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모르는 윤 대통령…뉴라이트·독단 쌍칼로 ‘반공 정치’

김미나 2023. 8. 31.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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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정부 ‘역사 쿠데타’][뉴스 분석]
정치 입문 땐 드러나지 않았던 노골적 ‘반공주의’ 증폭
“MB정부 출신 참모진과 오랜 신념·독단적 성향” 분석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스타트업 코리아 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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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중요한 것이 이념”이라며 철 지난 반공 이념 정치를 2023년 전면에 내건 윤석열 대통령 행보의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국민 통합의 책무를 놓아버린 윤 대통령의 ‘갈라치기’ 메시지는 적극 지지층을 제외한 국민 다수를 등 돌리게 하는 분열과 갈등 조장 행보라는 게 다수의 평가지만, 윤 대통령의 입은 개의치 않고 거침이 없다. 

‘자유주의’를 바탕에 둔 윤 대통령의 오랜 신념, 독단적인 개인 캐릭터와 뉴라이트 계열에 둘러싸인 내각과 참모진 구성, 팽팽하게 맞붙은 정치 양극화 상황 등이 그 이유로 지목된다.

 윤 대통령의 반공주의 기조는 최근 증폭되는 모양새다. 지난 15일과 29일 공개 메시지가 이를 보여준다. 

“공산전체주의 세력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 왔다”(광복절 경축사), “공산전체주의 세력, 그 맹종 세력과 기회주의적 추종 세력들은 허위 조작, 선전 선동으로 자유사회를 교란시키려는 심리전을 일삼고 있으며, 결코 멈추지 않을 것”(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간부위원과의 통일 대화)이란 행간에선 그가 ‘이념 정치’의 선명성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이를 두고 “정치 입문 때는 중도로 보였는데 점점 극우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스타트업 코리아 전략회의’에 참석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사실 윤 대통령의 ‘반공주의’ 인식은 정치 입문 초기 때도 드러났지만 지금처럼 노골적이진 않았다. 2021년 검찰총장에서 사퇴하고 정치 참여를 선언한 그는 더불어민주당 주류였던 운동권에 대한 분노를 정치 참여 동력으로 삼아 “국민 약탈 정권”, “독재와 전제를 민주주의라 말하는 선동가들과 부패한 이권 카르텔”(2021년 6월 정치 참여 선언 기자회견)과 같은 적개심 가득한 언어로 표출했다. 

그러나 집권 1년을 지나면서 보수 지지층만을 대상으로 한 게 아닌, 전체 국민들 대상으로 한 메시지에 이런 기조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이는 집권 2년차 대통령의 자신감 또는 사명감의 표현이라는 게 여권 내부의 해석이다.

여권 관계자는 30일 한겨레에 “1년간 각 분야 국정을 살펴본 결과로 이런 메시지가 나온 것”이라며 “대통령으로서 나라를 이렇게 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박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년간 빈번한 북한의 무력시위, 화물연대 파업 상황, 노조 연계 의혹이 제기된 ‘창원 간첩단 사건’ 등을 확인한 것이 ‘반공주의’를 전면에 내세우는 방아쇠가 됐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부터 ‘자유’, ‘자유민주주의’를 최고의 가치와 체제로 강조했으나, 그것은 다양성이나 포용성을 포함하기보다는 ‘공산전체주의’ 대립 축으로서의 편협한 자유 또는 자유민주주의라는 점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내각과 참모진의 구성과 독단적 개인 성향이 윤 대통령의 이념 정치 성향을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따라붙는다. 이날 정치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늦깎이 뉴라이트 의식화가 된 게 아니냐. 원래 좀 늦깎이가 되면 더 열정적”이라며 “나름대로 잘하려고 하는데도 지지도가 안 오르는 것에 대한 원망이 섞여 있고, 그 원망이 ‘날 지지하지 않는 놈들은 반국가 세력 아니야?’ 이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실제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등 이명박 정부 시절 참모진 다수를 중용한 윤 대통령이, 뉴라이트 계열 주장을 적극 수용해 최근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등의 전면적 역사 논쟁에 뛰어든 것이란 해석이 적지 않다. 국

민 공감대도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일 관계 개선을 밀어붙이고 자유·인권 등의 가치를 강조하며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 최전선에 나서기를 자처하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연결된다.

이를 두고 “좌파 정당·단체 척결을 주장하는 고위 참모나 언론 등에 윤 대통령이 휘둘리는 것으로 보인다”(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는 해석과 “윤 대통령이 본인 생각대로 하고 있는 것”(한 정치평론가)이라는 해석이 엇갈린다.

콘크리트 지지층이 없던 정치 신인 윤 대통령이 지지층 결집을 위한 정치적 의도에 따라 우편향 메시지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선 나온다. 하지만 극단적 이념 공세는 내년 4월 총선에서 수도권·중도층 공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실제로 여당 수도권 의원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진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념 논쟁은 내 편을 더 내 편으로 끌어들이는 도구인데 그것으로 총선을 이길 수는 없다”며 수도권 위기론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에게 민심을 전하는 게 여당의 책무이기도 하지만 현재 국민의힘의 지배적 기류는 총선 공천을 의식한 ‘용산 눈치보기’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정치학)는 “여야가 첨예하게 맞붙는 현 정치 상황에서 중도층을 버리는 메시지를 내놔도 전략적으로 유리하다는 계산이 나올 순 있다”며 “대통령이 자기 진영에 열정적인 사람들만 뭉치게 하겠다는 갈라치기 전략을 쓰는 것에 대한 평가는 훗날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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