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기업 전환 속도 내는 포스코인터…“ESG 경영이 과제”

최우리 2023. 8. 31.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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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10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포스코 타워 앞에서 인천지역연대가 포스코 인터내셔널과 미얀마 군부의 관계 단절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올해 1월 포스코에너지를 합병한 뒤 종합상사에서 에너지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과 발전 등 이른바 ‘다운스트림’을 확보한 만큼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는 ‘업스트림’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환경 오염 방지와 인권 준수 등 기업의 이에스지(ESG, 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 점은 과제로 꼽힌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올해 2분기 실적으로 매출 8조8654억원 영업이익 357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을 이끈 것은 에너지 사업이었다. 전체 영업이익 가운데 약 60%(2082억원)가 에너지 부문이었는데, 천연가스를 생산하는 미얀마 가스전에서만 1100억원의 이익을 냈다. 천연가스가 회사의 ‘캐시카우’로 자리잡자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아시아 지역 자원확보에 나서고 있는 상태다.

올해는 인도네시아 벙아 천연가스 광구 탐사권에 이어 운영권을 확보했다. 현지 국영기업인 페르타미나 훌루 에너지(PHE)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자바섬 동부 해상에 위치한 대형 광구(8500㎢)를 6년 동안 탐사하고 30년 동안 개발·생산할 수 있는 기간을 보장받았다. 호주에서 천연가스를 생산하는 자회사인 세넥스 에너지는 최근 7건의 장기 가스 공급계약을 맺는 등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누리집 갈무리

에너지 사업의 성장과 이차전지 소재 사업 확대 등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주가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회사의 주가는 30일 8만200원에 장을 마감했다. 6개월 전(3월2일 2만3050원)과 견줘 247.94%가 올랐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합병 반년 만에 상반기 매출 17조1720억원, 영업이익 6367억원이라는 ‘창사 이래 상반기 최대 실적’ 달성해 통합 시너지를 증명해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사업 확대는 기업의 이에스지 강화 흐름과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 회사의 경쟁력으로 꼽히는 미얀마 가스전은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와 관련 있는 미얀마국영가스회사가 현지 합작 파트너다. 또 대우인터내셔널(포스코인터내셔널의 옛 이름) 시절 미얀마 군부에 대량의 무기를 팔았다는 의혹도 남아있다. 미얀마 군부의 민주화 운동 유혈 진압 사태 뒤 인권단체의 비판이 계속되면서 프랑스와 미국의 거대 에너지기업 토탈에너지스와 셰브런은 지난해 미얀마 사업에서 철수한 바 있다.

현지 환경 단체들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이 공들여 새로 시작하는 인도네시아 가스전 사업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내고 있다. 아시아의 에너지 전환을 촉구하는 민간 단체 ‘트랜드 아시아’의 노비타 인드리 캠페이너는 지난 14일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좌초자산(기후변화 등 환경의 변화로 자산가치가 떨어져 상각되거나 부채로 전환되는 자산)에 빠지는 시대착오적 결정 대신 기술 전문성을 활용해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저장 기술에 투자하라”고 성명을 냈다.

현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인해 천연가스에 대한 수요가 높지만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올 2월 미국 민간 연구기관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가 발표한 ‘세계 액화천연가스 전망 2023~2027’을 보면 “2026년께 가장 많은 연간 6400만톤의 액화천연가스 용량이 추가 공급돼 현재보다 13%가 더 생산될 것“이라며 “2026년 이후 서비스 중인 사업은 낙관적인 시장 예측보다 훨씬 작은 수요에 직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새 광구의 경우) 탐사에 들어가기 전 인공지진파·지질조사를 6년 정도 한 뒤에야 경제성 분석을 할 수 있다. 그 뒤 시추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2029년 무렵 만약 천연가스 개발의 경제성이 없다고 하면 안 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미얀마 가스전도 12년이 걸려서 채굴에 이른 장기 프로젝트였다. 지역주민과의 협의, 환경영향평가 등 절차를 잘 밟아서 문제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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