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과 관계 안정화 꾀하는 英, 실용 강조하면서도 인권 문제 우려 제기

英외무, 정상급·장관급 열린 소통 채널 유지 필요성 강조
왕이, "상호 존중 보여준다면 더 나은 관계될 것"

(서울=뉴스1) 권진영 정윤영 기자 = 중국을 방문 중인 제임스 클레벌리 영국 외무장관이 왕이 외교부장을 만나 '실용'을 강조하며 열린 소통 채널을 유지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클레벌리 장관은 영국 외무 사령탑으로서는 5년 만에 중국 땅을 밟았다. 홍콩 민주화 시위 탄압 등 인권 문제로 팬데믹 이전부터 악화한 양국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30일(현지시간) 진행된 회담에서 클레벌리 장관은 양국 정상을 포함한 의사소통 라인을 구축하자고 제안했으며 왕이 부장은 양국이 "상호 존중"을 보여준다면 더 나은 관계가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클레벌리 장관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와 직접 소통하고 의사소통 라인을 구축하며 의견 차이를 해결하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영국)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문제에 대해 협력할 기회를 모색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는 중국과 협의할 수 있는 주요 문제로 "기후 변화, 우크라이나 전쟁의 해법, 경제 발전 기회" 등을 꼽았다.

왕이 부장 역시 양국이 세계 경제 활성화를 위해 협력하는 데 있어 후퇴하기보다는 전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양측이 상호 존중과 동등한 대우와 더불어 서로의 발전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상호 이해와 신뢰를 쌓는다면 중·영 관계는 모든 불필요한 간섭과 장애물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블룸버그는 클레벌리 장관의 방중이 8년 전 영·중 간 황금시대를 연상시키지는 않았지만 리시 수낵 정부가 추진 중인 '실용적인' 접근 방식을 강조하며 글로벌 문제에 대한 공통점을 찾으려 노력했다"고 논평했다.

클레벌리 장관의 일정은 리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의 방중 시기와도 겹쳤는데, 러몬도 장관 역시 중국과의 관계 안정화가 목표였다.

9월 인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수낵 총리와 시진핑 국가주석의 회담이 성사될지에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이날 수낵 총리는 회담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짧게 답했다.

수낵 총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 중 시진핑 주석과 대면한 적이 없는 유일한 지도자다. 지난 2022년 발리에서 회담을 계획했지만 폴란드 미사일 피격으로 무산됐다.

수낵 총리는 중국은 영국과 근본적으로 다른 가치를 지닌 국가라면서도 "미국·캐나다·호주 등 모든 동맹국과 마찬가지로 소통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공통 기반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했다.

지난해 "영국과 중국의 황금기는 끝났다"고 냉담한 평가를 내놓은 것과 비교하면 다소 소통의 여지를 열어둔 발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은 영국에게 미국 다음으로 큰 무역 파트너다. 2022년 양국의 교역 금액은 1323억 달러(약 175조 원)에 이른다. 중국으로서는 규제 개편 및 서방과의 긴장, 공산당 정권 등을 경계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를 향상시키는 것이 과제다.

클레벌리 장관은 왕이 부장과의 회담에 앞서 한정 중국 국가부주석과도 만났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한 부주석은 "상호 존중과 실용적인 협력을 바탕으로 한 경제 무역 관계는 반드시 새로운 진전을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영국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클레벌리 장관이 중국이 홍콩에 엄격한 국가보안법을 도입한 이후 홍콩의 자유와 권리가 침해되는 것에 대해 "상세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로이터는 홍콩 빈과일보의 사주, 지미 라이 사례도 테이블에 올랐다고 전했다.

또 신장 자치구의 소수민족인 위구르족 구금과 대만 해협의 안정성 문제에 관해서도 "영국의 감정을 분명히 밝혔다"고 설명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0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중·영 관계의 안정적인 발전 촉진을 희망한다"면서도 "홍콩·신장·티베트와 관련된 일은 중국의 내정임으로 다른 나라가 간섭할 권리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realk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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