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어디 맡겨" 직원 고민에…이 회사, 수천만원 들여 본사 1층 내줬다

경주(경북)=정현수 기자 2023. 8. 31.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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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희망벨 '띵동(Think童)' 울린 기업]④남경엔지니어링, 가족 같은 기업문화 만들어가는 중소기업
[편집자주] 청년들은 결혼을 미루고 가정을 꾸린 뒤에도 애를 낳지 않는다. 이미 한국은 '1등 저출산 국가'란 벼랑끝에 섰다. '인구감소'는 '절벽'과 '재앙'을 건너 '국가소멸'이란 불안한 미래로 달려가고 있다. 백약이 무효란 체념보단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접근법으로 판을 바꿀 '룬샷(Loonshot)'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머니투데이는 앞으로 '아이(童)를 낳고 기르기 위한 특단의 발상(Think)'을 찾아보고, '아이(童)를 우선으로 생각(Think)하는 문화'를 조성하는 '띵동(Think童)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기업들을 시작으로 출산이 축복이 되는 희망의 알람, '띵동'을 울린 사례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공유한다.
남경엔지니어링이 올해 4월까지 운영했던 가족돌봄실의 모습 /사진제공=남경엔지니어링


경북 경주에 있는 남경엔지니어링 본사 1층에선 아이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마친 아이들 3명이 매일 오후 4시부터 출근 도장을 찍으면서다. 아이들은 직원들을 위해 운영 중인 가족돌봄실에서 저녁식사까지 마친 후 부모들과 함께 귀가했다. 윤태열 남경엔지니어링 대표는 아이들 사이에서 '회사 할아버지'로 불렸다.

남경엔지니어링은 직원 자녀를 위해 사무 공간만 내준게 아니다. 유아교육과를 나온 정식 돌봄교사를 아이들에게 붙여 줬다. 국제결혼한 직원의 부인을 원어민 교사로도 채용했다. 직원 38명의 크지 않은 회사 입장에서 부담일 수 있다. 하지만 윤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기업하는 사람이 이걸 부담이라고 한다면 기업을 운영하지 말아야 한다"고 딱 잘라 말했다.
정부가 출산·육아지원 우수 기업으로 꼽아
남경엔지니어링의 파격적인 시도는 고용노동부의 출산·육아지원제도 우수기업 사례집에도 소개됐다. 보건복지부도 최근 출산·양육 친화제도 우수기업 간담회에 윤 대표를 초대했다. 정부가 남경엔지니어링에 주목하는 건 직원들을 대하는 '진정성'이다. 남경엔지니어링의 가족돌봄실 역시 그런 진정성에서 출발했다.

실제로 윤 대표는 2020년 사내부부의 자녀가 돌봄공백에 놓일 위기에 처하자 본사 1층을 가족돌봄실로 리모델링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웬만한 어린이집과 다름 없을 정도로 시설을 갖췄다. 앞뒤 재지 않고 오직 아이 한명을 위해 수천만원을 투자했다. 이후 2명의 직원 자녀가 추가로 가족돌봄실을 이용했다.

가족돌봄실에 다녔던 아이들은 남경엔지니어링을 스스럼없이 '우리 회사'라고 불렀다. 아이들은 사원증까지 받았다. 한 아이는 유치원에서 가족 그림에 친할아버지·외할아버지와 함께 윤 대표까지 3명의 할아버지를 담기도 했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들의 돌봄 수요가 사라지자 가족돌봄실도 지난 4월 일시적으로 문을 닫았다.

남경엔지니어링은 직원 자녀의 돌봄 수요가 있다면 언제든지 가족돌봄실의 문을 다시 연단 계획이다. 당장은 직원 자녀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부방으로 운영하고 있다. 윤 대표는 "기업은 결국 직원들과 함께 가야 하는 것"이라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회사에서 직원들의 자녀를 돌봐줄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차별화된 기업문화..대 이은 입사로 이어져
남경엔지니어링의 가족동반 워크숍도 직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국내·외 다양한 곳에서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직원들의 가족을 모두 초청 한 것. 최근엔 직원의 딸이 대를 이어 남경엔지니어링에 입사했다. "자녀까지 대를 이어 다니고 싶은 좋은 기업을 만들겠다"는 회사의 의지가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윤태열 남경엔지니어링 대표 /사진제공=남경엔지니어링

직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문화는 인재육성 지원제도로 이어졌다. 남경엔지니어링은 직원들의 석·박사 학위취득을 지원하고 있다. 지원 내용은 사규로 못박았다. 도시·토목설계를 하는 회사의 특성상 직원들의 자기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하단 판단에서다. 등록금과 법인차량 이용 등 경제적 지원 외에 수업과 관련한 근무시간 유연화도 시행 중이다.

아울러 첫째 30만원, 둘째 50만원 등의 출산지원금를 비롯해 생후 100일까지 분유 지원, 출산 병원비 지원, 직원 숙소 제공 등 다양한 복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대기업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혜택은 아니지만, 중소기업으로서 할 수 있는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육아휴직과 단축근무 등도 직원들의 상황에 맞춰 맞춤형으로 적용하고 있다.

윤 대표는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대기업처럼 많은 인원에게 복지혜택을 주거나 오랜 역사를 갖고 있진 않지만 지금까지 꾸준히 실행해왔고 만족도도 높다"며 "정해진 법의 테두리 안에서 개인마다 필요한 상황에 맞춰 맞춤형 제도를 운용한다는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경주(경북)=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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