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은 없었다..눈물겨운 노력만 남은 LAA, 또 연장된 ‘실패의 역사’[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결국 이변은 없었다. 에인절스의 시즌은 이렇게 또 한 번 실패로 돌아갔다.
LA 에인절스는 8월 30일(한국시간) 주전급 선수를 무더기로 웨이버 공시했다. 면면도 화려했다. 루카스 지올리토, 랜달 그리칙, 헌터 렌프로, 레이날도 로페즈, 맷 무어, 도미닉 레온 등 투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선수들이었다.
30일까지 에인절스가 기록한 시즌 성적은 63승 70패, 승률 0.474.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4위다. 1-3위팀(SEA, TEX, HOU)이 30일 시점에 승차없는 사실상의 공동 선두와 같은 접전을 펼치고 있고 에인절스와 이들의 승차는 무려 12.5경기다.
채 30경기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12.5경기 승차를 뒤집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 포스트시즌 도전을 마치겠다는 사실상의 '항복 선언'을 한 것이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에인절스는 희망의 끈을 단단히 붙잡고 있었다. 7월을 마치는 시점에서 에인절스의 성적은 56승 51패, 승률 0.523이었다. 지구 선두 텍사스에 4.5경기 뒤쳐진 3위였고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는 3위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3경기차로 추격 중이었다. 추격자의 입장이지만 앞서 달리는 주자들이 눈에 보이는 상황이었다. 쉬운 여정은 아니지만 불가능할 것도 없어보였다.
그렇기에 에인절스는 여름 시장의 구매자로 나섰다. 이날 웨이버 공시된 지올리토, 로페즈, 그리칙, 레온은 에인절스가 불과 한 달 전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 영입한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4-7월 꾸준히 월간 승률 5할 이상을 유지했던 에인절스는 전력을 보강한 8월 급격히 곤두박질쳤다. 에인절스가 현지시간 29일까지 기록한 8월 성적은 7승 19패. 승률은 겨우 0.269에 불과했다. 에인절스가 최악의 부진에 허덕이는 사이 손을 뻗으면 잡힐 것만 같았던 경쟁자들은 이미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멀리 달아났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21경기 평균자책점 3.79를 기록한 지올리토는 에인절스 이적 후 6경기에서 1승 5패 평균자책점 6.89를 기록하며 8월 추락의 주범이 됐다.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64경기 .308/.365/.496 8홈런 27타점을 기록한 그리칙은 '하산한 선수'답게 이적 후 27경기에서 .165/.212/.351 4홈런 8타점의 형편없는 성적을 썼다. 이적 후 10경기에서 평균자책점 5.25를 기록한 레온과 달리 로페즈는 12경기 4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2.31로 든든했지만 셋업맨 홀로 흐름을 바꿀 수는 없었다.
사실 에인절스가 데드라인을 앞두고 전의를 다진 것은 오타니 쇼헤이 때문이었다. 올시즌 종료 후 FA가 되는 오타니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 팀 성적이 반드시 필요했다. 설사 포스트시즌 티켓을 따내지 못하더라도 오타니에게 구단의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의미도 있었다. 물론 오타니에 대한 트레이드 제안도 들었던 에인절스인 만큼 다른 구단들이 제시한 카드가 성에 차지 않았던 것도 이유였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오타니가 에인절스의 '시즌 포기'에 쐐기를 박았다. 성적이 아닌 건강 때문. 오타니는 8월에도 맹타를 휘두르고 마운드에서 호투했지만 지난 24일 신시내티 레즈전에서 팔꿈치 부상을 당했다. 인대 파열 진단을 받은 오타니는 올시즌 더는 마운드에 오르지 않기로 결정했다. 오타니의 '투타 겸업'이 종료되며 오타니의 활약에도 팀 성적이 떨어져만 가던 에인절스는 포스트시즌에 대한 '헛된 희망'을 버릴 수 있게 됐다.
시즌 포기를 결정한 에인절스는 조금이나마 피해를 줄이는 것을 선택했다. 이미 트레이드 데드라인이 한참 지난 시점인 만큼 어떤 형태로도 트레이드는 불가능하다. 2018시즌까지는 7월 트레이드 데드라인이 지나더라도 웨이버 공시를 통한 '웨이버 트레이드'가 8월 한 달 동안 더 가능했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다. 트레이드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선수를 다른 팀에 내주더라도 아무것도 얻을 수가 없다는 의미다.
이번 웨이버 공시는 '선수는 그냥 줄테니 남은 시즌 잔여 연봉이라도 부담해달라'는 의사표시다. 웨이버 공시된 선수들 중 잔여 연봉이 가장 높은 선수는 약 218만 달러 정도가 남아있는 렌프로다. 렌프로를 제외한 선수들은 잔여 연봉이 200만 달러 미만이고 로페즈와 레온은 두 사람의 잔여 연봉을 합쳐도 채 100만 달러가 되지 않는다. 구단 전체 지출로 보면 '푼돈'이나 다름없는 금액의 지출을 줄이기 위해 주전급 선수들을 포기한 것이다.
어찌보면 '눈물겨운 노력'일 수도 있지만 의외로 큰 의미가 담긴 시도일 수도 있다. 현지 언론들은 여름 이적 시장에서의 선수 영입으로 올시즌 연봉 총액이 사치세 부과 기준선을 넘어버린 에인절스가 해당 선수들의 잔여 연봉을 덜어낼 경우 다시 페이롤을 기준선 아래로 낮출 수 있다고 언급했다. 사치세 대상이 될 경우 상당한 불이익을 받는 만큼 구단 입장에서 포스트시즌 진출도 실패한 상황에서 사치세 패널티까지 떠안고 싶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이치다. 향후 구단 운영을 생각하더라도 사치세는 피할 수 있다면 피하는 것이 좋다.
다만 8월 중순 이미 웨이버 공시가 됐지만 클레임이 없어 구단에 잔류한 타일러 앤더슨처럼 이번에 공시된 선수들도 반드시 팀을 떠난다는 보장은 없다. 물론 포스트시즌에 도전하는 구단들의 입장에서는 사실상 '마지막 전력보강 기회'인 만큼 수요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오타니와 함께하는 마지막 시즌이 될 수도 있는 올시즌을 에인절스는 어느 때보다 간절하게 준비했다. 하지만 결과는 또 한 번의 실패였다. 에인절스의 마지막 포스트시즌은 지난 2014년. 오타니가 입단한 후 한 번도 포스트시즌에 출전하지 못한 것은 물론 역사에 남을 선수인 마이크 트라웃을 벌써 13년째 기용하면서도 트라웃과 함께 가을야구를 치른 것도 단 한 번 뿐이다.
이변은 없었다. 에인절스의 '실패의 역사'는 이렇게 1년이 더 연장됐다.(자료사진=오타니 쇼헤이)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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