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문택 기업은행 기업고객그룹장 "중기 잘 돼야 국부 창출"… 위기 때도 금융지원 '척척'

박슬기 기자 2023. 8. 31.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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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문택 IBK기업은행 기업고객그룹장./사진=장동규 기자
"중소기업 CEO(최고경영자)들 사이에선 '기업은행과 거래를 완전히 단절해선 안된다'는 얘기도 있어요. 저희한테 굉장히 고마운 사실인데 선배들이 노력한 덕분이죠."

임문택 IBK기업은행 기업고객그룹장(부행장)은 최근 서울 중구 IBK파이낸스센터에서 머니S와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시종일간 그의 얼굴과 말에선 중소기업 특화 정책금융기관이라는 자신감이 드러났다.

밝은 기운도 느껴졌다. 임 부행장은 2020년 인천지역본부장으로 근무하며 금융권 최초 기업은행의 중기대출 200조원 달성에 기여한 기업금융 전문가다.

임 부행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복합위기로 은행권 전체의 중기대출 증가액이 2021년 82조1000억원에서 2022년 67조2000억원으로 14조7000억원 줄었을 때에도 기업은행은 같은 기간 동일한 수준(16조7000억원)의 중기대출을 유지했다"며 "특히 올 상반기에는 은행권 전체 중기대출(23조2000억원)의 41.2%(9조5000억원)를 기업은행에서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호경기일 때 기업들이 더 낮은 대출금리를 제시하는 시중은행으로 옮겨가더라도 향후 어떤 위기가 올지도 모르니 기업은행과 관계를 계속 갖고 가야 한다는 평판이 시장에 형성돼 있는데 이는 저희한테는 큰 자부심"이라고 힘줘 말했다.


중소기업 금융시장의 안전판 역할 톡톡


기업은행은 최근 62년간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산업발전의 지렛대 역할을 해왔다. 국가적 경제위기가 찾아왔을 때는 위기극복에 앞장서며 중소기업 금융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수행해왔다는 평가다.

1998년 IMF 외환위기 때에는 전체 은행권이 중소기업 대출을 13조9000억원 줄이는 동안 오히려 기업은행은 6000억원 규모의 중기대출 공급을 늘렸고 2002~2006년 신용카드 사태에도 은행 전체 공급의 74.6%(4조4000억원), 2008~2010년 글로벌 금융위기시에도 91.2%(17조6000억원)를 담당했다.

특히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高) 복합위기를 겪었던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40.9%(9조5000억원)의 중기대출을 지원했다.

임 부행장은 "진짜 돈을 잘 버는 중소기업 사장들은 위기 때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경험을 갖고 있다"며 "경기가 안 좋을 때 투자를 미리 해놔야 경기가 좋아질 때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성장성 높은 기업들은 위기를 투자 기회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은행은 위기 시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통해 사업 재정비를 할 수 있도록 이들의 경쟁력을 믿고 자금 공급에 나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임문택 IBK기업은행 기업고객그룹장./사진=장동규 기자


올해 중기대출 14.5조 증가 전망… 점유율 목표 25%


국내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고 이들이 국내 전체 고용의 82%를 담당하는 만큼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이 잘 돼야 은행의 가치가 오르고 궁극적으론 국가의 사회적 가치 제고로 이어진다는 '가치금융'에 방점을 두고 있다.

임 부행장은 "올해 말 중기대출 잔액은 전년 말(230조2000억원) 대비 14조5000억원 증가한 235조2000억원으로 예상한다"며 "2024년 말 중기대출 잔액 목표는 올해 초 김성태 행장 취임시 수립한 3개년 경영계획에 따라 248조7000억원을 목표(13조5000억원 순증)로 설정했지만 경제전망·영업환경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 6월 말 기업은행의 중기대출 시장점유율은 23.40%로 전년말 대비 0.44%포인트 상승하며 중기대출 시장에서 초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임 부행장은 "시장점유율은 기업은행의 중기대출 실적과 별개로 은행권 전체의 중기대출 공급 상황, 시장 수요 등에 따라 예상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으나 김성태 행장 임기 내 시장점유율 25%를 달성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임 부행장은 중기대출을 크게 확대할 수 있는 배경으로 중기 근로자 가계안정 지원 프로그램을 꼽았다. 임 부행장은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장기 근속을 안하는 경우가 많아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소와 경영안정에 기여하기 위해 올 4월부터 '중소근로자우대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근로자의 자산형성을 위한 예적금과 금융비용 부담 절감을 위한 가계대출 금리 감면 등이 포함됐는데 7월 말 기준 총 지원액이 4만5473건(832억4000만원)에 이른다.

아울러 기업은행은 예금수익의 전부를 대출재원으로 조성하고 데스밸리(창업 초기 신생기업이 겪는 경영난) 극복을 위해 자금지원이 필요한 혁신창업기업에게 이 재원을 바탕으로 금리감면을 제공하기 위한 '혁신창업기업 응원통장'을 지난 4월 출시했다. 예금상품 가입은 개인이나 기업, 기관 모두가 참여할 수 있다.

임 부행장은 "성공한 사업가는 후배 사업가를 위해, 어린 학생들은 미래의 꿈을 위해 예금가입을 함으로써 혁신창업기업 지원에 국민 모두가 동참할 수 있다"며 "기업가 한사람의 도전이 아닌 국민 모두의 응원으로 대한민국을 부강하게 만들 기업, 글로벌 강소기업들의 명단에 국내 기업이 수없이 많이 나오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기업회생 위기 기업 정상화 도와


임 부행장은 오랜 기간 기업금융 업무를 맡으면서 보람을 느낀 적도 많았다고 전했다. 기업은행과 거래한 A사는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했는데 부품에서 불량이 발생했다.

해당 대기업은 부품 대금 결제를 하지 않았고 A사는 2차 협력기업에 대금 결제를 하지 못해 결국 기업회생을 신청한 사례가 있었다. 거래기업의 기업회생절차가 개시되면 약 50개에 달하는 2차 협력기업이 동반 부실이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임 부행장은 "당시 기업회생 대신 상거래 관련 채권단 협의를 통해 대금결제를 3년 내에 완료하는 것으로 합의했다"며 "하지만 채권기업 중 경북 구미의 1개 기업이 끝까지 반대해 거래기업 대표와 함께 수차례 직접 찾아 채권단 협의에 동의하지 않으면 다른 기업들도 함께 힘들어질 수 있음을 재차 강조해 설득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다행히 해당 기업을 포함한 모든 채권자가 협의에 이르렀고 A사는 기업회생대신 기업은행의 자체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승인받아 금리감면과 저리의 자금 지원 등을 통해 현재 정상화 궤도에 이르렀을 뿐만 아니라 벤처캐피탈에 투자유치를 받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뿌듯해했다.

임 부행장은 올 12월에 출시할 '중소기업 전용 M&A플랫폼'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통상 회계법인은 대형사의 인수합병(M&A)을 주로 담당하는데 기업은행은 이보다 작은 규모의 중소기업의 M&A 정보를 DB(데이터베이스)화하고 매수·매도 기업을 매칭하는 플랫폼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임 부행장은 "중소기업 대표들의 2세가 전문직이 많다 보니 경영승계가 되지 않아 경쟁력 있는 기업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 일본의 니혼 M&A센터를 모델로 삼고 준비하고 있다"며 "중소기업 전용 M&A플랫폼 사업은 김성태 행장이 부행장 시절부터 일본을 직접 오가며 준비한 것으로 초기 사업팀 형태에서 향후 M&A사업부나 M&A센터로 격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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