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종' 취재했던 사건기자가 보는 '가해자의 서사'[기자의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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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등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적이 있으나 치료를 받지 않았다."
"휴대폰 통화 내역은 대부분 가족과 통화·문자를 주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어떤 가해자 서사는 생산적 논의로 이어진다.
모든 범죄 기사에 '가해자 서사 금지'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다.
'범죄자에게 서사를 부여하지 마라' '가해자를 악마화하지 마라'는 구호는 선정적 보도에 경각심을 준다는 점에서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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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 없는 범죄 보도 사회적 맥락 지워…선정성은 주의해야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우울증 등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적이 있으나 치료를 받지 않았다." "휴대폰 통화 내역은 대부분 가족과 통화·문자를 주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신림동 성폭행 살인 피의자 최윤종(30)에 대한 경찰 조사 내용 중 일부다. 최윤종은 지난 17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공원 둘레길에서 30대 여성을 때리고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흉악범죄가 잇달아 발생한 상황에서 사건 기자들은 최씨의 범행 동기나 이력을 경쟁적으로 취재했다. 이 과정에서 가해자에게 자연스럽게 '서사'가 부여됐다. 은둔형 외톨이, 청년 남성, 정신질환 등이다.
소위 '얘기되는 기삿거리'였지만 '보도를 해야 하나' 주저했다. '가해자에게 서사를 부여하지 말라'는 범죄 보도의 정언명령 같은 원칙 때문이다. 가해자의 이야기를 기사화하는 일이 범죄에 정당성을 부여하거나 지나치게 가해자를 악마화해 피해자를 소외시키고, 2차 가해로 이어진다는 것이 이 원칙의 핵심이다.
그러나 어떤 가해자 서사는 생산적 논의로 이어진다. 2008년 일본 도쿄에서 트럭으로 행인을 덮친 뒤 흉기 난동을 벌인 '아키하바라 사건'의 범인 가토 도모히로가 대표적인 예다. "지쳤다. 세상이 싫어졌다. 누구든 죽이고 싶었다"며 범행 동기를 밝힌 그는 범행 전 인터넷 커뮤니티에 비정규직인 자신의 처지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에게 부여된 '은둔형 외톨이'라는 서사는 사회적 고립 문제에 대한 논의로 확장됐다. 이후 일본 정부는 무차별 살상 범죄를 사회적 고립 문제로 진단하고 관련 부서를 설치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모든 범죄 기사에 '가해자 서사 금지'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다. 최근 국내 흉악범죄 양상이 '잃어버린 30년'을 겪은 뒤 일본 사회의 모습과 닮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윤종의 '서사'는 결국 기사화됐다. 캡(사건팀장)과 논의 끝에 최근 흉악범죄 피의자들이 공통된 사회적 징후를 보여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서울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에 이어 경기 성남시 분당 서현역 사건, 신림동 성폭행 살인 사건까지 사건의 참상과 직접적 원인은 제각각이지만 피의자들은 '사회적 고립'이라는 맥락 속에 존재했다.
'범죄자에게 서사를 부여하지 마라' '가해자를 악마화하지 마라'는 구호는 선정적 보도에 경각심을 준다는 점에서 유효하다. 그간 일부 언론 보도가 범행의 선정성과 개인의 비정상성에 초점을 맞춘 것도 사실이다.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주목해달라"는 분당 흉기난동 피해자 유족의 말은 이 같은 맥락에서 타당하다.
다만 서사 없는 범죄 보도는 범죄가 발생하는 사회적 맥락을 지운다. 모든 범죄에 대한 엄벌주의, 나아가 사형만이 대안인 것처럼 논의의 폭을 좁힌다. 논의가 사라진 자리엔 얼굴이 공개된 피의자들에 대한 관상 토론만 남는다. 중요한 것은 가해자에 대한 이야기를 멈추는 게 아닌 어떤 서사를 보도할지, 어떤 서사에 의미를 부여할지 솎아내는 일이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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