들이 대부분 가져가고 나머지가 일부를 가져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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