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주 열풍 뒤엔 텔레그램, 유튜브…그리고 제도권 향한 불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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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책이나 정치인과 관련한 종목이 꾸준히 유행했듯 테마주가 최근 갑자기 생겨난 현상은 아니다.
하지만 올해 테마주 열풍엔 눈에 띄는 특징이 있다.
이런 가운데 각 가계에 아직 남아있는 여유자금도 테마주 열풍의 실탄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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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주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한국거래소), “불법이 나쁘지 테마주가 나쁜 게 아니다. 시장 탓하지 말고 실력을 탓해라”(텔레그램 주식 관련 채널)
여름 내내 국내 증시를 이끌었던 테마주를 둘러싼 말들이다. 초전도체·맥신·양자컴퓨터까지 테마 종목들의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락하는 상황이 계속되자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가 시장감시를 강화하고 신용거래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지만, 개인투자자의 테마주 사랑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정부 정책이나 정치인과 관련한 종목이 꾸준히 유행했듯 테마주가 최근 갑자기 생겨난 현상은 아니다. 미국에서도 특별한 이유 없이 개인투자자가 몰리며 변동성이 커진 종목을 일컫는 ‘밈 주식’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국내 증시만의 현상도 아니다. 하지만 올해 테마주 열풍엔 눈에 띄는 특징이 있다. 텔레그램과 유튜브 같은 온라인 채널을 통한 정보 확산과 ‘여의도 증권가’로 대표되는 제도권을 향한 개인투자자의 불신,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늘어난 각 가계의 초과저축 등이 열기를 식지 않게 하는 장작이 되고 있다.
최근 텔레그램에선 구독자가 많게는 수만 명에 달하는 ‘주식투자 계정’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증시를 다룬 뉴스뿐 아니라 개별 기업을 자체적으로 분석한 정보까지 공유된다. “이 종목이 왜 오르나 했는데 이런 배경이 있었네요”, “최근 나온 보고서인데 일독을 권합니다”와 같은 메시지가 올라온다. 특히 이들은 일명 ‘제도권’이라고 불리는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분석하지 않는 종목들을 주목한다. 남들이 다 아는 우량주가 아닌 종목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내고 싶은 개인투자자 입장에선 솔깃한 정보들이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지금까지는 개인투자자들이 뭉치기 어려웠으나 수년 전부터 텔레그램이나 유튜브처럼 기존에 없었던 정보 채널이 생겨나고, 여기서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며 “(제도권을 향한) 불신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매도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가 개인투자자를 뭉치게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투자자들은 거래소 등이 내놓는 ‘테마주 주의보’에 대해서도 반감을 드러낸다. “테마주를 악마화 하지 말라. 실력의 문제다”라는 반응이다. 투자자들은 테마주에서 주도주로 자리 잡은 ‘2차전지 관련 종목’을 대표적인 예시로 꼽는다.
이런 가운데 각 가계에 아직 남아있는 여유자금도 테마주 열풍의 실탄이 되고 있다. 지난달 24일 한국은행은 ‘팬데믹 이후 가계 초과저축 분석 및 평가’ 이슈노트에서 “팬데믹 이후 가계에 축적된 초과저축이 예금과 주식 등 금융자산의 형태로 주로 보유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초과저축이) 자산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도 상존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방역조처 등으로 소비를 못해 쌓였던 초과저축이 각 가계에 남아 있다는 뜻이다. 여유자금이 있는 가계는 경기 회복이나 기업 실적 개선이 지연돼 관련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자 테마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시 주변에 유동자금이 많은데, 실적 모멘텀을 얘기할 수 있는 종목이 제한적이다 보니 자금들이 테마주를 쫓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새로운 정보 채널의 등장과 제도권을 향한 불신 등이 맞물려 증시에 새 흐름이 나타나고 있으나 우려도 적지 않다. 온라인 채널에서 정보를 구할 때 ‘불법 리딩방’이 아닌지 유의해서 살펴봐야 한다. 온라인에서 언급되는 종목들이 테마에 부합하는지도 잘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정용택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극심한 증시 침체기보다 시장에 대한 기대가 남아 있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오히려 개별 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질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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